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숙경 유스티나(고창 다솜의 집, 성마리아재속회)  | ▲ |
지난해 12월 말 마을 어르신 16분과 함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러 갔습니다.
노부부가 나오는 호평 받은 영화이지만, 극장이 처음이거나 몇십 년 만인 분, 귀가 꽉 막혀 들리지 않는 분도 계셨어요. 다큐멘터리인데 재미가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 중에 영화는 시작됐습니다.
영화 속 노부부가 장난을 치자 어르신들께선 깔깔대며 웃어대고, 영화를 보면서도 종알종알 아이들처럼 시끄러워서 다른 관객들 눈치도 보였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니 돌아가신 남편 생각, 아픈 남편 생각, 자식 생각에 눈물지으시는 분들이 계셨지요. 그래도 영화도 보고 맛있는 점심으로 흐뭇한 하루였습니다.
고창에 들어오기 전 머무를 곳을 찾기 위해 꽤 많은 집을 보러 다녔는데, 적당한 집을 못 찾았습니다. 결국, 면사무소에 가서 부탁했더니, 마침 지금 사는 마을의 이장님을 통해 방 2개의 아담한 흙집을 구했어요. 월세는 한 달 5만 원. 처음에 마을 어르신들은 여자 둘이 이사 온다고 하자, 반기면서도 의아해 하셨지요.
우리는 큰 행사 때마다 어르신들을 차량으로 이동해드렸습니다. 초파일엔 절에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반찬거리 심부름도 해드렸어요. 김치냉장고나 TV가 고장 나면 얼른 달려가서 수리기사가 되기도 했고요. TV 없는 밤, 어르신들이 얼마나 적적해 하시는지 잘 알거든요.
지금 마을 어르신들은 누구보다 든든한 우리의 빽(!)이 돼 주십니다. 돌봐주는 아이들에게 밥을 해 먹이는데, 쌀이 간당간당할 때마다 어떻게 알고 가져다주시는지 지금껏 한 번도 쌀을 사 먹지 않았습니다.
김장 챙겨주시고 “아이구 올해가 마지막인가 봐, 내년에 못하겠어~” 하시면서도 매년 메주 쒀주시고, 장 담가 주시는 우리 친정엄마들. 우리 엄마들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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