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를 때 마다 자주 머릿속을 찾아드는 문구가 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라는 말이다. 전방부대 배속을 받고 부대로 가는 길에 눈길을 사로잡았던 문구이다. 산 밑에 철조망이 쳐져 있고 그 철조망에 일정한 간격으로 이런 문구가 적혀있는 패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하도 신기해서 인솔 장교에게 물어보았다. 그 산이 남북 전쟁 때 지뢰를 매설하고 제거하지 않은 지역이므로 들어가면 사고의 위험이 있어 이를 알리기 위해 설치해놓은 것이라 했다. 아울러 부대 생활 중에도 주변의 산은 미확인 지뢰지대가 많으므로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거듭 당부하기를 확실하게 길이 나 있는 곳만 다녀야 안전하다고 간곡히 일러주었다.
산을 오를 때 가끔 이 생각이 나서 혼자 웃음 짓곤 한다. 등산을 할 때도 길을 벗어나면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 등반사고의 대부분이 정해진 길을 벗어난 데서 기인된 것이라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하찮게 보이는 작은 오솔길이지만 등산객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는 길이다. 이 길을 벗어나지 않는 것은 등산의 제 일 수칙인 것 같다.
성서에는 우리가 발로 걷는 길 외에 또 다른 길이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닌 인생의 길이다. 이를 가리키는 구절들이 제법 나온다. 그중 한 구절을 적어본다. “어떤 길은 사람의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라”(잠16:25).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모두 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길 중에 어떤 인생의 길은 파멸로 가는 길을 가고 있다는 말이다.
어떤 길이 사망의 길이라 일일이 열거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가는 길이 진리의 길 아니면 가지를 말라”는 교훈이다. 정도를 벗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로 인해 반드시 보응을 받게 되므로 이를 경계시키는 말이다. 학생은 학생의 길, 공직자는 공직자의 길, 성직자는 성직자의 길이 있듯이 모든 인생의 길이 있는 법이다. 이 길을 벗어나면 홀연히 재앙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