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는 관념은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표현하는데, 이는 동서양 모든 문명을 아우르는 보편적기준이다. 하늘과 땅이 수직의 선을 그은 순간 인간은 땅을 디디고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올바른것과 그른것을 구분해냈고 자와 콤퍼스를 이용해서 신전을 쌓고 법을 만들고 수와 별을 탐구하며 사람이 금수와 다름을 증명해왔다. 그 흔적을 우리는 문명이라고 부른다.
네모만 디디고 살면 침팬지와 다르지 않을 인간이 손에 잡히지 않는 동그라미를 땅으로 끌고와 예술과 철학을 논한다.
그때 틱 장애가 있는 노인이 “젖을 보여줘” 라고 외친다. 그는 짐승이고 그를 참는 이는 인간인가.
흔히 사유와 논쟁을 할때 프레임이란 단어를 쓴다. 언어라는 도구는 동그라미를 가둔 네모다.
올바름이란 낱말 안에 올바름이 온전히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프레임안에선 거지에게 치아바타를 사줄수도 있고 좋다 오늘 기분이다 하고 돈을 건낼수도 있다. 잘모르는 여자와 잘수도 있지만 아마도 다쓴 콘돔은 직접 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 틀 밖에 나간다면 당장에 핸드폰과 지갑은 사라질 것이고, 자식뻘인 소년에게 누명을 씌우고서도 사과하지 않을것이며 멍청하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게 뻔한 결정을 할것이고, 돈을 주지 않은 거지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제 그 여인은 당신에게 찾아와 정액이 가득찬 콘돔과 마음을 원할 것이다.
그렇다 우주를 이해하는 단 하나의 원리는 절대적 상대성이다.
그 기준없음에서, 벗어재낀 몸으로 사람들사이를 활보하며 적당함도 없이 끝을 모르고 가는 디오게네스적인 무질서속에서만 동그라미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지 않을까? 도와달라는 여자의 비명에 노인이 움직이기 전에는 그 누구도 자신이 먼저 인간임을 증명하지 않았다.
PC의 성지 스칸디나비아에서 건너온 영화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형 올바름이란 스퀘어에는 크게 세부류가 있는것 같다.고전적인 성리학김치피씨, 영미서구와 동일시하는 오바마피씨, 그리고 독일이나 프랑스, 아니면 저 어디 북쪽 추운땅을 동경하는 대마초피씨.(이들중 대마피씨가 스스로를 제일 힙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지저분한 사각형 안 어디쯤에 서 있을까.
땅에다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원이라고 이야기 할순 있지만 요즘은 모두가 땅이 동그랗다고 이야기한다. 그런건 올바른 것도 그른것도 아니다. 한국말로는 거짓말 혹은 헛소리라고 하고,미국말로는 불쒯. 독일말로는 뤼거. 프랑스말로 뭐쒕쥬~
스웨덴어로는.. 몰라 찾아보시길.
크리스티앙이 뒤늦게 깨닫고 소년에게 사과하려 찾아간 건물의 계단 층계는 사각형이었지만 딸들과 함께 그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하자 원을 그렸다. 하지만 소년은 이사가버리고 없다.
미국도 유럽도 땅이고 사람들이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네모가 아니라 동그라미라고. 이 '사람'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