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솔로(FREE SOLO)’라 하면 일반인들은 ‘혼자만의 자유로움’ 혹은 좀 과장해서 ‘자유로운 영혼의 호젓함’으로 여길 수 있을 텐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산악인 특히 암벽등반가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평이라는 평범한 공간을 벗어나 수직의 공간에 이르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이 암벽등반의 매력 중 하나이기에....
수직의 바위벽에서의 자유로움이야 (특히 로프 등 어떠한 안전장비 없이 중력을 거슬러 오르는 허공의 자유로움은, 한순간의 실수도 추락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 다음의 평화로움은) 평범한 이들, 평범한 등반가들이 쉽게 닿을,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일 텐데, <프리 솔로>에 그 실마리랄까, 영역이 잘 묘사되어 있죠.
이 책은 지난해 봄 서울에 다녀오면서, ‘도서출판 몽블랑’보다 훨씬 견실하고 읽을만한 책을 많이 내고 있는 산악서적 전문 출판사 ‘하루재 북클럽’에 (출판사 대표님의 출판 의지나 지향점은 존경, 공감하고 높이 샀지만 왠지 제가 읽고픈 종류의 산악 서적이 적은 편이라 좀 늦게) 회원으로 등록하며 들고 온 몇 권의 책들 중 한 권입니다.
이제껏 아껴, 실은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한 걸 요즘 페이지를 거의 다 넘기고 있습니다. (십여 장 남기고 있는데, 모든 페이지를 다 넘기고선 또 어떤 느낌일지 여지를 남기는 재미도 가져봅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알렉스 호놀드하면 암벽등반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알만한 최고의 암벽등반가로서 수 천 길 낭떠러지의 바위벽 난코스도 자일 같은 안전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오르는, 단 한 번의 추락도 사망으로 이어지는 프리 솔로 등반의 대가이죠.
그의 등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 손에 땀이 젖을 정도로 아찔하고 심지어 소름까지 돋기도 하는데, 제 자신 고교시절부터 암벽등반을 하고 즐기긴 했지만 이제껏 눈 덮인 산들이나 조금 오르다 보니 암벽등반에서 그가 추구하고 있는 수준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조금은 프리 솔로 등반이랄까, 그의 등반세계를 엿보고 그가 바위벽에 붙었을 때의 집중상태를 조금은 느낀다거나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산에는 잘 다녔고 암벽등반도 잘했구나 싶습니다.
몇 년 전 어깨 근육 이상으로 한동안 암벽등반과는 거리를 두면서 이 기회에 수 십 년 혹사한 몸을 보링 즉, 재정비한다는 차원에서 숨쉬기 운동이나 하고 있지만 슬슬 몸이 근질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한편 이 책 곳곳에서 대면하는 익숙한 이들의 근황이랄까, 뒷이야기들을 접하는 재미도 제법 솔솔합니다.
저의 오랜 번역책 <왜 산에 오르지>나 <위험의 저편에>에 소개된 십여 명의 주인공들뿐 아니라 실제로 제가 만나본 서너 명의 클라이머들 이야기까지 접하니 더욱 현실감 있게 읽히고 있습니다.
주인공 호놀드가 실제 프리 솔로 등반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많이 남겼다고 하는데, 이제껏 그런 걸 찾아볼 시간도 없었고 왠지 동영상에는 흥미가 없어 아직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영화보다 원작(책)이 낫다는 그런 취지로 호눌드의 프리 솔로 동영상을 보지 않은 건 아니며 그저 번잡하게 둘 다를 같이 접하고 싶지 않을 뿐이죠.
호놀드 자신도 언급했듯 칠팔십년대 혹은 팔구십년대 선배들의 노력과 열정, 영향으로 현재의 최고 영역(기량)에 이를 수 있었다고, 여하튼 그가 좀 더 인간한계의 영역을 넓혀주길 희망하며 결코 추락만은 하지 않고 그가 좋아하는 암벽등반을 오래도록 즐기길 희망합니다.
젊은 한 때였든 바로 지금이든 누구든 자신만의 세계에 매진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 정점에서 앞장서는 이들의 분투 모습에 박수 치고 많은 성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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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책 표지 사진만 봐도 쫄깃 후덜덜합니다.😳
저도 요즘 아주 재밌게 집중해서 열독 중인 책이랍니다...
허선생님이 번역한 <위험의 저편에>를 통해 알게된 등반스타들... 제프 로우, 로얄 로빈슨, 워렌 하딩, 린 힐, 등의 이야기가 있어서 반가웠답니다.
<하루재클럽>에서 펴낸 등반 서적들 중 마음에 드는 몇 권을 사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회원은 아니구요...
요즘 운동하는 장소를 우이동에 있는 실내암장으로 옮긴 후로... 산서와 등반에 관련된 우이동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된답니다.^^
허선생님의 <도서출판 몽블랑>만큼은 아니라도...
순수하고 질 높은 산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재 북클럽> 사람들의 모습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답니다.^^
ㅎㅎ 설은 잘 쇠셨나요? 저희 출판사야 뭐... 부끄럽습니다. 우이동으로 암장을 바꾸셨군요. 우이동 사람들의 우의랄까 우정이 그립습니다. 사이좋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ㅎㅎ 위 책도 재미나고 즐겁게 일독하시길 희망합니다. 요즘은 보닝턴 책을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