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에 핀 꽃
최 화 웅
명절 끝에 사람들을 떠나보낸 허전한 마음에 길을 나섰다. 텅 빈 길이 쓸쓸하고 적막하다. 길섶 따라 풀벌레소리 묻어나고 발자국 소리 길게 따라온다. 가을걷이 한창인 들녘에는 그윽한 산그림자 내리고 선연한 가을햇살이 파란색과 황금빛, 성장을 멈춘 올리브그린 색감에 가을정감을 채색한다. 바람 따라 일렁이는 고흐의 밀밭풍경이 나를 마구 흔들어 놓는다. 농부의 화가 밀레와 고흐는 해질녘 석양의 이미지를 붉은 핏빛이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로 망막을 노크한다. 고흐 특유의 눈부신 방사형 태양, 짧게 끊어지는 굵고 힘이 넘치는 터치로 한사코 나를 버티게 한다.
농사는 첫째가 기름진 땅이다. 그래서 농부는 무엇보다 비옥한 땅을 차지하기 위해 피터지게 싸운다. 황무지를 개간하기 위해 농부는 뼈가 빠지도록 일한다. 그리고는 씨를 뿌리기에 앞서 절기를 맞춰 좋은 씨앗을 고르고 뿌리가 잘 내리도록 돌을 골라내고 굳은 땅을 쟁기로 갈아엎고 가시덤불을 걷어낸다. 제때에 퇴비와 거름을 내고 물을 대야 한다. 농부는 자식을 낳아 기르듯 정성으로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장소와 환경을 탓하지 않는 들풀은 척박한 틈새에서 어떠한 시련과 어려움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다.
흙 한줌 없는 콘크리트 옹벽의 갈라진 틈새와 뭇 사람들이 딛고 지나간 보도블럭 틈새에도 날아든 홀씨의 싹이 나고 잎과 줄기가 자라 탐스런 꽃을 피운다. 그뿐인가! 이 가을에 바위 틈새를 비집고 함초롬히 꽃망울을 올린 들꽃, 아파트 벽을 타고 벌어진 크랙(crack)에 몸을 붙이고 선 노란 풀꽃, 낡은 집 주춧돌과 지붕 위에 올라앉은 민들레, 시멘트와 아스팔트길 틈새에서 자란 풀꽃, 창틀과 고목의 그루터기에 핀 제비꽃이 생명의 고귀한 자태를 뽐낸다. 오, 거룩하여라. 생명의 신비여! 하늘을 먹고 자랐느냐? 아니 사랑을 먹고 자랐느냐?
복음사가들은 예수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로 들을 귀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자, 들어 보아라.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 말라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그리하여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배의 열매를 맺었다.”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은 갈라진 벽 틈새에 핀 꽃을 그대로 두지 않고 왜 뿌리 채 뽑아내어 손에 쥐었을까? 도대체 그는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는 한 것일까? 흙 한줌 없고 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깡마른 바위와 콘크리트 길바닥 틈새에서 피어난 꽃이 이 가을에 외친다. “사람들아! 뽑지 말고 꺾지도 말아라. 바라만 보아라. 그리고 훗날 스스로 날아오를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렴.”
보도블럭 틈새에 핀 꽃
황 영 옥
보도블럭 틈새에 피어난
작은 민들레꽃이 불쌍해 보여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더니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민들레야, 아프지 않니?
답답하지?“
민들레가 도리질하며
내게 말해요.
“아니, 난 여기가 좋은 걸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니까.“
첫댓글 주님 보시기에 저는 어떤 밭에 뿌려진 씨앗일까.. 하는 묵상을 해보게 되네요.
돌틈에 피어난, 작지만 환한 민들레처럼 기쁘게 살아가는 제가 되기를 마음 모아 봅니다 ^^..
"사람들아! 뽑지 말고 꺽지도 말아라. 바라만 보아라. 그리고 훗날 스스로 날아오를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렴."
선생님! 이 말씀이 저의 가슴에 긴 울림을 줍니다.
이웃에게, 자녀들에게 스스로 날아오를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어야 된다는 메세지로 다가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꾸만 바로 잡아주고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 속이 타들어가는데...
이 아름다운 가을과 틈새에 핀 들꽃들을 저희에게 선물해 주시고 깊은 깨달음까지 주셔서 감사드려요. ^*^
잡초들은 도저히 자랄 환경이 아닌곳 같은데도 틈새를 파고 들어 싹이 자라는것을 보면 정말 강인한 생명력의 신비를 느낍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명금당님! 우리 인간도 환경과 조건을 이겨내는 삶을 살지 않습니까?
오! 거룩하여라 생명의신비여.하늘을 먹고자랐느냐 ? 아니 사랑을 먹고 자랐느냐?
주님이 주신 모든 생명체에 대해 다시 뒤돌아
보게끔 해 주심 감사합니다.
살아있는 풀,꽂, 잡초 한 포기에도 주님 사랑이
곁들여 있음에 ....깨달음 주심. 일깨워 주심
어느 하나라도 사랑하지 않을것이 없는 것...
모든 것이 소중하지 않는것 아름답지 않는 것 없음에......고맙습니다. 잘 묵상합니다
건강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보도블럭 틈에 자란 풀을 가끔 뽑는데....
하지만 예쁜 꽃을 피운 풀은 안뽑아요.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하는 가르침을
민들레에게서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처한 상황에 만족하며 살아야하는 것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