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화도 용머리 해안과 보덕암의 해수관음보살상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
여름에는 이가 시려서 겨울에는 김이 터지는 연화산 정수리 둘레에 지금도 철철 흘러넘치는 샘물
연꽃 이슬이라 두손으로 받던 연화도인의 소매끝을 적셔 소매끝은 바다에 닿아 촛대바위에서 불밝히는 인연
천황봉을 마주하여 욕지(欲知)하는 연꽃으로 피네. 연잎따라 휘도는 물새떼의 날개에서 찾을 수만 있는 실리암(室利庵)의 부연 끝에
매단 인경처럼 깊은 사모(思慕) 진주알처럼 반짝이는 사방의 먼 섬들 백팔염주로 묶어 목에 건 셋 비구니 이름하여 자운선사들
사명대사 떠난 후에도 삭발로 다 바쳐서 타버린 눈물 동머리끝 푸른 숯불로 타올라 소리치는 한 시대의 적막을 보네
- 차영한의 '연화섬' 중에서
섬의 모양이 꽃잎이 겹겹 봉오리 진 연꽃 같아 '바다에 핀 연꽃'이라 불리는 '연화도'.
통영항에서 뱃길로 24km 지점에 위치한 연화도 (172만3165㎡·105가구 217명)는 통영의 유인도 가운데 가장 먼저 사람이 살기 시작한 섬으로 우뚝우뚝 솟은 기암괴석과 절경이 찾는 이의 마음을 빼앗아 갈 정도로 풍광이 뛰어난 섬이다.
<< 용머리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기암괴석. >>
통영항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거제아일랜드'호에 오른 지 1시간여 만에 도착한 연화도. 섬 사람들의 바쁜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연화도 연화(본촌)마을 뱃머리에 이르자 어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절단기로 뭔가를 열심히 자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냉동 정어리들이다. 가두리 안의 우럭들에게 줄 먹이란다.
연화도 본촌마을 38명의 어촌계원 대부분은 가두리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연화도 앞바다 인근 7ha의 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르는 어종은 대부분 우럭이다. 연화도 우럭은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쫄깃해 인기가 높다.
5만 마리의 우럭을 키우는 이형주(39)씨 부부의 가두리 양식장에는 하루 40개(20kg·개당 1만3000원)의 생선 사료를 투입한다.
"요즘 우럭값은 괜찮은데 사료값이 너무 올라 고민이에요. 그나마 저는 나은 편이에요. 하루 130~150개의 생선 사료를 투입하는 어민도 있는 걸요." 이씨가 사료값 인상에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연화도는 본촌마을과 섬의 동남쪽 끝머리의 동두마을로 나뉘는데 섬 전체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부둣가 오른쪽 끝 정자에서 출발해 능선을 따라 연화봉 정상(212m)에 오른 후 산 아래 해수관음보살과 보덕암을 거쳐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용머리와 자연마을인 동두마을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돌아오는 길에 연화사를 둘러보는 코스가 제일 좋다고 그는 말한다.
일찍이 득도해 만사에 능통한 자운선사는 앞으로 닥칠 임진왜란에 대한 우리 수군의 대비책과 거북선 건조법, 해상지리법, 천풍기상법 등을 가르쳐주고 임진란 발발 후에는 몸소 해전에 참가해 옥포승첩과 한산대첩에서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이 같은 역사적인 기록은 지난 1075년 전남 순천문화원이 발간한 '순천승주향토지'에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현재 섬에는 이 기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물인 연화봉의 토굴과 암자가 남아 있다.
연화봉 아래에 위치한 넓은 바위에 연화도사가 마을의 번성을 기원하며 손가락으로 썼다는 '부, 길, 재' 세 글자의 흔적이 남아 있다.
<< 1998년 고산스님이 창건한 연화사. >>
어민들이 양식장 우럭에게 줄 먹이를 준비하고 있다.
연화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다. 조금은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쉼터를 만나고 여기서 다시 30여 분을 오르면 곧바로 정상에 다다른다.
연화봉 정상에 서면 다도해의 아름다운 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욕지도, 상노대도, 두미도, 납도, 수우도, 추도, 한산도, 오곡도, 학림도…. 점점이 박힌 섬들이 한 편의 그림 같다.
<< 연화봉 정상의 아미타대불 >>
특히 통영 8경의 하나인 연화도 용머리 바위의 기상은 과히 장관이다. 용이 큰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가는 듯한 형상을 한 용머리 바위의 장쾌함에 탄성이 절로 쏟아진다. 연화봉 정상의 아미타대불은 뭍을 향하고 있어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온 세상에 비추는 듯하다.
<< 연화도 용머리 >>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발 아래 보이는 보덕암을 향했다. 가는 길에는 연화대사와 사명대사가 수행을 한 토굴터를 만날 수 있다. 여기서 포장길을 따라 비탈진 언덕길을 따라 내려가면 보덕암이다.
<< 사명대사 토굴 >>
<< 사명대사 토굴터 >>
연화봉 남쪽의 가파른 비탈에 자리한 보덕암은 무엇보다 바다 전망이 시원스럽고 호방함이 멋스럽다. 암자에서 바라본 연화열도의 아름다운 섬들과 푸른 바다는 환상적이어서 바다 전망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음도량인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보덕암의 해수관음보살상과 용머리 해안이 한데 어우러진 광경은 전국 어디서도 만나기 어려운 진풍경이다.
<< 보덕암에서 바라본 연화도 전경 >>
이왕 내친김에 능선을 따라 용머리로 발길을 옮겼다. 5층 석탑을 지나 솔밭길로 접어들면 용머리 바위 전망대와 동두마을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 숲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용머리 바위의 기암괴석 등 진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인근의 동두마을 역시 가두리 양식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등산객, 낚시꾼, 사찰 순례자 등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민박업이 성행하고 있다.
오는 길에 찾은 연화사는 섬이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998년 8월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고산스님이 창건한 연화사는 터가 좋고 주변 풍광이 워낙 수려해 짧은 기간에 연화도 제일의 관광명소이자 불자들의 순례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연화사에서 연화마을까지는 약 10여 분 거리이며,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대략 3시간~3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통영항으로 귀항하는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 찾은 여객선터미널에서 매표소 김종도(66)씨에게 연화도에 예부터 전해져 오는 '살치기 노래'에 관해 여쭙자 옆에 있던 마을주민 서한인(63)씨가 얼른 나선다. 서씨는 살치기 노래가 1984년 진주 개천예술제 토속민요경창대회 출전 당시 꿩포수 역을 맡아 출연했단다.
"그때는 정말 좋았지, 우리가 그 대회에서 상을 탔거든. 근데 지금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면서 그 맥이 끊겼지"라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살치기 노래'는 어민들이 힘든 뱃일을 하면서 신명난 노래로 즐거움과 힘을 얻고 주민들 모두가 한가족이라는 마을의 일체감을 조성하는 일종의 풍어가다.
서씨가 들려주는 살치기 노래에서 섬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묻어난다.
'에이야 에이야 손을 맞춰라/ 힘을 모아라 물살 빠르다/ 이살 놓고 저살 받아라 저살 놓고 이살 받아라/ 어잇샤 어잇샤/ 에이야사리 에이야사리 물때가 늦으니/ 어서 땡겨라 물새가 모인다 괴기가 뛴다…'
☞가는 길=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연화도를 거쳐 욕지도를 가는 여객선이 하루 5차례(06;:50, 09:30, 11:00, 13:00, 15:00) 운항된다. 요금은 8300원. 문의 통영여객선터미널 ☏642-0116~7.
☞숙박= 한바다펜션(☏643-6945), 네바위횟집민박(☏642-6715), 소라의 집(☏643-6910) 등 10여 곳의 민박집이 있다. 통영민박넷(www.tyminbak.net)을 이용하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첫댓글 12월 한아름산악회 무박산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