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 페어는 보통 전 세계의 갤러리들이 적게는 몇 십 곳, 많게는 몇 백 곳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혹은 미술 시장에서 한창 주목받고 있는 작품들을 배치하고 미술품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미술 장터’를 말한다. 주로 5일 동안 개최되는 아트 페어는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한곳에서 집중해 볼 수 있고, 미술 시장의 트렌드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아트 페어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 영국 런던의 ‘프리즈 아트 페어’, 미국 뉴욕의 ‘아모리쇼’ 등이다.
그런데 최근, 고가의 미술품을 대상으로 하고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 중심으로 배치되거나 유명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메이저 아트 페어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다른 형식을 취하는 아트 페어들이 속속들이 기획되고 있다. 2000년대 주류 아트 페어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주변에 기획되었던 ‘위성 아트 페어’ 같은 형식을 기점으로 에디션 수가 많은 사진과 판화, 소품 등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작품들을 대거 포함시킨다거나, 젊은 작가와 신생 갤러리들만을 참여 화랑으로 제한하고, 대형 전시장이 아닌 호텔 룸에서 아트 페어를 개최하거나 아예 화랑이 아닌 예술가 또는 예술 기관들이 주축이 되어 페어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역시 이러한 트렌드를 전략적으로 받아들이는 아트 페어들이 하나둘씩 개최되고 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 편집팀은 근래에 열리고 있는 이러한 성격의 미술 장터들을 정리해 봤다. 예술가들의 직거래 장터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2015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_SeMA shot : 공허한 제국> (9. 4~9. 13,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생활미술관)은 비영리 기관인 미술관이 영리성을 추구하는 아트 페어를 주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 행사이다. 미술관은 무엇보다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장기적으로 지원하고 그들의 자생적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취지로 이 아트 페어를 시도했다. 실제로 미술관은 기본적으로 비영리 기관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는 참여 예술가들 스스로 조합을 형성하고, 새로운 컬렉터를 만나 작품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는 데 목적을 뒀다. 또한 작품 판매의 수익금 역시 작가들에게 돌아가게끔 장치했다. 이와 함께 판매 촉진만을 위한 일반적인 아트 페어의 형식을 벗어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전시해 아트 페어를 기획전시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시성’과 ‘시장성’이라는 양면을 충족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아트 페어에 참여한 작가는 총 24명이며, 그들은 1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공동선(共同善⁃Common Good)’ 세상에 대한 상상을 표현한 김기라를 비롯해 ‘솜’을 재료로 우리 삶에 얽힌 사건, 사고를 표현한 노동식, 현대 산업사회의 소비재를 예술로 변환한 작업을 선보이는 정승, 그리고 최근 끊임없이 나타나는 전 지구적인 재난을 설치와 회화로 옮긴 한지석 등이 그들이다.
이러한 전시와 함께, <예술의 자율성과 자본의 힘 : 미술과 시장>을 주제로 한 미술 비평가 류병학의 강연, 안무 비평가 김남수의 <지식이 지식일 수 있는 조건과 대칭적 지식의 원형> 강연과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되었다.
▲ <2015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_SeMA shot : 공허한 제국>과 노동식 작가의 <희망고문>(2015)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모두를 위한 예술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어포더블 아트페어(Affordable Art Fair)>는 ‘편안하고 친근한 대중 친화적 아트 페어’라는 콘셉트로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아트 페어와 문화 공유의 장을 마련하고자 출현한 아트 페어이다. 특히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미술 작품들을 통해 슈퍼 컬렉터에만 국한된 미술의 컬렉터층을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된 이 미술 행사는 본래 윌 램지(Will Ramsay)에 의해 1999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었고, 현재 전 세계 13개 도시에서 매년 17회씩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제1회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 (9. 11~9. 13, 서울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알림 1, 2관)에는 국내외 80여 개 갤러리들이 참여했다. 구본창, 구성수, 아니쉬카푸어(Anish Kapoor),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마크 퀸(Marc Quinn) 등 유명 작가 및 신진 작가 500여 명의 작품들이 대거 출품되었다. 책정된 작품가는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로, 모든 작품에 가격을 명시해 투명한 거래를 보장하려 했다. 또한 컬렉터들이 구입한 작품은 집으로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무료 포장 서비스를 제공했다.
부대 행사로는 아트 브레이킹 이브닝 파티(Art Breaking Evening Party),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트 토크 콘서트, 국외 갤러리를 함께 둘러보는 갤러리 스피드 데이팅, 크리에이티브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 전경과 유선태 작가의 <말과글>(2014) (사진제공: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 작가와 관람객이 소통하는 매우 멋진 순간 2015 작가 미술장터올해 처음 시작된 <2015 작가 미술장터(Visual Artists Market)>는 다채로운 예술 공간에서 작가와 대중의 만남을 주선하고자 기획된 자리이다. 이 미술 장터 역시, 중저가의 작품들을 판매해 미술품 소장 문화를 확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이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가 주관하는 미술 지원 사업의 성격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기존 미술시장이 가진 여러 지점에서 대안적 시도를 한다는 면에서 다른 아트 페어와는 차별성을 지닌다. 그러한 시도의 첫 번째는 화랑들이 주체가 아닌 기존 미술시장 또는 메이저 아트 페어에 참가하기 어려운 작가 단체와 4개의 신진 작가(팀)을 선발해 미술시장으로의 진입을 돕고 전시에서 판매까지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전시의 장소를 대형 박람회장이 아닌 문화예술 거리, 공공시설, 전시장 등 이색적인 예술 공간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미술 장터를 통해 발생된 판매 수익금 전액을 작가에게 전달해 그들이 지속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대중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미술품을 소장할 기회를 제공해 미술 향유층의 폭을 확대하려 한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작가 미술장터>에는 자연의소리사업단, (사)한국미술협회와 굿-즈 등 10개 단체의 작가 단체 및 신진 작가(팀)이 참여했다.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미술 장터는 지난 9월 5일 충남 공주에서 자연을 모티브로 예술작품을 선보인 ‘자연의 소리 나눔장터’를 시작으로, 해피월코리아 2015(9. 19~9. 23,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갤러리), K-ART 거리소통 프로젝트(10. 2~10. 6,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2015 고양미술장터(10. 2~10. 11, 고양국제꽃박람회 꽃전시관)와 오늘의 살롱 2015(10. 7~10. 11, 서울시 영등포구 커먼센터), 2015 비아트마켓(10. 7~10. 11, 부산 (구)해운대역), 굿-즈 2015(10. 14~10. 18, 세종문화회관), 대구현대미술축제 2015 봉산아트길(11. 12~11. 16, 대구 봉산문화거리 일원), 남서울 예술인마을 미술장터(11. 18~11. 22, 남서울 예술인마을, 윌링앤딜링) 및 B생산마켓(12. 2~12. 15, 일호갤러리) 등 작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멋진 순간을 이어 갈 계획이다. ▲ 자연의소리 나눔장터 실내전과 야외전 (사진제공: 작가 미술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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