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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o.1여행매니아 원문보기 글쓴이: 낭만 자객
<전편 줄거리>
워털루 역으로 간 낭만자객과 올드보이.. 그리고 자칭 여행천재 소녀들은 간신히 열차에 오르게 되고...
유로스타는 빠른 속도로 벨기에로 향하는데....
"The train arrives 어쩌구 저쩌구.."
열차에 탄지 5분도 채 안되서 잠이 들어버렸던 나는...
열차 도착 5분전에 나오는 방송을 듣고 나서야 잠에서 깨었다....
런던을 벗어나 벨기에에 도착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거는
여자 안내원의 안내방송이 불어로 나오는 것 때문에 알게 되었다.
"어쩌구 저쩌구... 메르시 보쿠.."
한국사람들이 멸치볶음 이라고 얘기하는 고맙습니다의 뜻인 메르시 보쿠만 들렸지만...
역시나 불어로 말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지역은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
자칭 여행천재 소녀들과 올드보이는 이미 먼저 열차에서 내려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자 자칭 여행 천재 소녀들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오빠~ 죄송해요...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화가나거나 슬픈일도 잘 까먹어버리는 나는 그녀들에게
짧막하고 간결하게 대꾸해주었다.
"유어 웰컴~"
그녀들은 내 농담을 듣더니....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중국소녀를 닮은 유어웰컴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했다.
"뭐예요~~~!!! 그건 실수였다니깐요..."
브뤼셀 역...
우리는 일단 런던에서 남겨온 파운드를 벨기에 역 환전 창구에서 바꾸고 나서.....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우리가 가기로 한 숙소는 가이드 북에 나와있는 YH Brussel...
하지만. 가이드 북에 나와있는 숙소를 찾아가기 위한 벨기에 약도는 굉장히 알아보기 힘들었다.
일단 브뤼셀 역에서 나온 우리는 벨기에의 공기 냄새를 쭉 들이마셨다..
"후~우~~~~~~~~~~ 찌린내........."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비가 왔는지 바닥은 축축히 젖어있었고...
역 주변에는 쓰레기 더미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자칭 여행천재 소녀들은 지도를 펼쳐들고 확신에 찬 말을 내뱉더니 앞장서기 시작했다..
"흠.... 역이 이 방향이니깐... 동쪽이 이쪽이고.. 남쪽이 이쪽이니깐... 오빠.. 이쪽으로 가면 되요.."
훗...그렇게 30분을 걸었나...
자칭 여행 천재 소녀들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빠... 이 쪽이 동쪽이 아니었나봐요..."
난 그녀들의 팔을 뻗어서 그녀의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바로... 프로레슬링 WWF 에서 흔히 볼수 있는 기술이자 영화 '반칙왕'에서도 소개 되었던 기술인
'공포의 해드락' 을 그녀들에게 직접 체험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우린 다시 30분을 걸어서 브뤼셀 역 앞으로 왔고....
이번에는 내가 지도를 펼쳐 들어서...
자칭 여행 천재소녀들에게 진정한 여행천재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훗...
그렇게 1시간을 걸었나.....
무협소설에서 나오는 오진법을 누군가 걸어 놓았는지...
한 참을 걸었는데 우리의 출발지였던 브뤼셀 역 이 보였다....
자칭 여행 천재 소녀들은 내 목에 그녀들의 팔을 휘감으며 '공포의 해드락' 을 내게 선보일려고
했지만 그녀들보다 월등히 키가 큰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지나가는 외국인들한테 숙소이름을 보여주며 길을 물어보기로 했고...
벨기에 사람들은 친절하게 우리에게 숙소약도를 보더니 머리를 살짝 긁으며
친절하게 나름대로 길을 알려주었다....
"저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가서... 쭉 가서.. 왼쪽으로가서 쭉 걸어요.."
저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가서.. 쭉가서.. 왼쪽으로 가서 쭉 걷다보니깐...
이젠 지긋지긋해져버린 브뤼셀 역이었다..
해는 이제 자취를 감추었고..
20KG짜리 배낭은 어깨를 짓누르고 있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요동을 치고 있었다..
우린 브뤼셀 역 앞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그냥 다른 나라로 갈것인가... 아니면.... 계속 숙소를 찾을 것인가...
그리고, 잠시 우리가 브뤼셀 역 앞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을 순간에..
검은 머리의 한 여자가 우리를 지나쳤다....
난 넌지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코리안???"
가녈픈 어깨로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던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벨기에 에서 2틀 묶고 네덜란드를 가기 위해서 브뤼셀 역 에 온 그녀는...
우리가 숙소를 못찾고 브뤼셀에서 헤메고 있다고 하자..
우리가 가려고 하는 숙소가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그녀에게 우리가 가려는 숙소를 알려주자...
그녀는 차분하고 단아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짧막하게 얘기했다.
"여기 내가 묶었던 숙소인데..."
우린 마치 2002년 월드컵..
16강 이탈리아 전에서 안정환이 골을 넣었던 순간처럼....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함께 고생을 한 동료는 서로에 대한 친밀감이 더욱 두터워 지는 법...
우린 한 껏 고조된 기분으로 네덜란드로 혼자 떠나는 그녀가...
약도를 그려주면서 까지 알려준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는 우리가 지나쳤던 거리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간판이 눈에 잘 띄지 않은 곳에 붙어있어서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것이었다....
유스호스텔 안은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에 나오는 기숙사 마냥 넓으면서도 깔끔했다.
한국에서 유스호스텔증 을 만들지 않고 온 나는 올드보이와 자칭여행천재소녀들보다
요금을 살짝 더 얹어주고 4인실 방을 얻어서 들어갔다...
방 안도 초록과 갈색으로만 되어있어서 그런지 차분하고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우린 일단 짐을 풀고 허기가 진 배를 달래기 위해서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대학교에서 사진 동아리에 가입한 자칭 여행 천재 소녀들은 자기 얼굴들 만한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방을 나섰고..
올드보이는 조그만한 디카를 주머니에 넣고 방을 나섰고...
나 역시 카메라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트라이포드를 챙겨서 방에서 나왔다...
이 골목.. 저 골목을 10분 정도 걷다보니 넓은 광장이 눈 앞에 펼쳐졌고..
뒤를 돌아서 고개를 들어 보니..
가이드 북에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위고가 극찬했다고 써있는 그랑쁠라스의 야경이 내 눈안에 들어왔다.
폭은 넓고 높이는 높은 그랑쁠라스의 야경을 담기 위해...
나는 그랑쁠라스 광장 중앙에다가 트라이포드를 가장 낮게 하여 세운다음 카메라를 올렸다....
그리고...카메라 셔터를 마치 사격할 때 방아쇠 당기듯 숨을 죽이며 살짝 눌렀다.
<그랑쁠라스 광장 중앙에 있는 브뤼셀 시청사 야경>
내 옆에서 트라이 포드 없이 그랑쁠라스 의 야경사진을 찍고 있던 자칭여행 천재소녀들은..
자꾸 사진이 흔들려서 나오는지 사진을 찍었다가 다시 지우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다.
난 일어나서 흙이 묻은 팔꿈치를 털면서 그녀들에게 얘기했다.
"트라이포드 쓸래?"
그녀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나처럼 바닥에 누워서 트라이포드에 자신들의 카메라를 올려놓고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이 흔들림 없이 찍히자 그녀들의 자신감은 충만해졌고...
그녀들의 주특기인 자화자찬 토크시간을 즐겼다...
"우와.. 이 사진 진짜 이쁘지???."
"정말 잘 나왔다.. 근데..내 사진도 이쁘지..??"
"응... 진짜 잘 나왔다..우와.. 역시 사진은 찍는 사람이 중요하다니깐.."
"그러니깐..호호호"
나와 올드보이는 조용히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고... 가이드 북에서 알려준 식당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때...
"턱~~~~~~!!!"
그녀들의 들떠있는 목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가 섞여 들렸고...
그 둔탁한 소리와 함께 푸우닮은 아가씨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져서 들려왔다.
"헉....!!어머 어머..어떻해... 어떻해...어떻하지?? 어떻하지?"
우리 앞에 있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당황하면 한 단어를 두번씩 말하는 습관을 지닌 푸우를 닮은 아가씨에게 쏠려있었고..
나와 올드보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둔탁한 소리의 근원지를 확인했다.
그랑쁠라스 광장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녀의 비싸 보이는 카메라...
푸우를 닮은 아가씨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카메라를 줍지도 않고...
경직된 자세로 나와 올드보이.. 그리고 유어웰컴을 번갈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유어웰컴이 카메라를 집어서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고...
카메라를 작동해 본 푸우를 닮은 아가씨는 웰컴 투 동막골 에 나온 강혜정처럼 실실 웃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하하하하~~ 고장났네... 하하하하"
웃고는 있지만 우는 것보다 더 슬퍼 보이는 그녀에게 우리는 어떠한 위로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긍정적 사고의 소유자였다...
금방 안 좋았던 표정을 뒤로 감추고... 평소처럼 웃으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에이.. 잘 됐어.. 사진찍기 귀찮았는데... 잘됐다... 오빠.. 빨리가요.. 배고파요.."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려주고..식당가로 발걸음을 걸렸다..
<브뤼셀의 식당가.. 올드보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브뤼셀의 식당가는 식당들이 서로 다닥 붙어 있고 식당 앞에는 삐끼들이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어서 마치 한국의 먹자 골목처럼 느껴졌다.
식당 들 대부분의 주요리는 홍합요리였는데... 가격 대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우리는 서로 무언의 합의하에..주요 식당가를 벗어나서...
가격대가 저렴한 이탈리안 피자가게에 들어갔고..
피자 한조각과 콜라 한 잔을 시켜서 허기를 달랬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고....
자칭 여행 천재 소녀들은.....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며 호스텔 안에 있는 전화부스로 갔다.
유럽에 와서 메일로만 연락을 했던 나도 이 참에 가족에게 전화를 걸기로 생각하고...
공항에서 산 전화카드를 꺼내고 공중전화기 수화기를 들었다.
공중전화카드에 써있는 대로 하자.. 신호음이 울렸고..
내가 한국에서 해드렸던 아버지 컬러링 (My Heart Will Go On - 타이타닉 ost) 이 흘러나왔다.
난 마치 군대 신병 때 부모님께 전화하는 심정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잠시 뒤...
아버지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멀리 떨어져 있으면 무뚝뚝한 목소리도 왜 이리 정겨운건지.......
난 반가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버지... 저예요..."
그리고 곧바로 여자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수진자께서....전화를 받으실 건지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안내원의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바로 다시 들려왔다.
"수신자께서 거부하셨습니다...다음에 또 이용해 주십시오..."
훗....
유럽에 가서 무슨 일있으면 전화하지말고 메일로 남기라던 아버지...
말보단 실천이 중요하다던 아버지....
자식에게 몸소 보여주신 아버지..
참으로 존경스럽 옵나이다...
브뤼셀의 밤하늘에는 이상하게도 별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편에 계속
<다음 줄거리>
낭만자객과 올드보이.. 자칭 여행천재소녀들은... 벨기에에 하루 더 있기로 하고...
동화에 나올법한 도시, 브뤼주로 가기로 한다....
ps. 싸이월드를 만들었어요.. 사진만 구경 하시고 싶으신 분은 놀러오세요..^^
http://www.cyworld.com/hollywoodgogo
첫댓글 진짜 진짜 재미있다. 여행가고프다. 유럽여행~ 로또가 되지 않고서야 갈수 있으련만..더 늙기전에 울딸들하고 함가고프다. 낭만자객...멋진넘이네..부러워...근데..명숙아...빨리줌 올려주라....글을 어찌나 재미있게 쓰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