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우체국 민영화 대신 직원들 소유로?
가끔 우리나라에서도 우체국 같은 공기업을
민영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정부는 우체국을
수천 명의 우체국장, 나아가서
종업원들의 소유로 만들려고 한다는군요.
무슨 일일까요.
364년이나 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우체국(UK Post Office)은
자국 내에 1만1000여 개의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가 소유이지만
우편물 배달은 이미 민영화했으며,
연금 지급이나 여권·운전면허증 신청 등
공공 서비스를 관리한답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영국 내각은
우체국에 종업원 소유권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영국 기업통상부는
경영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요.
2014년 영국 정부가 EOT라고 하는
종업원 소유권 신탁을 도입한 뒤
불과 10년만에 직원 소유기업이
1800개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EOT는 우리의 우리사주제와 달리
노동자 대신 회사가 모든 자금을 부담하죠.
세제 혜택이 풍부하기 때문에
특히 중소기업에서
승계 방안으로 자주 활용할 정도입니다.
사실 영국 정부가 우체국에
노동자 소유권 모델을 도입하려는 배경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영국 우체국은 2000년대 들어서
연이은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호라이즌 IT 스캔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무려 20세기 말엽, 영국 우체국은
새로운 회계 소프트웨어
‘호라이즌’을 도입합니다.
그런데 호라이즌의 결함으로
데이터 처리가 잘못되고
그 여파로 2015년까지
900명 이상의 우체국 지점장들이
절도·사기 등으로 기소되기까지 했어요.
회계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수백 명이 무고한 죄를 뒤집어썼으니
그 여파가 얼마나 컸겠습니까.
법정 소송, 형사 유죄 판결,
생계 위기와 집 상실, 부채, 파산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어요.
2020년경 법원이
100건의 유죄 판결을 뒤집었고
의회 입법까지 있었지만,
아직도 배상이나 소송 문제로
심각한 후유증이 남아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4년 1월에는
우체국 회장이 해고되었습니다.
CEO마저 자신의 연봉을
과도하게 올리려 하다가
문제가 되자 사임을 발표했어요.
영국 우체국의 지배구조와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셈입니다.
이쯤 되자 영국 현지에서는
각종 스캔들과 구설수로 위기에 오른
우체국의 소유권 모델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증가하고 있답니다.
영국 정부는 종업원 소유권이
우체국 체질 개선에
의미가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한 영국의 종업원 소유기업
간부가 강조합니다.
“종업원 소유권 신탁, 즉 EOT를 통해
직원들이 비즈니스 운영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요.
종업원에게 발언권을 부여해서
회사와 공동체가
더 번영하는 미래를 맞이하고
개인의 계발이 원활하다는 점이
(종업원 소유권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우체국이 포함된
노동조합 영국 통신 노동자연합,
즉 CWU의 간부도
조심스럽게 지지 의사를 밝힙니다.
“우체국 이사회의 지속적인 하향식 업무가
지금의 위기를 가져왔어요.
CWU는 당연히
노동자 협동조합의 개념을 지지하지만
먼저 거버넌스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최전선 공공 서비스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전략적 의사결정에
더 많은 발언권을 가져야 해요.”
국영기업인 영국 우체국이
전면적으로 종업원 소유가 되기란
어려운 점이 많을 겁니다.
다만 내부 사정에 가장 정통한 직원들이
일부 소유권을 가지고,
발언권과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끝으로 우리나라도
공기업의 민영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곤 하는데
영국 우체국의 사례는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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