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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팀장과 같은 처지에서 후배에게 뜻 있게 실천해보자고 제안할 때
우리도 후배였던 때가 있습니다.
내가 후배 나이였을 때 어떠했는지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
지금 그 후배가 내 나이와 내 처지가 되었을 때 더 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정수현 선생님과는 일곱 살, 권대익 선생님과는 열두 살 차이가 납니다.
두 선생님 나이였던 20대, 30대 김세진을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습니다.
두 선생님과 비교 조차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1. 선배가 먼저 실천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① 재가복지(사례관리) 팀장 모임 '나마스테 포럼'의 추억
복지관 근무시절, 팀장으로 일할 때 재가복지팀장 모임을 만들었던 때가 있습니다.
'나마스테 포럼'이라 이름 짓고 한 달에 한 번 만나 자기 활동이나 공부한 바를 나눴습니다.
http://coolwelfare.org/bbs/zboard.php?id=namaste
당시 서울시립대복지관 김대심 팀장, 양천장애인복지관 리세형 팀장, 성민복지관 박경원 팀장,
춘의복지관 임성옥 팀장, 그리고 저. 이렇게 다섯 명이 모여 공부했습니다.
그때에도 후배들에게 뜻 있고 바르게 실천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을 함께 궁리했습니다.
일 년 정도 모여 공부한 뒤 각자 후배들을 초대해 우리 이야기 나눔을 듣고 바라보게 했지요.
아마 이때 이 열린 포럼 이름이 '복지사기단의 복지수다장'이었지요?
2007년 12월. 리세형 선생님 사진 |
다섯 팀장이 초대한 후배가 서른 명 넘게 모였습니다. 여러 후배와 인사했고, 서로 이렇게 좋은 동지가 있어 힘이 난다고 했습니다. 해볼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쉽게도, 다음 해에 각자 일터가 달라지고 바빠지면서 두 번째 나마스떼 수다 모임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당시 제가 초대하여 함께한 후배 말이 이렇게 바르게 실천하려 애쓰는 선배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기만 해도 힘이 된다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대충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선우 아니면 다미로 기억하는데... 은혜였나? 하나였던가?)
2. 함께 공부하기
처음부터 함께 공부합니다. 좋은 실천 사례집을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고, 눈높이를 맞추고, 관점을 같게 합니다.
'사례관리 실천 이야기'나 '사례관리 팀학습'을 함께 읽고 밑줄치며 와 닿은 내용을 낭독하고 소감을 말합니다. 꾸준히 이렇게 하기만 해도 나눌 이야기가 풍성합니다. 평소 나누는 이야기 소재가 달라지고, 식사 때나 회식 때에도 이런 이야기를 주제로 나누게 됩니다. 선후배 대화의 품격이 달라집니다.
'사례관리 실천 이야기' 책을 만들 때, 원고를 완성하고 난 뒤에 공동 저자와 원고 초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대담에 참석한 분들 모두 사례관리 팀장이었기에 '사례관리 팀장으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후배와 나눌지 물었습니다. 이미 이 책에서 후배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함께하자 할지 조금 다뤘습니다.
사례관리 팀장으로서
김세진:
세 분 모두 현재 사례관리 팀장님이신데,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어떻게 이 실천을 함께하자고 이야기하셨는지요? 또 어떻게 함께 실천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원혜진:
사례관리 팀장으로 발령받고 나서 팀원들이 많이 힘들어했어요. 과장님께 하소연하기도 했지요. 어떤 선생님은 따라갈 수 없다, 자신의 주장만 하고 들어주지 않는다, 원혜진 팀장의 사례관리 방식은 어렵고 즐겁지 않다…
그래서 하루는 과장님이 복지관 놀이터로 저를 불러내셨어요. (놀이터란 말에 모두 웃음) 커피를 사주시면서 방식을 바꾸면 어떨지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을 때, 오히려 후배들의 이야기를 자꾸 들어주면 안 된다고 했어요.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하는가, 우리 실천의 마땅함이 있는데, 관계 때문에 이를 버려야 하는가?
차라리 그 직원은 그만두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의 삶은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의 실천이 당사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데 그 직원이 마음 아플까 봐, 그래서 그 직원이 스스로 알 때까지 말 한마디 못하고 기다릴 수 없다, 나는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잘못 실천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고 강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팀원들과 제 생각을 진지하게 나눴어요. 오가는 차 안에서 나누고, 또 직접 당사자를 함께 만나면서 실천으로 보여주고.
당사자와 만나고 관계하는 일도 거리를 두고 사무적으로 만날 수도 있지만, 일단 서로 흠뻑 젖어보면 좋겠다고 했어요. 당사자에게 푹 빠져보자. 잘 안되더라도 그렇게 하면 그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거든요.
그런 뒤에 정말 주옥같은 일들이 우리에게 많이 생겼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그렇게 그 사회복지사가 당사자의 변화를 느끼자 무엇보다 사회복지사가 변했어요. 이게 진정 사회복지다! 재미있게, 뜨겁게 일하기 시작한 거지요.
그런데 그 선생님이 나중에 고백하는데, 처음 반년은 제가 너무 미워서 쳐다보기도 싫었데요. 그래서 제가 다시 물었지요. 어렵다고 할 때마다 알았다고, 기존에 해왔던 대로 하라고,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받아줬으면 어땠을까? 오기가 안 났을 것 같데요. 팀장이 몰아세우니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내가 맡은 가정을 팀장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내가 더 많이 만나고 있는데 내가 옳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들었데요. 그러더니 당사자를 만나는 자리에 저와 함께 가자고 제안하고, 함께 그 가정을 위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렇게 감사하게도 이 일들이 선하게 풀렸어요. 저도 그 과정에서 응원하고, 지지했지요.
김세진:
확신이 있으니 당당하게 나아갔군요. 사람을 도울 때의 마땅함을 중심에 두니 동료들에게도 자신 있게 설명하고 따라오라고 제안했네요. 이 책에 실린 에이미 씨 돕는 이야기가 생각나요. 그때도 이런 모습이었죠.
정수현:
원혜진 선생님은 무조건 따라오라고만 하는 팀장과는 다른 것 같아요. 마땅함을 설명하고 직접 보여주면서 이끌었으니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동료들을 설득했는데요, 처음에는 팀원들과 공부했어요. 일단 공부하면서 관점을 맞추려는 의도였지요. 그러다 팀장의 가치가 확고하면 팀원의 자율성이나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팀장이 원하는 정답만을 말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멈췄습니다. 팀원들이 오직 이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어차피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팀장의 방향을 좇게 되고, 또 팀장의 생각과 맞추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러니 이를 꼭 내세우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제가 쓴 사례관리 과정을 읽고 심지어 이런 이야기까지도 들었어요. 그건 글쓰기 나름 아닌가? 어떻게 진행하든, 글로 멋있게 포장하면 그만 아닌가? 그렇게 질문했던 선생님께 실제로 한 어르신을 도운 이야기를 글로 적어 달라고 부탁드렸고, 제게 글을 주면서 꾸며 쓴 것 같아 조금 불편하다고 하셨어요. 팀장님이 이런 방식을 원하니 그에 맞춰 강점, 관계 이런 표현을 의도적으로 쓰면서 정리했다는 거예요. 그 선생님이 평소 치매어르신 도운 걸 오래 지켜봤거든요.
그래서 물었어요. 하루에 20통, 30통씩 전화가 와서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해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 드리던데, 선생님은 가식이었나요? 어르신이 책 좋아한다고 하셔서 책 선물한 일, 가수 이미자 좋아한다고 하셔서 이미자 노래 구하기 위해 노력한 일, 그런 노력들이 선생님에게는 가식이었나요? 당연히 진심이었다고 하셨어요. 이처럼 어르신을 인격적으로 대하려는 마음은 특별한 게 아니라 이와 같다고 했지요. 그렇게 조목조목 설명하고 칭찬하고 응원했어요. 그 이후에는 아주 잘 해내고 있어요.
문미숙:
저도 동료에게 처음에 「사회사업, 인사가 절반입니다」와 같은 책을 선물했어요. 그런데 사례관리 업무가 바쁘다며 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에 함께 있을 때에도 제 경험을 이야기하고, 또 좋은 교육에 함께 가자고 제안하고 그랬지요. 그러자 팀장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선생님의 실천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어요.
기존의 해왔던 것처럼 당사자가 표현하는 욕구에 맞춰 적당한 서비스를 바로바로 연결하니, 일도 빨리 처리하고 또 뭔가 잘 되는 것 같아 뿌듯해 했어요. 반면 제가 일하는 방식은 당사자와 오래, 인간적으로 만나려고 하니 답답해 보였나 봐요. 또 제가 여자이니 남자 팀원은 일종의 자존심 같은 것도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한 가정이라도 이렇게 해보자고 꾸준히 제안했어요. 팀장이 하는 이야기니 어쩔 수 없이 따르더라고요.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있었어요. 그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사례회의 할 때 다른 가정 이야기는 재미가 없는데, 제가 제안한 방식으로 돕고 있는 가정의 이야기를 나눌 때는 즐겁고, 신이 난다는 거예요. 그 당사자와 자주 만나고 나눈 이야기가 많으니 당연히 회의 시간에 할 이야기가 많겠죠. 그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사자에 관한 관심, 이게 핵심인 것 같다는 거예요. 그다음부터는 아주 잘하셨어요.
얼마 전 시청에서 사례관리 관련 회의가 있었는데, 그 선생님께서 ‘당사자의 가족 관계를 우선 생각해야 하고’, ‘강점을 찾아야 하고’…,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내시는 거예요. 회의 끝나고 선생님 잘하셨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팀장님 덕이라고 하며 뿌듯해하셨고, 저도 참 뿌듯했어요.
이 선생님께서 개인 사정으로 이직을 생각하실 때가 있었는데, 당신이 만나 온 그분을 생각하면서 망설이셨어요. 인간적으로 만나 왔기에 그랬겠죠. 결국, 계속 일하기로 하셨는데, 그 선생님도 자신의 그런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셨어요.
한 가정만 해보자 제안했고, 그 한 가정을 뜻있게 도왔던 일을 응원한 결과 같아요.
정수현:
팀원들을 이끌고 가든지, 기다려주든지 중요한 건 팀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해 뜻을 찾게 돕는 것 같아요.
원혜진:
함께 일하는 게 좋아요. 퇴사한 후배 대신 그가 섬기던 가정에 갔는데, 그때야 그 후배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함께 일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요.
저도 선배 사회복지사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함께 가줄까?’였어요.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선배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판단해 이야기해주면 저도 가 보지 않았으니, 직접 만나지 않았으니 저렇게 냉담하게 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수현:
당사자에게도 먼저 본을 보일 때도 있잖아요. 동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이 가보자, 이렇게 해보자, 먼저 본을 보여요.
문미숙:
저는 처음에 팀원에게 같아 가자고 하니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자신이 잘 하고 있는데 못 믿어서 그러는 건가, 자존심 상해하기도 해요. 제가 조금 더 경험이 많으니 그 상황에 관해 나눌 이야기가 있지 않겠느냐며 잘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선생님도 잘 하셨어요. 지금은 먼저 같이 가자고 말하지 않는 이상 제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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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 실무자 연수에서 '적용'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여러 글을 모아보고, 여러 생각을 다듬어보겠습니다.
아직은 두서없지만, 이렇게 모으고 다듬다보면 정리가 되겠지요.
첫댓글 좋은 만남과 그때의 기록이 이렇게 저에게 도움이 될 줄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꼭, 이때쯤 저에게 필요한 글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후배를 '관리'하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