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에너지, 두 가지 요소가 만나 조화를 이룬 소솔집. 설계단계부터 에너지 효율에 대한 고려와 열 새는 곳 없는 꼼꼼한 시공이 만나 탄생한 이 주택에서 젊은 건축가와 열려 있는 건축주의 생각을 들어본다.
HOUSE PLAN
- 대지위치 : 경상남도 남해군
- 대지면적 : 598㎡(180.89평)
-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1층
- 건축면적 : 182.83㎡(55.31평)
- 연면적 : 230.92㎡(69.85평)
- 건폐율 : 30.57%
- 용적률 : 19.81%
-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6.75m
- 공법 : 기초- 철근콘크리트구조 mat기초
지상- 철근콘크리트구조
- 구조재 : 철근콘크리트
- 지붕재 : 철근콘크리트, 외단열, 우레아 코팅, 페인트 마감
- 단열재 : THK200 스티로폼
- 외벽마감재 : 우레아 코팅, 페인트 마감
- 창호재 : 하이새시
- 건축비 : 3.3㎡(1평) 당 430만원
대지의 형태와 건물의 배치
소솔집은 문화 기획자이자 건축 교육자인 정소익 박사의 특별한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밀라노 유학시절 석유 가격 폭등으로 인한 운송업조합의 파업이 그것이다. 파업이 시작된 지 3일 후, 밀라노 시내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통해 건축주는 우리가 현재 당연히 받아들이는 생활 패턴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몸소 체험했고, 훗날 자족할 수 있는 생활의 터전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소솔집은 마을공동체에 기반을 둔 자족적 삶을 위해 건축주가 내디딘 첫 발걸음이다.
231㎡(약 70평) 규모, 각각 네 개의 주방과 욕실을 겸비한 소솔집은 태양열 난방과 태양광 발전설비, 보조용 화목 보일러를 포함하여 평당 430만원의 시공비용으로 완공되었다. 건축주와 건축가는 과도하지 않은 예산으로 사려 깊고 건강한 집이 충분히 가능함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특히 건축주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큰 역할을 했다.
소솔집은 건축주와 그의 부모님을 위한 집으로, 가변적인 세 공간으로 구성된다. 건축주 공간, 부모님 공간, 손님 공간. 건축주 공간과 부모님 공간은 기본적으로 동서로 길게 배치되고, 두 동이 남북으로 빗겨 살짝 맞닿아 있다. 두 건물의 남쪽 지붕 경사는 연간 태양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평균 각도로 기울어 있다. 손님 공간은 지역적 특성인 다랭이 논의 흔적이 바다를 향해 남아 있는 대지 조건을 활용하여 독립적으로 출입이 가능하게 계획되었다.
사용 용도에 따른 다양한 공간 구분 방법
건물의 주공간은 부모님의 생활공간으로 침실, 거실, 주방 및 식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모님 공간과 반 독립된 건축주 공간은 다락을 갖춘 스튜디오 형식으로 되어 있다. 다락은 사적인 생활공간으로, 지층은 서재와 작업실, 그리고 건축주가 운영하게 될 건축학교 워크샵 교실로 활용된다. 서울에서 평생 살아오신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귀촌에 대한 완충작용을 위해 아래층에는 손님용 공간 두 실이 들어간다. 친구도 초대하고, 손님도 받고, 여름에는 외국에 사는 작은딸 가족도 몇 달씩 와서 지낸다.
건축주 공간과 부모님 공간은 주방과 식당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부모님 공간과 손님 공간은 내부계단을 통해 이어져 손님 1호실은 필요에 따라 부모님 공간에 연결된 또 하나의 방이 되며, 손님 두 실은 필요에 따라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손님 공간의 지붕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작은 옥상정원으로 건축주 공간의 앞마당이 된다.
Episode 1 설계의 기초는 어머님의 스케치
건축주와의 첫 미팅, 정소익 박사와 어머님을 카페에서 만났다. 어머님은 수줍게 어제 그려보았다는 스케치를 꺼내셨다. 오랜만에 자를 찾아 모눈 노트에 그리신 그림은 평면도, 마스터플랜, 그리고 때로는 투시도가 합쳐진 그림이었다. 그 외에 거시적인 항목부터 사소한 항목까지가 적힌 리스트도 있었다. 그림을 보면서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머님께서 그런 배치를 생각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를 들어, 본채와 지붕이 덮인 복도로 연결된 손님방 두 개가 일자로 연결되어 있는 그림이 있었는데, 이 그림을 보면서 평생 서울에 살다가 갑자기 지방으로 이주하게 되는 어머님의 불안감 해소방법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열린 단면으로 가늠할 수 있는 단열재의 두께와 집의 구조
상층부 두 동 건물의 경사지붕 면적은 태양열, 태양광 설비가 딱 맞아 들어갈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지붕에는 3㎾ 태양광 발전 설비와 난방을 위한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되어 있다. 비상용 보조보일러도 화목 보일러를 사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했다. 각 창은 자연 환기가 원활하도록 계획되었으며, 열손실을 우려해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신경 썼다.
넷제로 에너지하우스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것인데, 단열효과가 단연 가장 중요하다. 소솔집에는 건물의 구조체 외부에 단열재를 부착하는 외단열시스템이 사용되었다. 열이나 한기가 집안으로 들어온 후 막는 내단열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원천봉쇄가 훨씬 더 효율적일 터, 이 집은 단 1㎝의 공간도 외기를 직접 면하지 않는다. 집의 구조체는 20㎝ 두께의 단열재로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도 단열과 자연환기에 의지하며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에어컨의 전력소비를 태양광 발전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Episode 2 스틸프레임 설치로 창틀도 매끈하게
태양 에너지와 화목 보일러, 그리고 자연환기의 에너지 흐름도
내벽이 콘크리트 노출로 별도의 마감이 없기 때문에 창틀을 어떻게 시공할 것인지 잘 생각해야 했다. 각파이프로 보강된 3㎜ 두께의 스틸프레임을 콘크리트 타설 시에 매립하여 정확한 사각형의 개구부를 만들 수 있었다. 5㎜의 여유만 두고 창을 짜서 넣으면 내부에서는 실리콘 코킹으로만 마감할 수 있다. 스틸프레임을 타고 한기가 내부로 들어올 수 있으니, 창틀을 내벽선보다 5㎜ 들여 설치하고, 창틀의 외부는 역시 단열재로 감싸 한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였다.
시공비 내역
- 기초 및 구조공사 98,800,000원
- 외장공사 45,400,000원
- 지붕공사 21,000,000원 (태양열?광 시공비)
- 내장공사 33,050,000원
- 욕실공사 6,500,000원
- 창호 및 도어공사 26,300,000원
- 설비공사 27,000,000원
- 전기공사 19,900,000원
- 조경공사 500,000원
- 기타공사 28,550,000원
- 총 비용 307,000,000원
Episode 3 특명! 집을 꽁꽁 싸매라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코 단열재이다. 집의 모든 벽과 지붕이 완벽하게 외단열로 보호되도록 설계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벽과 지붕이 만나는 곳, 건물의 여러 덩어리가 약간 어긋나게 만나는 곳, 출입을 위해 건물의 덩어리가 파인 부분 등 애매한 부분이 많이 있었으나, 결국은 단 1㎝의 누락도 없이 단열재로 집을 포장했다. 단열층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단열층 위에 스프레이로 뿌려 시공이 가능한 우레아(일종의 고무)로 마감했다.
완벽한 단열층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패널이나 기와같이 부착하는 마감재료는 적합하지 않았다. 목재 혹은 철재로 틀을 걸고 그 위에 부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지점에서 단열층이 끊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스프레이처럼 뿌려서 시공하는 재료를 찾던 중 워터파크 등에 주로 사용하는 ‘우레아’라는 재료를 찾아 외장마감재로 사용했다. 우레아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외단열 마감재보다 탄성이 월등하고 그 자체로 우수한 방수재이기도 하기에, 집을 단열재로 둘러싸고 지붕을 포함해 통째로 뿌리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붕에 별도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공정을 하나 줄이니 그만큼 예산도 절감할 수 있었다.
한정적인 예산에서, 건축가에게 가장 중요한 실험은 상식적이고 간단하며 효율적인, ‘건축주의 어머님께서 도면을 보셔도 이해할 수 있는 벽’을 만드는 것이었다. 벽은 콘크리트와 20㎝ 두께의 단열재, 우레아 코팅과 페인트로 만들어졌다. 물이 새지 않고 따뜻한 벽의 모든 기능이 이미 충족되었으니, 벽의 내부에는 석고보드도, 벽지도, 페인트도 추가하지 않았다. 설계 시 명시해놓은 대로 새로 산 깨끗한 코팅합판을 사용해 내부거푸집을 짜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있는 그대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