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 정성스러운 한 획을 긋다.
첫 번째 이야기, 구슬이 되다.
강원도 평창으로 향하던 첫 날, 아직도 기억납니다. '어떤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번 복지요결을 통해 어떤 것들을 더해가고 다듬어갈까?', '김세진 선생님과 또 어떤 귀한 배움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나라는 사람, 얼마나 더 알아갈까?' 여러 생각들로 `제 마음은 한껏 부풀었습니다.
제 삶을 제 삶처럼 살지 못했었습니다. 이 말이 들리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이 들리면 저 말이 맞는 것 같고. 난데 없었고 정처 없었습니다. 저도 대부분의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 머릿 속에는 복지 좋고 급여 좋은 재단과 NGO, 안정적인 공무원과 공단 뿐이었습니다. 뜻하는 바가 있어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그냥'이라는 말이 적절했습니다. 사회복지 기관은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 여기 있습니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 하고 노력했던 과거 모습을 돌아보면 그당시 표현하지 못했지만 근본에 다가가고 가치있는 삶, 의식있는 삶을 살고 싶어했습니다. 그랬기에 사회사업과 마주했을 때 제 가슴에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 울림이 곡성 농활, 월평빌라, 복지순례로 전해졌고 지금 이렇게 구슬의 끝무렵까지 저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번 구슬 3기 활동은 저에게 있어 4번째 정보원 활동입니다. 사회사업 공부하며 자치와 공생을 근본에 두고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받아들일 때 따져묻고 생각하고 공부하며 사회사업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사업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이렇게까지 붙잡고 싶은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제 인생 가운데 4주의 구슬 활동은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추억과 웃음, 그리고 귀한 배움들과 성찰, 즐거움으로 채워졌습니다. 지금까지 구슬에서 풍성하게 얻은 앎과 즐거움을 되돌아보려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배움과 성찰의 그릇 넓히기
세 번째 마주한 복지요결. 눈 감고 복지요결을 두 손에 얹으며 기도했습니다. '전보다 넓은 이해로 복지요결을 이해하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생각해보기를', '더함에 감사하고 깍고 다듬어짐에 감사하기를', '어느 때보다 더욱 간절하게, 귀하게 공부하기를'.
복지요결을 읽어나가며 '사회사업', 이것이 나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이길래 이렇게 붙잡고 사회사업을 공부하고, 사회사업 잘하고 싶어하는 저에게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오랜 고민을 해왔습니다. 제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고, 바르게, 의미있게, 즐겁게 살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선택이 사회사업이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주어지는 대로, 붙잡히는 대로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그 사람다운 모습을 살리고 싶고 지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결정한 것이 사회사업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사회복지사, 사회사업가가 전문가인가에 대해 깊이있게 논해보았습니다. 사회사업에서 말하는 '진심'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문가로서 다양한 기법과 기술, 재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한덕연 선생님께서 복지야성을 통해 전문가에 대해 읽어주셨습니다. 제 무의식에서 당사자보다 위에 있고 또 지식인으로서의 인정을 받고자 한 것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당사자를 위함이라며 합리화하고 제 자신을 감추어왔던 저의 오만함을 보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굉장히 부끄러웠습니다. 무언가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를 위한 학위, 자격증, 기술이 아니라 당사자를 위한 마음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번에 복지요결과 마주하며 사회사업뿐만 아니라 저의 인생 또한 바라보았습니다. 많은 것들이 다듬어졌고 또 더해졌습니다.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저를 뒤흔들고 성찰해볼 수 있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과 함께 한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와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월간 이웃과 인정'. 사회사업 근본, 가치, 철학을 복지관에 녹여내어 실제 현장의 이야기들을 한 데 모은 책들입니다. 김세진 선생님의 사회사업 인생 얼마나 치열하셨는지 마음으로 전해졌습니다. 어떨 때는 신이 나서 해맑게 웃음 꽃 피어나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현장의 답답한 마음에 흥분하며 말씀하시는 선생님, 사회사업을 사랑하시는 마음, 열정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선생님과 책장을 넘기며 배움의 즐거움도 더해졌습니다.
새하얀 한지에 한 획을 긋더라도 고심하며 정성스레 그리는 한국화처럼 이준혁이라는 새하얀 한지에 복지관 사회사업을 정성스레 새기고 싶었습니다. 한 획을 긋기 전 많은 생각들을 했고 물음을 던졌습니다. '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선생님과 동료들에게도 많이 물었습니다. 구슬 면접 때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지금 당장 복지관에서 당당히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사업보다 이상을 먼저 그리며 처지와 역량에 맞는 사회사업가가 되어 진심으로 마을과 주민 분들을 만나고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복지관 사회사업 공부 이전에 김세진 선생님의 모습에서 사회사업가 태도와 품성을 배웠습니다. 구슬팀과 순례단을 산과 들, 바다로 이동해주시고 오랜 시간 운전해주신 버스 기사님을 귀하게 대하는 선생님. 먼 길 운전 피곤해보이셔서 주무시지 않고 기사님 옆을 지켰던 선생님. 기사님 불편하시지 않도록 잠자리, 식사 등 기사님을 세워드리는 선생님을 보고 어른을 어떻게 대해드려야 하는지 사람을 어떻게 예로써 대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그런 선생님을 닮고 싶습니다
이번 활동하며 유독 자주 누웠습니다. 태양이 내리 쬐는 땅에 눕기도 하고, 풀밭에 누워 비를 맞아보기도 하고, 기다란 나무 의자에 누워 바람 소리에 가슴 떨리기도 하고, 둥그렇고 밝은 달을 가로등 삼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눕기도 했습니다. 이준혁다움이 무언지 자주 물어보았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사회사업하려는 이유는 뭘까?' 그 고뇌로 맘 편치 않았습니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밤새 씨름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지금 여기 오기까지의 발자취를 되짚어보았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나의 소망을 실현하는 데 도와줄 것이다.'는 말이 떠올라 밤하늘을 바라보며 감동했습니다. 활동이 끝난 뒤에도 땅에 등을 내어줄 때마다 구슬 3기가 떠오를 겁니다.
세 번째 이야기, 여덟빛깔의 구슬
각자의 빛깔이 어우러져 이렇게 모인 우리. 매일 하루의 감사함을 전하며 가까워졌던 감사평가, 힘들때 서로 걱정해주고 챙겨주던 나날들, 밀어주고 끌어주며 함께 올랐던 지리산 노고단, 해지는 저녁 노을을 풍경 삼아 이야기 나누던 뜬다리부두, 수양밸리 옥상에 올라 밤하늘 수놓은 별들을 보던 밤, 모든 것이 즐거웠고 웃음으로 가득했던 강릉 수료여행, 둥그렇게 머리 맞대고 밤새 서로 마음 전하며 따듯했던 그날 밤, 솔직한 이야기, 솔직한 마음 동료들에게 전해주고 서로를 위한 마음 확인하며 감동의 순간이었던 비전 워크숍.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동료 한 명 한 명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 따듯한 진심으로 사람과 세상을 품을 예은 누나.
당당하면서도 겸손하게 복지인의 길을 걸어갈 지영이.
시원한 미소와 진한 눈물로 감동이 있는 수정이.
사랑스러운 향, 사람들 마음 속까지 퍼질 소향이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그길이 분명한 정현이
배려심과 유쾌함이 있고, 희망이 스미어 앞날이 기대되는 연정이
또렷한 눈빛과 확신 찬 목소리로 메세지와 가치를 전할 동현이
모두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을 사랑으로 감싸주신 김세진 선생님. 가지각색의 여덟 개 구슬 꿰신다고 많이 힘드셨을겁니다.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사회사업가 품성과 태도에 본보기가 되어주셨고, 깊은 고민과 물음에도 답해주시고 저희들에게 귀한 배움 하나라도 더 나눠주시려는 선생님의 마음, 감사합니다. 4주의 시간, 함께 해주고 저희 곁이 있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태양은 여전히 뜨겁기만한데 구슬 활동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꿈 같았던 구슬 활동, 앞으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우리들의 이 꿈을 잃지 않고 그곳을 향해 걸어나갔으면 합니다. 우리 동료들, 예은 누나, 수정이, 지영이, 소향이, 정현이, 연정이, 동현이. 그리고 우리들의 선생님 김세진 선생님. 모두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가 걸어갈 그길 진심으로 축복할 겁니다.
네 번째 이야기, 모두 다시 만나면
합동연수 마지막 날, 복지요결을 덮고서 모두 함께 부르던 뭉게구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그러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땅이 끝나는 곳에서 뭉게구름이 되어
저 푸른 하늘 벗삼아 훨훨 날아다니리라.
이 하늘 끝까지 가는 날 맑은 빗물이 되어
가만히 이 땅에 내리면 어디라도 외로울까.
이 땅의 끝에서 모두 다시 만나면
우리는 또다시 둥글게 뭉게구름 되리라.
모두 다시 만나 둥글게 뭉게구름이 될 그날을 기다립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첫댓글 공부를 위한 기도.. 자신 성찰을 위한 깊은 고뇌.. 고통.. 4주 동안 준혁이가 느낀 그 많은 감정들을 어떻게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5월 순례보다 한 뼘 성장한 준혁이 모습이 대견해요.
다시 만날 땐 또 성장하겠지? 준혁아 수고했어요.
선생님 수료식 함께한듯해요^^ 구슬활동도 선생님과 함께해서 좋았지요~ 만나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그립습니다. 이렇게 정성스레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기쁩니다!
머리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밤새 씨름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지금 여기 오기까지의 발자취를 되짚어보았습니다.
준혁오빠..
응원해요. 고민하는 한사람 저도 있다는걸 기억해주세요!
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