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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문에 대한 글이 진도가 너무 빠르다는 일부 서프앙들의 지적도 있고, 존경하는 예니아빠님이 야근을 하시는 관계로 한국의 명문가문 6편 "정일권가"에 대해서는 내일 쓰기로 하고 그 동안 하고 싶은 말 좀 해야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은 왜 나왔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노무현 대통령은 어차피 2년 6개월 후에는 정계를 은퇴하셔서 행복한 여생을 보낼 분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평소 성향으로 봤을 때 이런 중대한 제안을 할 경우에는 보통 자신의 정치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이것을 무슨 승부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노빠된 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월 말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만찬을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이 새로운 제안은 저의 전 정치 인생을 최종적으로 마감하는 총정리의 노력입니다. 결단이라고 스스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저의 정치인생을 이제 마감하고 총정리하는 단계에 들어서서 이제 제가 해야 될 마지막 봉사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를 위해서 필요한 도전이 있으면 도전할 것이고 필요한 기득권의 포기 희생의 결단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 정치 인생의 완결판 같은 것이다. 진지하게 정치를 하면서 보니까 정치 입문 초기에 중시했던 노선이나 이념보다는 정치문화, 정치구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치문화, 정치구도가 성숙한 나라가 서유럽, 북유럽과 같은 선진정치를 하고, 정치문화, 정치구도가 미숙한 나라는 중남미와 같은 후진정치를 하고 있다는 진단을 한 것이다. 유시민의원이 우리 모두 앙시앵 레짐의 자식이라고 했다. 나는 앙시앵 레짐의 자식이 아니라고 펄쩍뛰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지만, 펄쩍 뛸 때는 상대의 말을 유심히 듣고 반발을 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이 후진적 정치문화, 즉 역사적 분열의 상처를 안은 채 정치적 분열의 열병을 앓는 미성숙한 정치구도 속의 일원이라는 뜻이다. 사실 아닌가? 한나라당을 미워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미워하는 것으로 우리는 생각하지만, 한나라당 지지자도 우리당에 대해서 미워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미워한다. 서로를 협력적 경쟁상대로 보는 게 아니라 죽기 살기식의 살벌한 감정싸움만 난무하고 있다. 그러니 정치는 실종하고, 패거리 싸움만 남는 것이다. 이 신물나는 정치문화가 지난 20년 동안 지역주의 정당에 의해서 그대로 이어져 온 것 아닌가? 앞으로 전혀 이 상태로 가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런 극단적인 대립과 분열을 방치할 경우 향후 한국 사회의 발전에 항구적인 암초로 작용할 것은 뻔한 일 아닌가? 따라서 이 시기 책임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지역주의를 이대로 두고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지금 우리의 선거판은 마치 기적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노무현대통령은 박근혜씨를 만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의 제안이) 지역구도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선거가 있을 때마다 지역감정을 부추기지 말라고 언론도 주장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면 방송은 지역을 색깔로 나눠서 이 지역은 이 당이 싹쓸이하고 저 지역은 저 당이 싹쓸이하고 결과가 몇 개의 예외가 생겼는지가 관심입니다. 어디서 기적이 나타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노무현대통령은 이 대결적 사고, 분열적 사고를 극복하여 한국 정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자기희생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치구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제도부터 바꾸는 것이 필수적이다. 제도만 바뀌면 한국 정당질서 자체가 재편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응할 리 없으므로, 가지고 있는 것은 권력밖에 없으니 자신의 권력을 내놓고 선거구제 개편 논의의 제안을 한 것이다. 아니, 사람들이 왜 이것을 이해하지 못해가지고 엉뚱한 소리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맨날 중남미식 후진정치를 해야 하나? 적어도 국민들의 민생이 중심적인 의제로서 다루어지는 생산적인 정치로 변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럴려면 허구헌 날 밥만 처먹으면 전라도, 경상도 나눠서 싸우는 이 지긋지긋한 양당구조는 혁파되어야 한다. 열린우리당 이인영의원이 양당구조가 민주화의 성과라고 얘기하지만, 어차피 예전부터 양당구조였다. 박정희, 김대중 후보가 붙었던 71년도에도 양당구조였다. 어째서 양당구조가 민주화의 성과라는 건가? 이승만, 신익희가 붙었을 때도 양당구조였다.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다당제가 필요하다. 현재의 양당제는 서로에 대해 서로가 공포감을 조장하고, 서로의 적대감에 기반하여 강요된 측면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한나라당도 분화해야 하고, 열린우리당도 분화해야 한다고 유시민의원은 주장한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 안에도 열린우리당으로 가버리라고 당내에서 비판받는 사람들이 붙어있고, 열린우리당에도 한나라당 인사들만큼 보수적 사람들이 있다. 모두 지역으로 갈라져서 잡탕짬뽕처럼 어울려 그 안에서 또 죽기살기식으로 싸우고 있다. 같은 당 안에서 왜 죽기살기식으로 싸워야 하지? 분화하는 것이 정직한 거 아닌가? 그런데 왜 분화를 못하는가? 제도 자체가 분당해가지고는 살 수 없는 구조니까. 따라서 제도적 변화를 통해서 이념과 노선에 따른 정치인의 이합집산을 촉진하자는 것이 노무현대통령의 구상인 듯하다. 이건 무슨 흉계도 아니고 음모도 아니고 승부수도 아니다. 단지 정직하고 상식적인 정치구도를 만들자는 뜻이다. 국민이 먹고사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와 이론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생산적인 정치문화를 만들자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가 변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부터 자신의 기득권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모든 정치인들에게 자기희생의 결단을 촉구하는 거다. 새로운 정치는 국민의 요구이자 역사의 흐름이라고 간파한 거다. 따라서 이 판국에 시뮬레이션이나 하고 계산이나 하는 짓은 다 미친 짓이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가능성만을 셈하는 정치로는 새로운 정치를 열어 나갈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열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의 과제를 직시하고 과거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때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2003년 5월 19일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이런 말씀도 하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와 혁신을 이루려는 우리 모두의 의지입니다. 낡은 것에 안주하려는 타성 속에서는 창조의 에너지가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에게 역사의 창조자가 되라고 주문하시기도 하셨다.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기 희생의 결단과 불이익을 무릅쓰고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길은 항상 낯설지만 새로운 역사가 되고 나면 그 길은 다시 익숙한 길이 됩니다. 그런데 이 판국에도 유치한 계산이나 하면서 끊임없이 살아움직이는 유기체같은 정치를 정태적으로 관찰하고 이해관계나 따지는 놈들은 도대체 뭐하는 자식들이냐 이 말이다. 유시민 의원의 말씀도 의미가 있다. 무엇이 두렵습니까? 열린우리당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이 망합니까? 어떤 분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이 없어지면 대한민국이 망합니까? 그 당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나 안 망합니다. 이제 한단계 새로운 선진정치를 향한 제도적, 문화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수구세력과 개혁세력의 최후의 결전 운운하면서 사기 칠 건가? 이제 약발이 안 먹힌다. 이런 식으로 가면 2007년 대통령선거는 전라도와 경상도 간의 지겨운 싸움의 반복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될 게 뻔하다. 그런 지겨운 싸움에 또 다시 어떻게 국민들의 참여의 동력을 이끌어 내겠는가? 따라서 집권여당은 낡은 틀을 깨는 새로운 변화의 몸짓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그 출발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하는 것이다. 하되 자신들의 기득권을 모조리 집어던질 만큼의 결연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유시민의원의 주장이 상당히 마음에 와 닿는다. 죽기 살기로 정말 대통령선거 한 번 할 때마다 구국의 일전,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는 식으로 싸우는데 흥하지도 않고, 망하지도 않아요. 좀 잘 되고 좀 못 되는 거지. 그죠?? 이런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에 대한 갈망을 정치권이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고 협력적으로 사회경제적 이슈를 중심의제로 놓고 경쟁하는 정치문화, 수많은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가 폭넓게 반영될 수 있는 정직하고 상식적인 정치제도가 하루속히 정착되어야 한다. ⓒ쩜억개 |
첫댓글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서프용 노빠멘트-
좀 잘 되고 좀 못되는 거지....그렇구나~ 죽기살기로 생활정치 한다고 덤볐었는데...그저 좀 잘 되고 좀 못되는 일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