우리는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어디서 왔고 누구를 위해 살 것인지 뒤돌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어딘가에 낙원이 있다고도 생각할 때가 있다. 낙원이라 명명된 꿈과 희망은 힘들고 지친 일상을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낙원을 찾고 싶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지혜를 가르쳐준 선배들이 있다.
고갱은 프랑스의 화가이다. 문명을 부정하고 낙원을 그리워한 고갱은 서른다섯 살 때 그림을 그렸다. 여유로운 생활을 포기한 고갱은 가족과 만나지 못했고 가난과 싸웠다. 하지만 고갱은 포기 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걸었다. 어둡지 않은 가을 색으로 십자가를 채색했고, 화사한 노란색의 가을 풍경으로 ‘황색그리스도’라는 제목을 붙여 인간존재의 근원을 물으며 ‘어떻게 살까?’라는 철학적 명제도 인류에게 던져주었다.
‘어떻게 살까(Donde Voy)’는 아일랜드의 포크송 주제이다. 영국에게 800년간 지배를 받았던, 이민자의 아픔을 영국 시인 프레드릭 웨덜리가 작사 작곡했고, 멕시코 출신 가수가 남미 특유의 컨트리 풍 노래를 부르면서 미국 시장에 등장했다. 그녀는 ‘어디로 갈까 어떻게 살까’라는 주제가 담긴 데뷔곡으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면서 ‘당신의 가슴을 장식하는 능금 꽃이 되고 싶어요’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우리나라도 아일랜드처럼 일본에게 36년 동안 지배를 받았다. 나라를 빼앗기고 말을 빼앗기고 글을 빼앗기고 목숨도 빼앗겼다. 우리 민족은 “상제는 우리 대한을 도우소서/ 독립부강하야 태극기를 빛나게 하옵시고/ 권이 환연에 떨치어 오천 만세에/ 자유가 영구하게 하소서/ 상제는 우리 대한을 도우소서//라는 ‘대한제국(대한민국)애국가’를 부르면서 처절한 절규로 단결했다.
그때 진도사람들도, 역사 속에서 소용돌이쳤던 울돌목 못지않게, 썰물 때는 해벽에 부딪혀 울음을 삼키면서, 밀물 때는 석벽에 솟아 곤두박질치면서 “판대본일(일본대판) 리바각딸(딸각바리) 들끼새 의놈왜(왜놈의 새끼들) 고다찼 을칼총(총칼을 찼다고) 라마을랑자(자랑을 마라)// 이선북거신순이(이순신 거북선이) 면가떠실둥두(두둥실 떠가면)/ 들끼새자종 은남다죽(죽다남은 종자새끼들)/ 라리하을살몰(몰살을 하리라)//이라는 ‘진도 거꾸로 아리랑’을 불러 순사들을 속였고 나라 잃은 설움을 노래로 달래면서 광복을 꿈꿨다.
김수영 시인은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는 ‘풀’을 제목으로 민족과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과 암담한 조국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절망을 극복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정성이 극에 달하면 하늘까지 움직인다는 지성감천(至誠感天)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민족의 염원으로 빼앗긴 나라는 되찾았지만 육이오 전쟁으로 삼팔선이 가로막히고 남한과 북한으로 나라가 두 동강 나는 비극을 맞이하고 말았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 지도자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적화통일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고, 남한에서는 대통령 탄핵촉구, OECD(경제협력개발국가)국가 중에서 자살1위국, 인구소멸1위국이라는 오명으로 국민들의 심기가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기를 아는 사람만이 큰일을 해낼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 살까? 라는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한다는 것은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화가는 그림으로, 나라 잃은 민족은 노래로, 시인은 시로, 인간존재의 근원을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방향을 모르고 헤맨다는 것은, 내가 큰일을 해낼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군가를 드러내 놓고 비판하거나 위로할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자신을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인생의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삶과 죽음, 재능과 열정, 의미와 가치, 평등과 평화 등, 세상의 부조리를 어떻게 언행일치(言行一致)하면서, 빛과 사랑으로 인류에게 이바지 할 것인지, 우리 안부터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