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고생 끝에 볼밸브 수출 1,700만 달러 성과
삼진JMC : 정태희 대표이사
삼진정밀이라는 이름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삼진JMC를 설립했습니다. 새로운 회사를 만든 후에도 3년간 수출시장 개척에 엄청난 고생을 했어요.”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에 있는 삼진JMC 정태희 대표이사(57세)는 당시를 회상하다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혹독한 고생 끝에 2007년 제로에서 시작한 수출은 주력인 볼밸브를 중심으로 지난해 1,7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삼진JMC 정태희 대표이사의 원래꿈은 교수였다. 단국대 경영학과 석사 졸업 후 시간강사를 하면서 박사준비를 할 즈음에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꿈을 접고 부모님이계신 대전으로 내려왔다.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니 마땅히 할 게 없었다.부친이 가내수공업 수준으로 만들던 고무대야와 수도계량기 부품을 판매하는 일을 2년간 도왔다.
판매 일은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자신이 평생 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제조업을 하고 싶었지만, 경영학과 출신이어서 구체적인 업종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지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조언을 구한 끝에 수도계량기에 들어가는 밸브를 아이템으로 잡았다. 1991년 간신히 1,500만 원을 마련해 상하수도 밸브를 제조하는 삼진정밀을 창업했다.
상하수도 밸브 사업으로 시작
창업 이후 그는 낮에는 영업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고, 밤에는 일손이 모자라 직접 스패너를 들고 조립 작업을 했다. 직원 한 명과 둘이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성실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업은 자리를 잡아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상하수도 밸브 업계 1위를 차지할 만큼 이름을 날리면서 수출시장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해외 전시회다 뭐다 안 나가 본 데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돌아다녀도 견적의뢰서 한 장을 받지 못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수출시장을 전혀 몰랐던 거지요. 3년간 다녀 본 끝에 상하수도 밸브로는 수출시장을 뚫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상하수도 밸브시장은 이미 가격을 무기로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상태였다.
기술 수준이 훨씬 높은 석유화학용 볼밸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했다. 산업용 볼밸브는 일반수처리 밸브와는 다른 고도의 정밀도와 기술력을 요구했다. 그렇다고해서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기존의 삼진정밀로는 상하수도 밸브 이미지 때문에 곤란하다고 판단한 그는 삼진JMC를 새로 설립하는 과정에서만 몇십 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삼진JMC로 잘 나갈 것이라는 그의 기대는 단박에 무너졌다.
정 대표는 “상하수도 밸브를 만들던 기업이 석유화학용 볼밸브를 만든다니까 기술을 얕잡아봤다”고 말했다.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상하수도 밸브에서 받는 압력은 5~10kg 정도이지만 유화 밸브의 경우
는 압력이 100kg이 넘는다. 또한 상하수도 밸브가 고장 나면 수리해서 쓰면 되지만 유화밸브에 문제가 생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진정밀이 상하수도 밸브로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았지만, 석유화학용 볼밸브 시장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어요. 삼진JMC라는 신생 브랜드를 업계에서 알아줄 리가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