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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유소년 선수들의 축구 교육 ⓒKFA |
5월 18일
信(믿을 신), 믿을 신자를 반으로 나누게 되면 사람 人+言자가 합해져서 믿을 信자가 된다. 즉 사람이 말을 함에 있어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 축구 철학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스승이 제자를 믿지 못하고, 제자 역시 스승을 믿지 못한다면 분명 그 팀은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팀은 나누어지게 되고, 소통이 없으므로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옛날 그리스 신화에 피그말리온 왕이 있었다. 그 왕은 사실 조각가로 더 유명했는데, 자신이 원하고 그리고 싶은 여성상을 찾을 수가 없어서 자신의 이상형인 여자를 조각하고, 그 조각한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지켜보다 못해 아프로디테라는 여신이 피그말리온 왕이 만든 조각 여성상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줬다고 한다.
여기에서 유래되어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 이것은 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기대를 받을 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긍적적인 행태를 보이게 되는 것을 말한다.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을 믿고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말 재능이 많이 부족해서 실력이 생각하는 만큼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재능의 차이는 2~3배 차이를 보일 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열정의 차이는 끝이 없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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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
우리는 스페인에서 유소년 육성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그로 인해 효과를 얻었던 6개 클럽의 유소년 육성방식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에스파뇰, 아틀레틱 빌바오, 비야레알이 그 팀들이었다. 다양하고도 수준 높은 유소년 육성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과 방안에 대해 질문도 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을 우리는 서로 느낄 수가 있었다.
대표적인 명문인 레알 마드리드의 유소년 선수 운영에 대해서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 관계자가강연한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우선 첫 번째가 선수 선발, 두 번째가 선수 개인의 능력, 세 번째가 선수관리 및 운영이라고 한다. 그 중에 중요한 것은 모든 클럽들이 14세부터 팀에서 운영이 시작된다는 점이었다. 즉 14세 이전에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부모에게서 배우는 것, 예를 들면 기본적인 가정 교육 등 가족 울타리 안에서의 사랑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강의 중에 동감할 수 있었던 것은 `키가 크고 빠른 선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축구를 잘하는 선수를 찾는 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유소년 선수 육성 목표라고 한다.
나는 이 말에 정말 동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수 선발을 할 때 중요한 요소 두 가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지도자 분들은 신장과 스피드를 중점적으로 본다. 근데 정작 주말리그 경기를 관전하면 키가 크고 빠르긴 하지만, 선수들의 기본기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초-중학교 때는 키가 크고 빠르기 때문에 경기력 면에서 신체가 왜소한 선수들에 비해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성장 했을 때는 기본기를 잘 갖춘 선수가 상위 레벨에 올라서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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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선수들의 훈련 모습 ⓒKFA |
필자는 가끔씩 동료, 후배들을 만나서 물어본다. “요즘 팀 어때? 좋아졌어?”라고 물어보면 “우리 팀에 선수가 없어서 걱정이야…”라고 말하는 동료나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다. 솔직한 내 마음을 말하자면,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는 오전 강의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시간을 가진 뒤에 레알 마드리드 훈련센터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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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점심 식사 중인 지도자들 ⓒKFA |
좋은 선수를 뽑아서 팀이 좋아지고 성적을 올린다는 것은 대부분의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선수를 보러 동료나 후배들과 함께 가끔씩 운동장에 가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경기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으면 꼭 그 선수를 뽑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중석에 앉아서 보고 있으면 지도자들이 지목한 그 선수를 일반 축구팬이나 학부형들도 지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경기장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그 누구도 선택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보석 진열장에 전시되어있는 진주를 선택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뻘 속에 있는 진주를 캐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도자는 뻘 속에 숨어있는 진주를 찾아 낼 수 있는 코와 눈을 가져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의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내용은 ‘승리하는 것보다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철학’이라는 것이었다. 즉 좋은 선수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좋은 선수를 육성하려면 분명히 좋은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축구에 대한 지식과 실력(시범능력)이 있어야 하며 지도자가 되기 전에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지도자자격증은 필수이며 공부하고 연구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게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의 축구 철학 속에 포함된단다.
강의를 들으면서 문득 떠 오르는 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유소년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자격증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현명한 감독들은 본인이 코치를 영입하면 먼저 감독의 훈련 방법과 모든 것을 지켜보게 하고 훈련장비 사용법과 선수들 관리하는 법 등 기초적인 부분을 자세히 가르치면서 그 코치가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아이들을 지도하게 하는 분도 계시다.
축구의 뿌리가 되고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어야 하는 유소년 훈련을 지도자 자격증도 없고 경험도 없으며 시범능력도 부족한 지도자가 지도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소년 팀장을 맡고 계신 에도르뜨 모루와 씨의 강연 중에서 “개인적인 것을 위해 선수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이 말을 해석하자면 자신의 명예를 위해 아이들을 이용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성적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좋은 선수를 만드는 것이지, 팀을 만들지 않는다. 선수가 발전하고 좋아진다면 팀은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루와 팀장의 이 말도 상당히 공감하는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축구 현실과 문화에 있어서는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축구문화가 성적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먼저 시작을 해야 한다. 내가 먼저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우리라는 단어 자체는 이루어 질 수가 없을 것이며, 변화라는 단어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강의에서는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는 에스파뇰의 유소년 운영방식과 철학에 대해서였다. 그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부분은 인간, 즉 좋은 인성의 선수를 만드는 것이었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좋은 축구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철학이었다. 두 번째가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에스파뇰은 선수들을 16세 때부터 숙소생활을 하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유소년, 특히 5~10세 때는 경쟁보다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스페인 유소년 축구의 바탕은 좋은 인성을 형성시켜주면서 먼저 좋은 사람이 되게 하고, 그 다음이 좋은 선수가 되게 한다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를 방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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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트레이닝 센터에 대해 설명 중인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 코칭스태프 ⓒKFA |
숙소 시설은 최고를 자랑했다. 숙소의 특징이라면 센터 입구를 기준으로, 가장 어린 유소년 팀 숙소부터 시작되어 센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연령대가 올라가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1군 팀의 숙소는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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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면 오른쪽에 수돗가처럼 생긴 시설이 있는데, 발 씻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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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 지도자 및 코칭스태프가 공부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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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U-18팀 훈련장이다. 물론 천연잔디 ⓒK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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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물리치료실. 유소년 팀 선수들은 물리치료실이 1군 선수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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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재활치료실이다. 사진으로만 보면 크게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크고 안에 많은 장비들과 기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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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레알 마드리드 2군 팀 전용구장 ⓒK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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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1군 팀 전용주차장. 주차구역마다 선수들의 이름이 적혀있으며, 아우디에서 후원을 해주고 있어 1군 선수들에게는 매년 아우디 차를 한대씩 지급한다고 한다. 1년 타고 가족에게 넘겨주고 다시 자신이 원하는 차로 지급받는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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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1-2군 팀이 바람이 많이 불 때 사용하는 전용구장이다. 벽으로 둘러져 있어서 강풍이 불 때도 훈련과 연습경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천연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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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1군경기장이다. 사실 일반인은 출입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스페인축구협회에서 한국지도자들을 위해 공식방문요청을 해서 방문할 수 있었다. 일반인으로서는 우리가 처음이란다. 학부형을 비롯해 그 누구도 출입제한이라고. 왼쪽부터 레알 마드리드 U-14팀 코치, 한영훈 과장님, 필자, 그리고 항상 우리와 함께 해주셨던 스페인축구협회 빅터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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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로 담은 레알 마드리드 1군 전용훈련장 모습 ⓒK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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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와서 단체사진을 안 찍고 갈 수는 없지요~ ⓒK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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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U-18팀과 U-20팀이 연습경기를 하고 있어서 단체로 관람 ⓒKFA |
레알 마드리드 축구센터를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세계 최고 명문 클럽의 시설과 체계는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 어떻게 명문으로 도약할 수가 있었는지의 해답을 봤다고 해야 할까...
물론 우리나라가 스페인 축구 문화에 비교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KFA와 K리그 클럽들도 현재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또한 모든 지도자들이 함께 노력하고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프로 클럽들도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같은 클럽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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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필자-페르난도 이에로-통역관 신승호 ⓒKFA |
스페인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페르난도 이에로를 만나다
스페인축구협회 유소년 총책임자겸 U-17 대표팀 감독인 히네스 씨의 요청으로 페르난도 이에로씨와의 만남이 있었다. 현재 페르난도 이에로 씨는 스페인축구협회 유소년 기술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기념촬영을 가진 뒤에 강의실에서 질의응답 형식의 시간을 가졌다. 이에로 국장과의 대화중에 몇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현재 대표팀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은 70~80%가 클럽을 통해 올라와서 성인대표팀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선수 시절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적은 언제였냐는 질문에 이에로 씨는 선수 시절 동안 심각한 부상이나 크게 힘든 적이 없었던 것이 자신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답했다.
특히 이에로 씨의 이야기 중에서 자신은 유소년대표팀을 경험하지 않고 클럽으로 올라가서 21세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들어갔다고 했다.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라고 전하면서 유명한 클럽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항상 축구를 즐기며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 온 것이 자신이 결실을 맺는데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한다.
또한 스페인대표팀의 일원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프로정신과 희생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며, 항상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자신은 대표팀 감독보다는 미래의 주역이 될 유소년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고 집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엉뚱한 질문에도 웃으며 받아주면서 성심껏 대화의 시간을 함께 해준 이에로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은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 페르난도 이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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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도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페르난도 이에로 유소년 국장 ⓒK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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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스페인축구협회 유소년 총책임자 히네스씨 ⓒKFA |
5월 20일 스페인축구협회 유소년 총책임자 겸 U-17 대표팀 감독 히네스 씨가 전하는 유소년축구의 현황
현재 스페인축구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유소년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7~8세 33,175명 9~10세 63,719명 11~12세 89,804명 13~14세 90,858명 15~16세 89,575명 17~19세 100,124명 지도자 11,678명 심판 9,456명
위에 보시는 바와 같이 정말 많은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으며 많은 지도자들과 심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19개도가 있으며 3가지의 대회(시-도-전국)를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방식은 시 대회를 거치고 도 대회를 거쳐서 전국대회를 진행하는 절차이며, 대회방식도 우리나라와 큰 차이는 없다.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면 14세 미만의 아이들은 시내에서만 대회를 치른다는 점이다. 이유는 어린 아이들이 장거리 여행으로 인해 피로가 쌓이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스페인 유소년 축구에는 중요한 특별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등록 선수는 전원이 경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즉 선수 명단에 들어간 아이들은 전원이 경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참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선수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경기를 즐기게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꿈꾸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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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이는 그림은 스페인 U-17 대표팀 감독인 히네스 씨가 선수들에게 자신의 포지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적어보라고 한 결과, 선수들 자신이 적은 대답이라고 한다.
`위에 보이는 단어들이 우리가 보는 축구이며, 이것들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 히네스 멜렌데스–
히네스 씨는 강의 중에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은 그렇게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으나 노력하고 공부했으며, 축구에 열정을 가지고 가슴 속에 공을 넣어놓고 축구와 함께 살아왔다고 한다.
여기서 갑자기 떠오른 기억이 있다. 얼마 전 KFA 3급 지도자 강습회에서 지도자 한 분이 나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강사님! 저는 프로 출신도 아니고 대표팀 출신도 아닌데, 과연 좋은 팀을 맡을 수가 있을까요?” 라고 말이다. 나는 그 지도자 분께 “선생님이 말씀하시고 생각하시는 좋은 팀이란 어떤 팀을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다시 질문 드렸다.
그렇다. 좋은 팀이란 어떤 팀인가? 좋은 팀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전에 김남표 강사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지도자는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실패할 것이며, `준비를 실패했다면 실패를 준비한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선생님께도 나는 똑같은 말씀을 해드렸고, 예전 내 경험담과 지도자로서 필요한 부분을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나도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 지도자를 모집하는 학교에 이력서를 냈을 때를 돌이켜보면 프로 출신 또는 대표팀 출신을 많이 선호했고, 그러한 것에 안타까워한 적이 있었다.
과연 화려하고 우수했던 선수 시절의 경력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가. 물론 그런 경력의 지도자가 팀을 맡게 되면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도 될 것이며, 좋은 선수를 만들어서 좋은 팀을 만든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도는 과거의 화려함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선수와 지도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지도란 축구에 대한 지식과 실력, 그리고 지혜와 열정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머리로는 지식과 지혜로, 가슴으로는 사랑과 열정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도 철학이다. 가끔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하셨던 선배님이나 친구들이 유소년 지도자 경험이 없으면서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에 대해 비판 아닌 비판을 할 때면 나는 솔직히 이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유소년 지도자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초등학교마다 찾아 다니면서 점심 시간에 나가서 공 차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스카우트를 하기 위해 부모님과 몇 번의 통화를 하고 만나서 사정해야 하는지, 이런 과정을 통해 수많은 자존심에 가슴 아파하면서 선수들을 지도해 본 적이 있는지, 얼마 되지 않는 월급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까지 챙겨가면서 부모의 역할까지 해본 적이 있는지 말이다.
우리는 일선에서 고생하고 노력하고 계시는 유소년 지도자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분들의 피땀 흘린 노력과 정성이 없었다면 한국축구의 현재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마지막 3편에서는 스페인 축구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 3편에 계속...
글/사진=하혁준(KFA 전임강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