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2.0 -근대화의 미래

[하얀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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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2.0, 근대화의 미래
◎ 방송일시 : 2008년 7월 6일 (일) 밤 8시, KBS 1TV
◎ 연출/ 글 : 홍기호

「철은 국가다」
철강산업을 육성해 산업을 일으키고 그를 통해 국가의 富를 일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만큼 이 명제의 기본 의미를 철저히 실행에 옮긴 나라가 또 있을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포스코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그 자체가 한국 근대화의 역사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포스코의 탄생 및 발전과 그 궤를 함께 했다.

KBS 스페셜에서는 박태준 초대회장과 황경로 2대 회장 등 포스코의 창립 멤버들을 인터뷰,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되짚어봤다.
또 6년째 포스코를 이끌고 있는 이구택 회장을 24시간 밀착 취재했고, 굴지의 철강기업 신일본제철의 미무라 아키오 회장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세계 1위 철강기업 아르셀로 미탈, 세계 최대 자원회사 BHP 빌리튼(호주) 본사를 직접 방문, 취재했다.
이를 통해 철강업계에 불어닥친 대규모 인수합병 열풍, 자원전쟁 속에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 등 새롭게 대두된 외부의 위협 속에서 어떤 생존의 해법을 모색하는 지 살펴봤다.

한국의 성장 신화를 주도한 근대화의 주역들.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계속적인 자기 혁신을 한다면 내일의 성장을 도모하는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그것이 ‘근대화의 미래’이기를 희망한다.

* 포스코 2.0이란?
웹 2.0이 기존의 웹 1.0에 비해 개방성과 사용자 참여가 대폭 강화된, 혁신적인 변화를 의미한 것처럼, 포스코 2.0이란 ‘근대화의 주역 포스코’(포스코 1.0)가 모색하는 ‘미래로의 혁신적 전환’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 근대화의 초상『포스코 40년』
아무 것도 없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던 3無의 상태.
두 손에 쥐어진 것은 동해안 작은 어촌 마을의 거센 모래바람 뿐이었다.
제철소를 지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경제를 일으키는 유일한 방편이라고 판단한 박정희 정권은 선진국에서 차관을 조달해 제철소 건설을 모색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당연히 우리가 생각해봐도 한국 정도 없는 나라 거지 같은 나라에 돈 빌려주고 기술까지 제공해 주고 이렇게 되니까 어떻겠어요. 첫째 돈 빌려주고 못 갚아봐, 둘째 기술적으로 가르쳐줘봐야 저 무식한 놈들이 몇 번을 가르쳐 줘도 잘 모를거다. 그럼 우리는 다 날린다 이거야.
                                                             정문도/ 前 경제기획원 차관보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제철소 건설자금은 일본이 식민 지배에 대한 보상금조로 지급한 ‘대일청구권 자금’. 조상들의 피의 댓가로 하는 공사인 만큼 그 책임감과 부담감은 천근 같았다. 직원들은 일명 ‘우향우 정신’(만약에 실패하면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므로 우리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에 빠져죽자!”)으로 배수진을 치고 제철소 건설에 혼신을 다한다.

그 책임감이라는게 어마어마 한거야. 청구권 자금을 대부분을 쓰면서 철이 안나온다 그러면 어쩌겠어.
밤에 자다가도 끔찍해.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서 현장에 나가보곤 했지.
                                                                    박태준/ 포스코 초대회장


■ 철강업계의 포식자, 미탈의 위협
2007년 2월초. 포스코 본사에는 한 유럽인이 방문한다. 이름 롤랜드 융크, 철강기업 아르셀로 미탈의 고문이다. 그리고 이 시기를 전후해 포스코의 주가는 요동친다. 10개월 사이에 무려 2.5배가 된다. 아르셀로 미탈이 포스코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에 휩싸이면서다. 세계 최대의 철강기업 아르셀로 미탈. 생산규모 1억1000만톤. 포스코의 3.5배, 세계 철강 생산량의 10%에 해당한다.

새로운 기업 아르셀로 미탈은 세계적 대기업으로서 철강업계의 확실한 1인자가 될 것이다.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 미탈 회장

아르셀로 미탈의 CEO인 락시미 미탈은 인도 출신으로 개인 재산만 45조원이 넘는 세계 4위의 부자다. 세계 최대의 철강기업의 대표지만 그가 직접 지은 제철소는 하나도 없다. 오직 30차례가 넘는 인수합병을 통해서만 기업의 덩치를 키웠다. 20년 전만 해도 생산 규모가 포스코의 50분의 1 정도였지만 지금은 포스코의 3.5배를 상회한다. 20년 사이에 30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철은 국가’라는 말은 철강산업이 국가의 기간 산업인 동시에 국가 단위로 활동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탈의 등장은 이러한 통념을 완전히 바꾸었다. 아르셀로 미탈의 생산기지는 27개국에 걸쳐 있다. 아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를 자신들의 활동 무대로 삼고 있다. 미탈이 포스코를 노렸던 이유는 세계 철강의 40%를 소비하는,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다. 국민 기업이라고 생각했던 포스코가 자칫하면 외국 기업이 될 뻔했다.

저도 그 생각을 하면 식은땀이 나요. 사실은 지난 얘기지만 그 때 미탈이 아르셀로를 공격하지 않고 포스코를 공격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사실 무방비 상태였거든요. 돌이켜 생각하면 무방비 상태였다고요. 그러지 않기가 참 다행이죠. 다행입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

지금까지 경영자는 최대한의 수익을 올려 재무 구조를 건전하게 하고 주식시장에서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요한 임무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언제든지 휩쓸릴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기업경영을 해나가야 합니다. 기술력이 높고 수익성이 좋을수록 인수 합병의 좋은 대상이죠.
                                                           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


■ 자원전쟁의 파도, 포스코를 덮칠 것인가?
2000년 들어 중국의 급격한 경제개발로 철강재 수요가 폭증하면서 철광석과 석탄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석탄은 무려 200%, 철광석은 80%나 올랐다. 원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타격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엎친 데 덥친 격, 또 다른 매머드급 악재가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한 전 세계 철강업계의 시선이 최근 호주로 쏠려있다. 세계 제일의 자원회사 BHP 빌리튼이 업계 2위인 리오틴토의 인수 합병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세계 철광석 시장은 빅3가 70%를 점유하고 있다. 그 중 BHP와 리오틴토가 합병하면 한 기업이 무려 40%를 차지한다. 주식의 시가총액으로 따져보면 그 합병 규모를 더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자산 규모 417조로 세계 최대기업 엑손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아르셀로 미탈의 3배, 포스코의 9배 규모이다.

호주의 철광석 산업은 급격한 팽창을 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광물 자원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기업 활동은 더욱 왕성해질 것입니다.
                                                             이안 애쉬비/ BHP 빌리튼 사장

[공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