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절 정기 훈련법(定期訓練法)
공부인에게 정기(定期)로 법의 훈련을 받게 하기 위하여 정기훈련 과목으로 염불(念佛) 좌선(坐禪) 경전(經典) 강연(講演) 회화(會話) 의두(疑頭) 성리(性理) 정기일기(定期日記) 상시일기(常時日記) 주의(注意) 조행(操行) 등의 과목을 정하였나니, 염불 좌선은 정신수양 훈련 과목이요, 경전 강연 회화 의두 성리 정기 일기는 사리연구 훈련 과목이요, 상시일기 주의 조행은 작업 취사 훈련 과목이니라.
정기 훈련이라 함은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마음공부의 방법을 익히는 과정을 말합니다. 전문적인 방법을 익히는 이유는 정기의 과정을 마치고 가정과 직장에서의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이를 바탕으로 실행할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종사님의 재세시인 불법연구회 시절과 같은 농경시대에는 동선(冬禪) 하선(夏禪)이라 하여 동절기 하절기에 3개월씩 훈련을 하였는데 이는 과학문명과 물질문명이 발달한 이 시대에 그렇게 적용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현실에 맞게 운용하고 있습니다만 그 기간들이 짧아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육타원 선진님께서 첫 정기훈련을 나려고 남색 치마 노랑저고리를 단정하고 우아하게 차려 입고 침모 김삼매화와 동행하여 총부에 오셨는데, 본관이 너무 좁아서 선을 나기가 곤란하자, 전음광 선진님이 당신의 사가(私家)를 쾌히 선방으로 내주었고, 여자 선객 11명이 제1회 정기훈련을 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육타원님은 선 나기 전만 해도 도도한데다 성질이 까다로와 신경질을 잘 내고 건강도 썩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육타원님은 대종사님을 깎듯이 선생으로 모시고 예를 지켰답니다. 여섯 살이나 손아래인 지도 교무 정산법사님께도 "오빠, 어떻게 일기를 고누나요."하며 묻기도 하였으며 공부에는 대단한 열의를 보였답니다. 얼굴에 짙게 하던 화장도 구르무를 바르고 마른 분으로 두드렸으며 한 집에서 공부하는 권동화가 "형님이 저보다 더 젊어 뵈니 워쩌요"할 정도로 법동지들과도 가까워졌구요.
육타원님은 선을 나면서 노인에게나 젊은이에게나 예의를 지켜 다숩게 대할뿐 아니라 무슨 일에든 열성으로 모범을 보이셨답니다.
훈련과정은 새벽에 좌선을 두 시간 하였고 경전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부터 가르쳤으며, 하선에는 전부 부녀자들인데다 보통학교도 나오지 않은 대중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삼학중 정신수양을 가르치는데 '정'자는 어떠한 뜻이며 '신'자는 어떠한 뜻이라 가르쳐 그에 대한 연마를 하여 적어오게 하였고 그 연마한 것을 반드시 감정받게 하였답니다.
오후 시간에는 경전 일기 등을 익히게 하였고, 저녁에는 한 달 중 초순에는 강연, 중순에는 회화, 하순에는 염불을 실시하였으며, 염불은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였는데 입이 안맞아 '타불'할 때마다 죽비를 치게 하였답니다.
강연을 하는 것도 무엇하나 갖춰 놓은 것도 없이 사람만 모아놓고 연사가 나가서 하였는데, 연단도 없는 적나라한 자리에 둘러앉아 발표하였답니다.
육타원님은 정기훈련을 나면서 지병이었던 소화불량 증세가 많이 좋아졌고 속이 답답하여 피우던 삐죤도 끊고 은단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그녀가 서무부장 오창건 선진님이 물품구매차 솜리에 나가는 편에 은단인 가오루(銀丹 名品)를 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오후에 사왔는데 생선 가오리를 사 온 것입니다.
"가오루를 사오랬는데."
"이게 가오리가 아니다요?"
"은단 가오루 말입니다."
"은단은 또 뭐라요, 가오리라면 이것 뿐이지라우."
이왕 사온 것이라 모처럼 가오리로 대중공양을 잘 했다고 합니다.
석달 동안 선을 나고 해제날 사흘 앞두고 육타원님은 떠나기가 섭섭하여 눈물을 흘리며 보냈답니다.<육타원 종사 문집에서>
정기 훈련의 과목에는 마음공부의 근간이 되는 삼학공부를 전문적으로 익히는 11과목이 있습니다.
대종사 선원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재래 사원에서는 염불종(念佛宗)은 언제나 염불만 하고, 교종(敎宗)은 언제나 간경(看經)만 하며, 선종(禪宗)은 언제나 좌선만 하고, 율종(律宗)은 언제나 계(戒)만 지키면서, 같은 불법 가운데 서로 시비 장단을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다 계․정․혜 삼학의 한 과목들이므로 우리는 이것을 병진하게 하되, 매일 새벽에는 좌선을 하게 하고, 낮과 밤에는 경전․강연․회화․의두․성리․일기․염불 등을 때에 맞추어 하게 하며, 이 여러가지 과정으로 고루 훈련하나니, 누구든지 이대로 정진한다면 재래의 훈련에 비하여 몇 배 이상의 실 효과를 얻을 수 있나리라."【대종경 교의품 20】
대종사께서는 삼학을 따로따로 할 것이 아니라 병진하되 이들 여러 가지 과정으로 고루 훈련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마다 익혀온 습관이나 전생부터 지어온 업이 다 다를텐데 한쪽에 치우친 공부가 아니라 원만한 공부서 원만한 인격을 이룰 것입니다.
대종사께서는 정기훈련을 통해 공부하는 것을 소길들이는 것에 비유하셨습니다.
대종사 선원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의 입선 공부는 비하건대 소 길들이는 것과 같나니 사람이 이 세상에서 도덕의 훈련이 없이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자행 자지 하여 인도 정의에 탈선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어미 젖 떨어지기 전의 방종한 송아지가 자행 자지로 뛰어다닐 때와 같은 것이요, 사가를 떠나 선원에 입선하여 모든 규칙과 계율을 지켜 나갈 때에 과거의 습관이 떨어지지 아니하여 지도인의 머리를 뜨겁게 하며, 각자의 마음에도 사심 잡념이 치성하여 이 공부 이 사업에 안심이 되지 못하는 것은 젖 뗀 송아지가 말뚝에 매달리어 어미 소를 부르고 몸살을 치며 야단을 할 때와 같은 것이며, 매일 모든 과정을 지켜 나갈 때에 말귀도 차차 알아듣고 사심과 잡념도 조금씩 가라앉으며 사리간에 모르던 것이 한 가지 두 가지 알아지는 데에 재미가 붙는 것은 그 소가 완전한 길은 들지 못하였으나 모든 일에 차차 안심을 얻어 가는 때와 같은 것이요, 교의의 해석과 수행에 탈선되는 일이 없으며 수양력과 연구력과 취사력이 익어 가는 동시에 정신 육신 물질을 희사하여, 가는 곳마다 공중을 이익 주게 되는 것은 길 잘든 소가 무슨 일이나 시키면 잘하여 가는 곳마다 그 주인에게 이익을 주는 것과 같나니라. 이와 같이, 농가에서 농부가 소를 길들이는 뜻은 전답을 갈 때에 잘 부리자는 것이요, 선원에서 그대들에게 전문 훈련을 시키는 뜻은 인류 사회에 활동할 때에 유용하게 활용하라는 것이니, 그대들은 이런 기회에 세월을 허송하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여 길 잘든 마음 소로 너른 세상에 봉사하여 제생 의세(濟生醫世)의 거룩한 사도가 되어 주기 바라노라."【대종경 수행품 55】
대종사 선원 결제식에서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이 선원에 입선하는 것은 마치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것과 같나니, 사람의 육신에 병이 생기면 병원에서 의약으로 치료하게 되고, 마음에 병이 생기면 도가에서 도덕으로 치료하게 되는지라, 그러므로 부처님을 의왕(醫王)이라 함과 같이 그 교법을 약재라 하고 그 교당을 병원이라 할 수 있나니라.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육신의 병은 병으로 알고 시간과 돈을 들여 치료에 힘쓰지마는 마음의 병은 병인 줄도 모르고 치료해 볼 생각을 내지 않나니 이 어찌 뜻 있는 이의 탄식할 바 아니리요. 육신의 병은 아무리 중하다 할지라도 그 고통이 일생에 그칠 것이요, 경하면 짧은 시일에 가히 치료할 수도 있으나 마음의 병은 치료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면 영원한 장래에 죄고의 종자가 되나니, 마음에 병이 있으면 마음이 자유를 잃고 외경의 유혹에 끌리게 되어 아니 할 말과 아니 할 일과 아니할 생각을 하게 되어 자기 스스로 죽을 땅에 들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 천대를 불러들이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 고통을 만들기도 하여, 죄에서 죄로 고에서 고로 빠져 들어가 다시 회복할 기약이 없게 되나니라. 그러나, 마음에 병이 없으면 시방 세계 너른 국토에 능히 고락을 초월하고 거래에 자유하며 모든 복락을 자기 마음대로 수용할 수 있나니, 그대들이여! 이 선기 중에 각자의 마음병을 잘 발견하여 그 치료에 정성을 다하여 보라."【대종경 수행품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