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만도 못해서야 쓰겠는가!
남상선 / 수필가
세상이 거칠고 삭막하여 저밖에 모르는 세태라고 한숨 쉬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음지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예서제서 뻗치는 손길이, 따듯한 가슴이,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것이 더 많은 현실이다.
청소년의 달, 가정의 달인 매년 5월이면 각계각처 여기저기에서 장한 어버이, 효행자, 선행자, 장한 시민을 찾아 시상하는 표창 봇물을 이루고 있다.
표창을 받는 사람도 많지만, 묵묵히 실천하는, 표창 가지고는 안 되는 천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런 분들 덕분에 우리의 미래는 구름 걷힌 뒤에 나타날 푸른 하늘이 기다리고 있는 청신호로 봐도 괜찮으리라.
효녀 국민가수 현숙이나 탤런트 김혜자, 이태석 신부, 김밥으로 유명세를 탔던 정심화 이복순 할머니, 외과 전문의 장기려 박사 같은 분들이 우리 미래에 청신호를 불러올 인물들이리라.
노모를 돌보면서도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던 효녀가수 현숙, 그녀는 해마다 장애인들을 위해 이동목욕 차량을 기증하였고, 뇌졸중으로 쓰러진 동료 가수 방실이의 치료비 모금에 동참하기도 했다
탤런트 김혜자 씨는 동료 김수미 씨가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으며 남편 사업까지 패망하여 큰 빚으로 쩔쩔맬 때 자신의 전 재산 통장을 내어 놓는 선행으로 빚을 갚게 해서,「 이런 친구가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는 공감을 사는 부러움으로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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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 남수단의 원주민들을 위해 의사 신부로서 온몸을 바쳐 희생적으로 활동했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신부로서,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 정착해서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밴드를 결성하는 등의 일로 이곳의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했다. 그는 톤즈의 아버지이자 의사였고, 친구였으며, 천박한 땅 톤즈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준 선구자로서 감동을 선사했다.
정심화 이복순 할머니는 평생 김밥 장사를 해서 번 돈을 충남대에 투척하여 충남대학교에 정심화홀을 짓고 장학기금으로 쓰게 하여 그의 숭고한 정신과 거룩한 삶이 초등학교 4학년 국어교과서에까지 실려 기림을 받고 있다.
또‘ 한국의 슈바이처 ’로 불리는 정형외과 의사 장기려 박사는 병원장으로 있을 때 입원 환자가 퇴원비가 없어 고심하고 있을 때 환자를 조용히 불러 귓속말로‘ 밤에 몰래 도망가라.’는 귀띔 말을 해준 일화도 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일거수일투족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사랑과 온정으로 가슴이 따듯하게 살았거나 현재 그렇게 살고 있는 분들이다.
오늘 아침은 날씨부터 유별나게 해맑고 화창하더니 가슴이 따듯한 분들의 이야기에 감동적인 도마뱀 일화까지 나한테 배달되어 챙기는 행운T까지 누리게 되었다.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이 된 건물을 헐게 되었는데 지붕을 벗기던 인부들은 뒷다리 쪽에 못이 박혀 있는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집주인은 인부들을 불러 그 못을 언제 박았는지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인부들은 모두가 다 하나같이 집을 짓던 3년 전에 박은 못이 분명하다고 했다.
3년 동안이나 도마뱀이 못에 박힌 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사람들은 이 신기한 사실의 전말을 알아보기 위해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도마뱀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웬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도마뱀은 3년이란 세월을 못에 박혀 있는, 안타까운 그 도마뱀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먹이를 가져다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다.
못에 박혀 있는 도마뱀과, 먹이를 날랐던 그 도마뱀 사이는 어떤 관계였을까?
사람으로 말하면 부부 사이. 아니면 친구 사이. 그것도 아니라면 부모자식 관계, 이것도 아니라면 그냥 어울리던 동료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하루 이틀 사흘이 아닌 3년이란 세월이 그 도마뱀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
그걸 지켜보는 곁의 도마뱀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
못이 박혀 있는 도마뱀은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고, 그걸 곁에서 지켜보는 도마뱀은 마냥 애만 태웠을 것이다.
우리는 예서 간과해서는 안 될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 있음을 알아야겠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살려는 생의 집념과 불굴의 투지, 사지에서 구해내려는 배우자(?)의 무엇에 비길 수 없는 신념 같은 사랑, 우리는 이것을 예사로 생각해서는 아니 되겠다. 이래서 못에 박혀 있는 도마뱀은 죽으려 해도 죽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 나만 살기 위해 떠나지 않고, 끝까지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먹이를 물어 나르는 곁의 배우자(?) 되는 도마뱀의 훌륭한 정신도 우리는 놓쳐서는 아니 되겠다.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배우자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지키고 있는 곁의 도마뱀이었다.
이것이 도마뱀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사람의 이야기였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이것이 내 얘기로 내가 배우자의 절망적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라면 나는 어찌 했을까?
나는 절망적인 배우자를 버리고 떠났을까.?
아니면, 곁의 도마뱀처럼 배우자를 끝까지 지키며 남아 있었을까 ?
순간 「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는 격언이 안성맞춤으로 떠올랐다.
운명을 같이 하려는 사랑의 정신과 백절불굴의 투지가 하늘을 감동시켜 도마뱀을 살렸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생사고락을 같이 하려는 불사조의 집념과 투지가 도마뱀 두 마리를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스러운 몸이 되게 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 주변엔 훈훈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남의 곤경이나 아픔까지 챙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또 부모 마음을 즐겁게 자랑스럽게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허나, 이같이 훈훈한 세상에도 아직까지 그 잘난 일부 자식나리들은 부모를 눈물 나게 하는 사례도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다는 말인가 ?
천하의 그 일부 지체 높은 잘난 자식나리들이여!
그 귀한 나리들께선 부모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란 말인가 ?
아니면, 하늘에서 내다버린 짐승의 피가 흐르는 냉혈동물이란 말인가 ?
그것도 아니면 뿌리가 없는, 가슴 없이 굴러다니는 돌멩이 족속이란 말인가 ?
안중에 부모도, 동기간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잘난 일부 희귀종 나리들이여!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맥이 뛰게 살 일이로다.
오매불망(寤寐不忘) 새끼 걱정으로 맥질한 그 마음, 아비 어미가 몇 천 년 산다고 눈물 나고 한숨 나게 해서야 되겠는가!
아비 어미가 엄청난 부귀영화 바라는 것 아니다.
부모가 뭐 그리 대단한 것 바라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날(명절날, 생일날, 어버이 날) 얼굴 한 번 보여 주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전화로 목소리 들려드리고 안부 여쭈면 되는 것이다.
뭐 그리 잘 해드렸다고 한숨으로, 눈물로, 가슴 아프게 해드려서야 되겠는가 ?
만물의 영장이라는 나리들이 미물인 도마뱀만도 못해서야 쓰겠는가!
잘난 일부 자식나리들이여, 온혈은 못돼도 사람가슴으로는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아니, 도마뱀만도 못해서야 쓰겠는가!
첫댓글 그래요 ..세상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란걸 절실히 느낀 며칠전의 사건이 새삼 떠오르네요 신호대기에서 멈춰서 있는데 무작정 달려오는 1톤트럭에 받히는 사고가 있었는데 뒤따라오던 승용차 운전자분이 선뜻 블랙박스를 제공해 주셔서 어려움없이 잘 해결 될 수 있었던 일!!! 내 일 같이 나서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걸 알게되었지요 동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걸 새삼 느끼게하는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건승하세요
역시 세상은 숨어 있는 양심가나 가슴이 따뜻한 분들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그런 대로
명맥을 유지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좋은 분 만나서 천만다행입니다. 임의 말씀대로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생각하여 보다 가슴 따뜻하게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
습니다. 성의모님 제 글에 관심 주시어 감사합니다.
참좋은수필을오늘아침만나게되었네요?눈구멍, 귓구멍이 똑똑했더라면 고마운전화라도 드렸을텐데...
자라는대학생들의 한문지식을 읽고 감동을 받기를숙원합니다.
관촌 선생님! 눈의 시력과 귀의 청력이 염려될 정도이신 데도 불구하시고 제글에 관심 사랑
주시어 많이 감사합니다. 칭찬으로 힘 주시니 더욱 힘이 납니다. 보다 향이 있는 글을 써서
보은하도록 하겠습니다. 관촌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소서.
늘 좋은 글 써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
좋은 일 하는데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많다면 더욱 좋겠지요
작은 돈으로 크게 만족할 도움이 못되기 때문입니다
남을 생각하고 돕는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천사입니다
샘
잘 읽었습니다
제가 좋아서 쓰는 글이지만 부족한 흠 투성이인데 마다하지 않으시고 열렬한 성원 주시니
마냥 감사하고 덕분에 힘이 납니다. 더 열심히 쓰는 좋은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에스윈 선생님 응원 댓글 많이 감사합니다.
아마도 도마뱀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니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3년 동안...못박혀 있던 자식 도마뱀을 위해 돌보던 부모 도마뱀이 아니었을지요. 부모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사랑 만큼 자식은 그렇게 보답을 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말만 가정의 달이 아닌 늘 가족의 따뜻한 마음이 통하는 나날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임의 말씀대로 가정의 달이 아니어도 가족간에 늘 따듯한 마음이 통하는 나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형복 선생님 성원 댓글 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