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번에는 팬들을 유혹의 도가니에 빠뜨릴 것인가. 원 포지션인 포수로 주전 자리에 도전장을 던지는 이성열(26. 두산 베어스)의 발걸음이 미야자키 전지훈련장을 달구고 있다.
2008년 이후 외야수나 지명타자로만 출장했던 이성열은 지난 시즌 후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지시 아래 다시 마스크를 썼다. 타구 포착 능력이 아쉬워 외야 수비 범위가 좁았던 데도 이유가 있으나 본래의 포수직을 수행하며 타석에서의 수싸움 능력도 발전시키길 바라는 기대감도 담겨 있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고 파괴력을 지닌 대형 포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며 2003년 LG에 2차 1순위(전체 3순위)로 입단한 이성열은 그동안 포수로는 확실히 검증을 거치지 못했다. LG 시절에는 주전 포수 조인성의 그림자에 가려졌고 2008년 6월 두산 이적 당시에는 우익수로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1루수 수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도전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08시즌 개막 전에는 LG의 주전 우익수로 낙점되었으나 선구안에서 크나큰 약점을 비추며 자리를 빼앗겼고 그해 6월 3일 이적 후 한 달 간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으나 2할3푼5리(68타수 16안타) 7타점에 그쳤다. 타구음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며 외야 수비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결국 이성열은 지난 시즌 후 팀 내 연습 경기서부터 포수로 출장했다. 포수 이성열에 대해 김 감독은 "다른 팀과 경기를 치르지 못한 상황이라 투수 리드를 객관적으로 평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포구나 블로킹 능력은 갖추고 있다고 본다"라며 신중한 가운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어깨 근력도 갖춘 만큼 송구 면에서도 큰 약점을 비추지 않았다는 것이 팀 내 조심스러운 평이다.
만약 이성열이 포수 자리에 제대로 정착한다면 이는 여러가지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일단 최승환(32), 용덕한(29) 등 기존 우투우타 포수진에 우투좌타 이성열이 가세한다는 점은 또 하나의 자극이다. 하위 타선 구축에 있어 더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기 때문.
또한 이성열이 제 포지션을 찾은 데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커다란 긍정 변수가 될 수 있다. 데뷔 이후 제 포지션인 포수로 확실하게 뛰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했던 동시에 최근에는 1루-외야 수비 연습을 병행하며 '주변인'으로 전락하는 듯 했던 이성열이었으나 현재는 고정된 위치에서 실력을 절차탁마 중이다.
"야구가 재미있어요. 그동안 낮은 볼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약점 보완에도 집중하고 있고 타격이 끝나면 다시 장비를 챙겨서 포수 수비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연속된 훈련이 힘들기는 하지만 제 가치를 다시 검증 받는다는 데 대해 선수 본인은 기분이 좋은 눈치.
기본적인 수비를 안정적으로 펼치는 동시에 시원한 라인 드라이브 형 장타를 양산할 수 있는 포수는 분명 가치가 크다. 국내 프로야구 1세대 수비형 포수 중 한 명인 김 감독으로부터 '포수 검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성열이 과연 올 시즌 1군 무대서 마스크를 쓰고 홈플레이트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