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소위 ‘7성급 호텔‘이라는 것이 몇 개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UAE 두바이에 있는 버즈 알 아랍 호텔과 이태리 밀라노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갤러리아 등이다. 그 밖에 아부다비와 브루네이 두 군데에 더 있다고 하는데 직접 가 보지는 못했다. 7성급 호텔은 그 만큼 시설이 뛰어나서 희귀하기도 하지만 상징성이 매우 크다.
호텔의 등급을 표시하는데 사용하는 별 (STAR)은 주로 서양에서 통용되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선 대신 무궁화로 표기하고 있다. 공통점은 많을 수록 좋은 곳이고, 다섯 개가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준은 우리나라의 경우,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세계 어느 나라 기준을 찾아 보더라도 일곱 개의 별을 공식적으로 줄 수 있거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단지 뛰어난 호텔 품격을 대외적으로도 과시할 수 있거나, 남들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꾸며진 것이라면 감히 사용할 수 있는 표기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출장 차 두바이를 갔다가 버즈 알 아랍호텔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들렀지만 일반인의 출입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다. 할 수 없이 그 곳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방문시간과 목적을 등록 한 뒤에야 호텔에 출입할 수 있었다. 호텔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다양한 객실과 부대시설을 돌아 봤다. 방 하나 하나가 궁전으로 착각될 정도였고, 아랍 고유의 화려한 색상을 담은 실내디자인은 감탄을 금할 길 없었다.
이태리 밀라노에 출장을 갔을 때도 타운하우스 갤러리아를 가 본 적이 있다. 이 또한 구경하는 것이 쉽지 않아 사전에 호텔 관계자에게 연락해 거짓말을 하고서야 둘러 볼 수 있었다. 밀라노 두오모성당 옆 쇼핑몰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곳은 공간이 다소 협소한 편이어서 부티크호텔에 속한다. 각 방은 공간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꾸며져 있었고, 비록 작은 공간이긴 하지만 개성 넘치는 가구와 좋아 보이는 예술작품들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그러나 헬스시설, 수영장, 연회장은 찾아 볼 수 없었기에 7성급 호텔이라는 데에는 다소 의문이 들었다.
7성급 호텔은 상징적인 개념일 뿐 공인된 것이 아니란 것을 안 이상, 그 시설이 매우 좋을 수 있고 예상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7성급 호텔의 진정한 의미는 머무를 공간이라는 개념보다 유적을 관람하듯 구경가고 싶은 또 하나의 명소로 느껴졌다.
한국에서도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곳이 있다. 장소는 현 한국일보사옥 맞은 편 대로 선상이고, 주변에는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가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심장부이자
600년 고도의 궁궐 바로 옆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옥스타일 호텔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이 지역 일대는 모르긴 해도 십 수년 간 철판 장막으로 가려져 있다. 건립인가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부에 너무 오랜 동안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 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한진그룹이다. 이 부지는 2008년에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에 매입 했다. 면적은
40,000여 평에 이르고, 이전에는 미 대사관직원 숙소였다고 한다. 위치상으로도 어떤 건물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그 일대가 또 다른 모습으로 탄생 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호텔을 건립하려다 보니 여러 측면에서 제약이 뒤따르는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웃하고 있는 학교들 때문이다. 학교 주변에 숙박업소들이 들어 서는 것을 방지하고자 제정된 학교보건법 때문이다. 학습분위기 저해 방지를 위한 법이다. 한진그룹은 용도 보완도 하고, 소송도 해 보았지만 모두 패소했다.
결국 한진그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건립에 보다 호의적인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호텔부지에 공원, 지하주차장, 갤러리, 공연장 등을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마침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에 발 맞춰 여당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분위기였으나 야당은 재벌특혜라는 이유로 반대했고, 결국 연말을 넘긴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의 기싸움 때문에 이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창조경제의 기틀은 이미 도출된 결과를 과시하기보다 발판을 깔아 주고, 성장 과정을 지원하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날 이 세상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의 제품과 기술 속에 이미 창조경제의 의미가 스며있지 않은 것이 없다. 창조에 더해 진화하는 과정도 거쳤고, 지금도 죽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때 가장 절실한 것은 그저 따뜻한 손길이다. 정치적인 논리로 발목을 잡거나 기업을 벼랑끝에 몰아 부치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역할과 사명은 분명히 다르다. 중소상인들이 터전을 잡아야 할 골목에 대기업 빵집과 먹거리 체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긴다든지, 뼈 빠지게 일 해 봐야 인건비 충당하기도 힘든 편의점만 늘리려는 기업들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은 구분되어야 한다. 부지대금 2,900억원에 더해 건축비와 실내 디자인비는 물론 작품 구입비를 합하면 7~8,000억 정도가 소요되는 이 호텔 프로젝트는 일반기업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 부지에 흔히 볼 수 있는 고층건물을 지어 사무실로 분양하거나 빌라를 건축한다면 과연 주변환경이 더 나아지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전통양식의 호텔과 문화공간 때문에 학습분위기가 훼손 될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기우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호텔과 학교의 경계선이 일반 호텔과는 달리 전통양식의 담으로 구분될 수 있고, 과거에 지어진 특급호텔이 학교와 이웃하는 경우가 이미 여럿 존재하지만 학습권침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계속된 이 문제는 학교주변 시설의 합법성에서 출발하여 재벌에 대한 특혜 그리고 600년 고도에 적합한 건물인가 여부를 떠나 이젠 정당 간 이해관계로 발전한 입법 상의 쟁점이 되어 버렸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요즘은 호텔로 돈 벌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초기 투입자본금이 큰 반면 매출규모가 제한적인 전형적인 시설, 사람 본위의 서비스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4층 건물의 7성급 호텔을 짓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만약 돈을 벌 수 있다면 이는 외국인을 상대로 버는 것이다. 7성급 호텔에 머물 수 있는 외국인이라면 일반 관광객보다 구매력도 훨씬 높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통한 부수적인 사업창출은 어느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과 갤러리가 들어 선다면 우리에겐 선물이다. 미관 측면에서도 이왕이면 한옥을 응용한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훨씬 매력적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한항공의 창업자 고 조중훈 회장이 항공사를 시작한 이유는 특혜를 받아서가 아니다. 그 때는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항공사를 정부의 요청에 따라 시작한 것이었고, 월남전을 계기로 성장해서 오늘 날 국제적인 여객, 화물운송 전문회사로 발돋음 했다. 지금은 리조트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데 여객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지금 7성급 한옥호텔에 대한 찬반론은 비단 한 기업에 호텔을 운영할 수 있는 특권을 주는 것 만이 아니라 그 공간에 또 다른 문화아이콘을 창조할 수 있느냐? 없느냐? 선택의 선상에 있는 것이다. 지금 철판만 보이는 서울 중심부의 공간을 어떤 모습으로 바꾸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모습으로만 놔 두는 것은 더 무책임한 일 아니겠는가?
비록 호텔을 건립한다는 것이 사업보국이라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명감도 그들에겐 있을 것이고, 이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도 클 것이라 믿는다. 멈춰있기보단 실행하면서 고쳐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발 목을 계속 잡히다 보면 걸을 수 있는 힘마저 모두 소진되고 만다. 그들에게 기회와 책임이 주어 지기 바란다. 우리의 따가운 시선을 이미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좋은 의견입니다. 한진에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해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획대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관광 한국에 상징적인 7성급 호텔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 7성 군부대는 있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육군 7사단을 칠성부대라 부르던데요.. 부대 마크에 별 7개가 있어요.. 제 동생이 7사단 수색대에서 군복무해서 알고 있답니다.. ㅋㅋ
저는 그 동네 사는 주민인데요. 호텔 같은 거 안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서촌과 북촌, 주변 여러 동네가 상업화로 점점 골목골목 정취와 사람사는 정겨움을 얼마나 많이 잃어가고 있는 지 몰라요. 7성공원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누고 느끼고 하면 좋겠어요. 금수강산님 나중에 서울 오시면 제가 사는 동네 안내해드릴게요. 유럽에 오래 사셨으니까 아마 샘솟는 아이디어 많이 나오실거같아요.
내친구님 말씀처럼 7성공원이 되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아무리 낡았다 하더라도 기존 문화공간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지켜야 하고 가꾸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지금 그곳은 거의 방치하다시피 십 수 년 간 철벽으로 가려 놓고만 있으니 어떻게든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글을 전개했습니다. 지금상황이라면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오랜동안 지속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더욱 고풍스럽고 멋져기기를 저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