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러시아 지부 주장…원자력당국은 "황당한 소설" 반박러시아 우랄 지역에서 발생한 '운석우(隕石雨)'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와 유사한 엄청난 핵 재앙을 몰고 올 뻔했다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간) BBC 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그린피스 러시아 지부는 운석우 현상으로 재난 지역인 첼랴빈스크주(州)와 인근 스베르들롭스크에 있는 핵시설들이 파괴됐더라면 무시무시한 핵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운석우는 큰 운석 조각이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대기층과 충돌해 폭발을 일으켜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 뒤 불타는 상태로 땅으로 떨어지는 희귀 자연현상이다. 하루 전 우랄 지역에선 운석우로 건물 창문 등이 깨지면서 1천200명이 부상했다.
그린피스는 러시아가 이번에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유사한 참사를 기적적으로 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첼랴빈스크주엔 핵물질이 보관된 마야크 핵처리 공장과 저준위 액체 방사능 폐기물을 가두어두는 '테첸스키 저수지' 등의 핵 시설이 있다. 이웃 스베르들롭스크주엔 벨로야르스크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우랄 지역에는 또 핵무기를 보관해두는 지하핵시설도 있는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 시설들은 다행히 이번 운석 추락 때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환경운동가들은 그러나 이 시설들이 운석 폭발 등의 자연재해로 언제든 파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운석우 때 운석 폭발의 충격파로 첼랴빈스크주에 있는 아연 공장의 벽돌 벽이 부서졌다. 3천여 채에 이르는 아파트 건물 유리창도 깨졌다.
그린피스 러시아 지부의 에너지 담당 코디네이터 블라디미르 추프로프는 "마약 공장에는 미국이 건설한 플루토늄 저장고와 핵분열 물질 저장고 등이 있는데 이 시설들은 지하가 아니라 지상에 위치하고 있다"며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이 시설들이 운석 등으로 파괴되면 수천 t의 플루토늄이 방출돼 우랄 지역은 물론 러시아 서부 지역 전체에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프로프는 또 댐으로 강과 차단돼 있는 테첸스키 저수지가 무너질 경우에도 엄청난 핵폐기물이 강물로 흘러드는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프로프는 그러면서 러시아가 원자력이 아닌 대체 에너지원을 찾든지 아니면 핵물질 저장을 위한 지하시설들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그린피스의 주장에 대해 국영원자력공사인 로스아톰은 핵시설들에 충분한 보호장치가 돼 있기 때문에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반박했다.
로스아톰 대변인 세르게이 노비코프는 "핵시설들은 지진이나 홍수, 비행기 추락 등의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해도 안전하게 설계됐다"며 "운석 추락에 대비한 설계는 하지 않았지만 운석 폭발로 생겨나는 종류의 충격파로부턴 보호돼 있다"고 설명했다. 노비코프는 그러면서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주장은 황당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러 우랄지역서 ‘불타는 운석우’ 날벼락… 1000여명 다치고 대혼란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ㆍ상공서 섬광 번쩍인 뒤 큰 폭발… 충격파로 건물 무너지고 창문 깨져 - 경향신문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1500㎞가량 떨어진 중부 지역에 15일 오전 9시20분쯤(현지시간) ‘운석우’가 내려 주민 1000여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운석우에 따른 인명피해는 사상 최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가비상사태부는 성명을 통해 “지구로 떨어지던 운석이 우랄산맥 상공에서 부서지면서 그 파편인 운석우가 인구밀도가 낮은 첼랴빈스크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현지 관리 유리 부렌코는 “운석우가 이날 첼랴빈스크 지역으로 떨어지면서 그 충격파로 첼랴빈스크를 비롯한 주변 도시의 건물 유리들이 깨졌다”고 밝혔다. 운석우의 낙하로 첼랴빈스크주, 스베르들롭스크주, 튜멘주가 영향을 입었다.
15일 오전 러시아 중부 지역에 큰 인명피해를 낸 운석우가 빛줄기를 그리며 볼쇼이 시델리코보 지역 위를 지나가고 있다. 볼쇼이 시델리코보 | AP연합뉴스
목격자들은 하늘에서 빛이 번쩍인 뒤 큰 폭발음이 들리고 뒤이어 불타는 작은 물체들이 연기를 내며 상공을 길게 날아 땅으로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이날 폭발 충격으로 최소 950명이 다쳤다고 첼랴빈스크 주지사는 밝혔다. 부상자 대부분은 충격파로 깨진 유리 파편에 맞아 다쳤다. 영국 왕립천문학회의 로버트 매시 사무차장은 AP통신에 “운석우로 사람이 다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이번 운석우에 따른 피해는 역사상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학교는 운석우 낙하의 여파로 유리창이 깨지고 기온이 영하 18도로 떨어지면서 임시 휴교했다. 그 외 아이스하키 스타디움, 아연 공장, 병원 등 건물 300여채가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첼랴빈스크 지역 주변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와 마야크 핵폐기물재처리소와 같은 핵 시설은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당시 우랄 지역 상공을 비행하던 항공기들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날 운석우가 떨어진 충격으로 깨진 유리 파편에 다친 남성이 피를 흘리고 있다. 볼쇼이 시델리코보 | AP연합뉴스
이날 운석우가 내리면서 지역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유튜브에 운석우 동영상을 게시한 현지 남성은 당시 깜짝 놀라 욕을 내뱉었으며, 사람들이 차를 세우는 행렬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선 휴대전화가 일시 장애를 일으켰으며, 정전과 부상을 알리는 신고 전화가 이어졌다고 정부 관리는 밝혔다. 현지 신문 러시아투데이는 밝은 섬광이 여러 곳에서 목격되면서 사람들이 미확인비행물체(UFO)의 충돌로 오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는 떨어진 운석이 대기권 진입 전 무게가 10t에 이르고, 초당 최대 20㎞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해 지상 30~50㎞ 상공에서 폭발했다는 잠정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번 운석우가 이날 밤 지구에 근접 통과하는 소행성 ‘2012 DA14’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톰스크대 천문학과 타티야나 보르도비치나 교수는 “소행성과 함께 작은 운석 조각들이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국 왕립천문학회 매시 사무차장은 소행성 통과와 관계없다고 말했다.
▲ 운석우(meteorite shower)운석이 지구로 떨어지다 대기와의 충돌을 이기지 못하고 대기 상층부에서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 뒤 불타는 상태로 비가 오듯 지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5~10년마다 발생하며, 대부분은 비주거지역에 떨어졌다. 유성(별똥별)은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티끌 등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 낙하하면서 대기와 마찰해 생기는 것으로, 지표면까지 떨어지는 큰 유성체를 운석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