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전문가의 직관 : 언제 신뢰해야 할까?
학계에서 전문가들의 논쟁은 최악의 상황을 불러온다.
과학 신문이나 잡지에는 흔히 어떤 연구를 비판하는 글로 시작해
그에 대한 답변, 그리고 답변에 재답변이 이어지는 식의 의견 교한이 가끔씩 실리곤 한다.
나는 이런 의견교환이 낭비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특히 첫 비판의 논조가 날카로우면 답변과 재답변은 비꼬기의 경연장이 되기 일수다.
답변은 신랄한 비판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처음에 비판했던 사람은 그 비판에 실수나 잘못이 있었다고 시인하는 법이 없다.
나도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비판에 몇 번 대답한 적이 있다.《》
대답하지 않으면 오류를 시인하는 꼴이 될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악의적인 의견교환이 유익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의견 차이를 다룰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가 '적대적 협력'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다.
의견이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의 차이점을 주제로 공동 논문을 쓰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작업이다.
그러다 긴장이 고조되면 중재인이 연구를 조율한다.
내가 참여한 적대적 협력 가운데 가장 만족스럽고 생산적이었던 연구는 게리 클라인과의 공동 연구였다.
클라인은 내가 진행하는 부류의 연구를 좋아하지 않는 학자와 기타 전문가가 모인 단체의 지적인 지도자다.
이 단체 사람들은 자신을 '자연주의적 결정(NDM, Naturalistic Decisiion Making'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 말하는데,
대개 전문가의 업무 방식을 연구하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림짐작과 편향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러면서 그것은 실패에 치중한 모델이며,
정말로 중요한 관찰 대상인 사람들의 실제 행동보다 인위적 실험에 자극받는 모델이라고 비난한다.
이들은 인간의 판단을 엄격한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것에 무척 회의적이며,
폴 밀은 이들의 영웅 목록에 둘어가지 않는다.
게리 클라인은 여러 해 동안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표현해왔다.
우리의 공동 연구는 훈훈한 우정에서 출발하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뒷이야기가 좀 있다.
나는 직관이 늘 문제가 있다고는 결코 생각한 적이 없다.
그리고 클라인이 1970년대에 쓴 논문 초고를 처음 본 이후로
소방간의 전문성에 관한 그의 연구의 팬이 되었고,
노련한 전문가들이 직관력을 어떻게 개발하는가에 관한 연구를 담은
그의 책《인투이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그에게 직관의 경이로움과 단점을 구분하는 경계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도 내 제안에 관심을 보였고, 우리는 성공을 확신하지 못한 채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구체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직감이 있다고 주장하는 노련한 전문가를 언제 신뢰할 수 있을가?
클라인은 직관을 좀 더 신뢰하는 쪽이고 나는 좀 더 회의적인 쪽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 일반적 질문에 대답하는 원칙에 우리가 합의할 수 있을까?
7,8년 넘게 우리는 많은 토론을 벌이고, 의견 차이를 조율하고, 더러는 폭발 직전까지 가고,
논문 초안을 수없이 작성하고, 서로 친구가 되었으며,
드디어 연구 과정을 암시하는 제목으로 곧동 논문을 발표햇다.
〈직관적 전문성의 조건 : 이견을 내지 못한 연구(Conditions for Intuitive Expertise : A Failure to Disagree〉.
아닌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 이견을 가진 주제는 없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서로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경이로움과 허점
말콤 그래드웰(Malcon Gladwell)이 베스트셀러 《블링크(Blink)》를 내놓을 때
클라인과 나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우리는 다행히 의견일치를 보던 중이었다.
《블링크(Blink)》는 걸어가는 소년을 표현한 고대 조각상 쿠로스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미술품 전문가의 인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전문가 몇 사람은 강한 본능적 반응을 보였다.
그 조각상은 직감적으로 가짜 같았는데,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의 정체를 똑 부러지게 말하기 어려웠다.
《블링크(Blink)》를 읽은 수백만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직관의 승리로 기억한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도 모른 채 (이것이 직관의 정의다) 다들 가짜라고 동의했다.
이 이야기는 전문가가 끌리는 신호를 체계적으로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클라인과 나는 그 결론을 거부했다. 우리 생각에 그 문제는 연구해볼 필요가 있었고,
제대로 연구했더라면(연구 방법은 클라인이 알고 있다.) 아마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쿠로스 예를 읽은 많은 독자가 전문가의 직관이라는 법에 가까운 견해에 끌리는 게 분명했지만,
정작 글래드웰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그는 이어지는 내용에서 직관의 대대적인 실패 사례를 보여준다.
미국인이 위런 하딩(Warren Harding)을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
대통령으로서 그의 유일한 자질은 그 역할의 적임자처럼 생겼다는 것이었다.
각진 텩에 키가 큰 그는 강인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없이 강인하고 결단력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표를 던졌다.
진짜 질문을 대체한 영뚱한 질문에 답을 하면서,
하딩이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직관적으로 예측한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살마들이 그런 직관을 확신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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