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서울예대 합격 후기 입니다!
막상 쓰려니 무슨 말을 써야할지도 모르겠네요... 분명 예전에는 아 나 합격후기 쓰게 되면 이거 이거는 꼭 써야지 헀던 것 같은데...
일단 저는 자기애가 강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입시 준비하면서 그딴 생각 다 증발했어요. 고2 초중반까지만 해도 저는 진짜 제가 특기자로 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거 아니면 답이 없기도 했는데 고2 말 되니까 뭔가 잘못되어간다 싶었고 고3 되고 나서 아 나는 진짜 망했구나 싶더라고요. 생각만큼 실적은 안나오지 슬럼프가 너무 크게 와서 몇달째 허우적거리기만 하지.. 진짜 혜림쌤이 저한테 자주 하셨던 말이 너처럼 삽질 오래 하는 애는 처음 본다 였어요ㅎ 남들은 고3 올라와서 수상 많이 나오는데 저는 고3 올라와서 장려 2개인가 받고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1학년때부터 다녀서 제일 오래 다닌 애가 저였는데 애들이랑 자꾸 비교하게 되고 제 글이 워낙 진부 킹인데 스타일 바꾸는것도 쉽지 않고 편수로 승부하자! 하려 해도 나중에는 뭘 써야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입시 철 되니까 어디든 다 내신을 보더라고요 내신 버린지 오래인데. 내신 버려두니까 리얼 원서 쓸 데가 없어요. 수시 6개에 전문대 2개 써도 올 광탈이고 진심 다 때려치고 싶었는데 때는 이미 늦었더라고요. 내신 1등급 2등급 이렇게까지는 아니어도 최소 4등급은 나와야됩니다... 내신 버린 과거의 나 진짜...^^ 아니면 정시 공부라도 하세요. 실기 많이 본다고 해도 수능 성적도 아얘 안보는건 아니라서 성적으로 붙었다는 애들 꽤 많아요. 정시 성적 좋은것도 아닌 저는 애초에 명지대 실기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추계 단국 숭실 서울예대 한양여대 이렇게 다섯개 썼습니다. 그리고 서울예대 하나 붙었어요ㅋㅋㅋㅋㅋㅋ 서울예대는 정시 성적 안봐요ㅎ 수시 다 떨어지니까 지금까지 제가 글 써오던 시간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진짜 우울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시는 실기 하나만 쓰고 다 하향해서 성적으로 넣어야겠다 했는데 국4 영4 수7 나오니까 하향했더니 끝이 안보여요. 수능 최소 33 나온거 아니면 실기 파세요.
저는 처음부터 시 쓰고 싶다고 생각해서 들어온 애라 처음에 혜림쌤이 시랑 소설 둘 다 써보고 고르자 했는데도 굳건히 시만 썼어요. 이때도 말을 안들었네요. 시 쓰는 주제에 내면이고 뭐고 아무것도 몰라서 만날 풍경 묘사만 주구장창 하고 나를 시에 담는법 그런거 몰랐어요. 감정도 만날 슬픈거. 시 쓰면서 내가 이렇게 우울한 인간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이 말 쓰면 혜림쌤한테 혼날 것 같은데 저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진짜 안그래도 우울한데 친구라도 없으면 진작 때려쳤을거에요. 애들끼리 서로 응원해주고 정보 공유도 하고 서로 자극도 되고 그런게 은근히 커요. 저만 해도 친구들 통해서 위로 받았던 인간인지라. 애들 없었으면 언제 때려쳤을지 몰라요. 애들이랑 친해진다고 해도 놀러다닌적은 거의 없고 대부분 글 얘기만 해요. 아니 근데 솔직히 맨날 백일장가서 보고 학원에서 보고 하는데 안친해질리가...
그래도 나름 실기 합격자니까 준비했던거 얘기해 보자면 필사 많이 하는게 좋은것 같아요. 저 필사 혼자 진짜 많이 했어요. 하루에 적어도 10번씩은 꼭 했고 많이 하는 날은 30-40개도 한 적 있어요. 그런 날이 극히 적지만. 아무래도 시라서 페이지 반씩 접어서 쓰니까 노트 천천히 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에요. 입시 끝나고 정리하면서 남은 필사노트들 모아봤는데 찾은 것만 엄지손가락 한 마디 두께 노트로 5권 나왔고 기억 속에는 3권 정도 더 있는데 그건 2학년때 쓴거라 못찾겠더라고요. 제가 뭘 미친듯이 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그거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데 남들 백일장에서 다 상 받는데 나만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봐요. 진짜 불안해서 미쳐요. 불안감이라도 떨치려고 필사만 주구장창 했네요... 그리고 시집 많이 읽어요. 예전 시인들도 좋지만 최근에 나온 시집들도 찾아 읽었어요. 처음 듣는 시인들도 한가득이라 알아두는게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근데 꼭 그런 시집은 도서관에 없어서 사서 읽었습니다... 돈 아끼지 마요 재수가 더 비쌈ㅠ 교보문고 가면 알아서 최근에 나오는 시집들 추천해주니까 고르기 힘들면 그거라도 읽는게 좋아요. 면접준비하면서 시인 누가 나올지 몰라서 진짜 불안했어요... 소설도 읽어요 시 쓴다고 시집만 읽다가 망했단 썰 많이 봤어요.
사실 서울예대 1차 붙고 걱정했던게 면접... 동덕여대 면접에서 3문제 3분컷 당했던 터라 면접 되게 불안했어요. 엄청 떨었고 불안해하고 교수님들 압박면접 한다그래서 겁나 쫄아있고..ㅠㅠ 사실 3년 다녔지만 원장님 수업은 거의 안들었어서(고도 문제아) 원장님이 전담하신다 그랬을때 겁나 쫄았는데 하 원장님 그렇게 스윗한 사람인거 처음 알았습니다... 서울예대에서 너네 잘했다고 면접보러 오라는거지 잘못해서 부르는게 아니니까 겁먹지 마라 하시는데 와... 울뻔... 면접 준비 하는 이틀 내내 계속 겁먹지 말라고 긴장 풀라고 웃긴(?) 얘기랑 좋은 얘기 해주시고 그래서 막 붙을 수 있다는 근자감이 오더라고요 나중에는... 서울예대 면접 복원 보는게 아니 무슨 교수님들 이렇게 공격적이야... 그래서 더 쫄았었어요. 근데 면접 보러가니까 문창과 학회분들이 막 긴장 풀어주시고 그래서 생각보다는 안떨렸어요. (생각보다 안떨린거지 안떨린건 아닙니다) 그리고 면접 보러 들어갔는데 분위기 무엇...? 교수님들 하나도 안무섭고 되게 인자하신 미소 짓고 계셨음... 압박면접이었다는 사람도 있던것 같은데 저는 압박면접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틀리기도 했고 말 더듬기도 했어요. 근데 틀렸던건 내가 틀린걸 집에 와서 깨달아서 당시에는 엄청 당당하게 말했던... 교수님들 쏘스윗하심 말도 안끊고 말하다 목막혀서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얘기하는데도 허허 웃고계셨어요. 질문도 거의 준비한것 위주로 나오고 일단 맨 처음에 스크린에 시인 이름 띄워주는데 첫 페이지에서 아는 사람 두 명있고 다음 페이지에서 네 명 있어서 속으로 만세 외쳤어욬ㅋㅋㅋㅋ 근데 아직도 궁금한게 왜 나한테는 좋아하는 시인 다섯명 안물어봤지... 그거 최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무튼 그래서 최초합으로 합격했습니다! 쓰다 보니 울컥해서 엄청 길어지네요. 그래도 고도 장수생 고1 때부터 3년만에 탈출했습니다☆
첫댓글 우리 서진이 장하다ㅠㅠㅠㅠㅠㅠ 자래또ㅠㅠㅠㅠ 우리 대학 가서 열심히 하자ㅠㅠㅠㅠ 정시까지 하느라 기 다 빨렸을 텐데 열심히 하는 거 보고 나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어! 너는 뭘 해도 될 애야!!! 대학 가서도 자주자주 만나자 진짜 잘했다 고생했어
축하행~ 긴 슬럼프를 견디고 골인했으니 앞으로 꽃길만 걷길~~
마지막까지 포기하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게 기특하다! 합격 넘 추카행~ 즐거운 대학생활 하길 바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