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린내풀
노루오줌, 계요등, 송장풀, 흰독말풀, 약모밀(어성초), 금불초, 누린내풀, 이들은 모두 꽃 이름에서부터 썩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 야생화로 냄새도 고약하다. 실제로 노루오줌은 지린내를 풍기고, 계요등은 닭 오줌 냄새, 송장풀은 송장 썩는 냄새, 흰독말풀과 약모밀은 심한 비린 냄새, 금불초와 누린내풀은 심하게 썩은 거름냄새가 난다. 산 중턱 높이의 등산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누린내풀은 8월 중순경에 개화를 시작하여 10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 꽃 모양이 독특하여 신기한 듯 바라보다 가까이 다가서면 역겨운 냄새가 코끝을 진동한다. 잎을 만지면 그 냄새가 계곡물에 씻어도 잘 가시지 않을 정도로 고약하다. 누린내풀을 노린재풀, 구렁내풀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 냄새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들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꼽고 싶을 정도이다. 드물게 파란색을 강하게 띠는 보라색 꽃 색도 그렇거니와, 장원급제한 선비 머리에 꼽았다는 어사화를 닮은 듯한 형상도 그렇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바라보는 식물의 꽃은 동물의 생식기와 같다. 즉, 그들의 후손을 많이 퍼트리기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하며 꽃 모양을 갖추었다는 의미이다. 누린내풀의 꽃은 얼핏 제비꽃을 닮은 듯 보이나 꽃술이 활처럼 둥글게 휘어 전체적인 모양이 공 모양을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섯 갈래로 깊게 갈라진 꽃잎 중에 아래쪽에 있는 꽃잎 한 장은 유난히 길며 흰 무늬가 있어 곤충이 쉽게 발견하고 내려앉기 참 좋은 모양을 띠고 있다. 그런데 곤충이 이 꽃 저 꽃을 넘나들며 아래 꽃잎에 내려앉는 순간, 곤충의 등 뒤로 튕기듯 부딪히며 자연스럽게 수분을 시킬 수 있는 꽃 구조를 지켜보노라면 그야말로 “기막히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누린내풀은 마편초과 누린내풀속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Caryopteris divaricata (Siebold & Zucc.) Maxim. 이다. 키가 큰 것은 어린 아이 키를 훌쩍 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잎은 길쭉한 하트 모양을 하며 마주 난다. 줄기는 약간 사각져 있고 전체적으로 풍성하게 꽃이 피어 눈에 쉽게 띤다. 꽃이 예쁘고 특이하여 기억하고, 냄새가 고약하여 한 번 더 기억하게 되는 꽃, 그래서 꽃말도 “나를 잊지 말아요”이다. 식물 전체를 말려 한방에서는 이뇨제로 쓰며, 해열, 지혈, 기관지염 등에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