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20년 5월 새로 나온 책

[김선옥 17기]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3종, 동화 1종, 사회 4종, 소설 2종, 모두 10종입니다.

그래봤자 개구리
장현정 글, 그림
모래알｜2020.1.30｜52쪽｜15,000원｜그림책｜8~9세

검은색 알들 옆으로 파란색 알이 보인다. 파란색 알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일이 펼쳐질지,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알들은 빨간 물고기 떼가 지나가고, 노란 햇살이 비추고, 주황색 꽃이 피어나는 동안 조금씩 자라 개구리가 되었다. 검은 물고기의 위협에서 물 밖으로 뛰어오를 만큼 자란 알들은 그것만으로 기쁘다. 기쁨도 잠시 두루미가 개구리들을 잡아먹는다. 두루미는 오른쪽 면에 굵고 빨간 다리만 보이고 검은 머리와 부리는 왼쪽 면에 그려져 거대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파란 개구리는 살아났지만 포식자들의 위협은 계속된다. 그래도 개구리는 자신이 개구리라는 사실이 마냥 기쁘다. 족제비에게 쫓겨 풀숲으로 달아난 장면은 글 없이 이어지며 점점 까만색으로 뒤덮여 개구리의 두려운 마음을 보여 준다. 두려운 상황에서도 개구리는 “그래! 나 개구리다!”라며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인정한다.
이야기는 큰 정사각형 판형의 두 면에 걸쳐 펼쳐진다. 개구리들이 생의 기쁨에 뛰어오르는 역동적인 장면과 포식자들의 위협을 받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교차하며 리듬감을 갖는다.(김미경)

하늘에
김장성 글｜우영 그림
이야기꽃｜2020.2.17｜36쪽｜13,000원｜그림책｜8~9세

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나뭇가지 끝에서 흔들리는 나뭇잎, 높이 떠오르는 풍선들, 새, 비행기, 구름이 보인다.
파랗던 하늘에 해가 기울어 도시는 온통 노란빛으로 변한다. 노을이 지고 밤이 되어 달이 뜨고 별이 반짝인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아이의 시선이 서서히 이동한다. 높다란 인공 구조물 철탑이 아이의 눈에 들어온다. 대형 광고판이 보이고 노동 현장 위에는 크레인도 있다. 굴뚝 꼭대기에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사람들이 보인다.
아빠 손을 잡은 아이는 그들을 올려다보며 “왜 거기 있는 걸까?” 묻는다.
평범한 하늘 이야기로 시작해 하늘 위 좁은 공간에서 무언가를 외치는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한다. 하늘을 향해 높이 들어 올린 ‘힘내서 만나요’라는 팻말처럼 그들에게 위로와 응원도 함께 전한다.(김현정)

물개 할망
오미경 글｜이명애 그림
모래알｜2020.1.30｜44쪽｜15,000원｜그림책｜10~11세

아이는 해녀인 할머니와 같이 산다. 아이는 할머니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을까 봐 항상 조마조마하다. 자신은 용왕의 딸이라 꼭 돌아온다는 할머니의 말도 안심이 안 된다. 드디어 아이도 해녀가 되어 물질을 하게 된 날, 바닷속에서 용왕 할망을 만난다. 용왕 할망은, 할머니는 땅에 지킬 것이 있어 꼭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제 아이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파랗게 출렁이는 바다, 폭풍우 부는 해안가, 색색의 바닷속 풍경이 큰 판형의 두 면에 걸쳐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주황색 테왁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려져 마치 한 송이 꽃 같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바다는 마녀의 긴 손가락 같은 해초가 너울거리는 보랏빛 바다로, 짙은 녹색과 검은색의 어두운 바다로 변하기도 한다. 아이가 물숨을 먹고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장면은 그림 표현으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된다.
물개가 가죽을 벗으면 사람이 된다는 아일랜드 설화와 제주 해녀 이야기를 접목했다. 할머니와 손녀의 따뜻한 이야기가 제주 방언과도 잘 어우러져 새로운 해녀 이야기를 들려준다.(노은정)

그렇게 큰 사랑은 사라지지 않아요
모니 닐손 글｜요안나 헬그렌 그림｜신견식 옮김
다림｜2020.2.7｜191쪽｜11,000원｜외국 동화｜12~13세

레아는 노아에게 엄마가 곧 죽는다는 말을 듣는다. 엄마는 암에 걸렸지만 건강해지려고 노력 중이며 항상 레아의 곁에서 사랑을 베푼다. 그런데 가장 친한 친구인 노아가 그런 말을 하니 레아는 화가 난다. 노아를 미워하기만 하면 엄마가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노아의 탓으로 돌린다. 노아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피해 다니고 좋아하던 축구도 그만둔다. 그러면서도 레아는 방 커튼 뒤에 숨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노아를 매일 지켜본다. 엄마의 상태가 나빠지자 가족들은 서로 위로하고 보듬으며 함께 애틋한 시간을 보낸다. 엄마는 레아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해 준다. 레아는 엄마를 보내며 노아와 화해하고 축구도 다시 시작한다. 엄마가 그리운 날에는 노아와 함께 밤나무 아래에서 엄마가 녹음해 준 이야기를 듣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며 화내고 슬퍼하고 다시 용기를 내는 레아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박은영)

나도 투표했어!
마크 슐먼 글｜세르주 블로크 그림｜정회성 옮김｜박성혁 감수
토토북｜2020.2.20｜48쪽｜12,000원｜사회｜8~9세

투표의 정의와 방법 및 과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쉬운 글과 재미있는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민의 정치 참여 수단인 투표를 정정당당하게 하면 모두에게 공평한 일이 된다고 한다. 혼자서 사과나 오렌지 중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단순한 선택을 할 때도 있지만 반 이름을 정할 때처럼 의견을 조율하며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은 각기 다를 수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이 선택되길 바란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친구들에게 말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그리고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 의견을 듣고 애를 쓰면 친구의 마음이 바뀌거나 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선택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정할 수 없고, 달라지길 원한다면 선택해야 하며, 선택은 결과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이재란)

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데이브 에거스 글｜숀 해리스 그림｜김지은 옮김｜이신애 해설
이마주｜2020.1.20｜56쪽｜11,000원｜사회｜10~11세

자기 힘으로 직접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모이고 행동하는 사람을 시민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의 시작은 시민에게서 나온다. 책에는 아이들과 곰이 시민으로 등장한다. 사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주체는 어른만이 아니라 어린이와 동물들도 얼마든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버려진 섬에 하나둘 모여든 아이들은 섬을 놀이터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간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규칙을 만들거나 바꾸기도 하고, 한 이웃을 돕기도 하고, 잘못을 바로잡고, 그동안 뒤집혀 있던 것을 올바르게 되돌려 놓기도 한다. 책은 개인이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능력을 사용한다면, 외로움에 처한 누군가를 향해 관심과 손을 내민다면, 시민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변화를 만끽하게 된다는 것을 조곤조곤 알려준다. 모든 배경과 등장인물을 종이로 오려 완성한 콜라주 기법의 그림은 입체적이고 생생하여 내용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준다.(박주원)

꽃밥 -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
정연숙 글｜김동성 그림
논장｜2020.1.28｜40쪽｜13,000원｜사회｜10~11세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에 대해 쓰는 게 오늘의 숙제다. 은진이는 엄마에게 세상에서 무슨 꽃이 가장 예쁘냐고 묻고 엄마는 “그야 당연히 벼꽃이지.”라고 대답한다. 벼에서 꽃이 핀다는 사실을 신기해하는 딸에게 엄마는 책상 서랍 깊숙이 있던 외할머니의 일기장을 가져와 보여준다. 어린 시절 벼꽃을 보고 배가 고팠지만 밥이 될 귀한 벼꽃을 차마 먹지 못했던 일부터 엄마가 된 날 윤기 흐르는 흰쌀밥을 먹었던 일, 아이 첫 생일에 햅쌀로 백설기 떡을 만들어 주고 손녀 은진이가 돌잡이 때 쌀 그릇을 집어 기분이 좋았던 일등 할머니의 인생에서 소중한 순간에는 언제나 쌀이 함께였다. 일기장 속 할머니의 삶은 60~70년대 보릿고개 시절부터 쌀 소비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의 안타까운 농촌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싱싱한 초록으로 빛나는 논, 황금빛으로 물든 벼, 좌판이 늘어선 시장 풍경 등 농부의 삶과 변화하는 농촌의 모습을 따뜻하게 구현해 낸 그림이 이야기의 감동을 더 한다.(원성옥)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앙드레 마르와 글｜쥘리엥 카스타니에 그림｜김현아 옮김
한울림어린이｜2020.1.9｜64쪽｜15,000원｜사회｜12~13세

약 26억 년 전 만들어진 희귀 금속 탄탈은 콩고의 어린 광부 노르베르에 의해 깨어난다. 10살짜리 아이는 돈을 벌기 위해 열두 시간을 갱도에서 바위를 깨며 망치질을 한다. ‘어린 노르베르는 왜 힘든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누가 노르베르에게 힘든 일을 시키는 걸까?’ 탄탈은 궁금하다.
중국의 스마트폰 공장에서 만난 열여섯 살 루한은 생산량을 높이라는 스피커 소리를 들으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전기회로에 탄탈을 넣는 일을 한다. 부유한 나라의 소년 토마스는 항상 스마트폰과 있지만 편하고 좋을 뿐 만들어지는 과정은 관심이 없다고 한다. 마지막 탄탈의 여행. 폐기물이 되어버린 탄탈은 재활용될 수 있을까? 탄탈은 전자기기를 분해하는 리안을 만나지만 재활용보다는 어린 노동자들을 통해서 캐내는 것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각종 폐기물은 땅속으로 스며들고 중금속은 지하수로 오염되어 인간과 동물에게 중독된다.
붉은색과 검은색만을 사용한 그림은 귀하지만 값싼 노동력에 버려지는 희귀 금속 탄탈과 어린 노동자의 아픔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황선숙)

어항에 사는 소년
강리오 글
소원나무｜2019.12.25｜232쪽｜13,000원｜소설｜13세부터

영유 엄마는 사채업자에게 사는 곳이 알려질까 두려워 영유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분리수거 날에만 밖에 나가게 한다. 영유는 분리수거장에서 금붕어를 주워 왔다. 영유가 애지중지하는 그 금붕어는 걸핏하면 어항을 뛰쳐나와 영유를 놀라게 한다.
알코올 중독이 된 영유 엄마는 영유를 때렸고 밥도 잘 챙겨주지 않는다. 영유는 중국 음식 배달 형이 오는 때를 가장 좋아한다. 형은 영유에게 만두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또래 친구들과 사귀라며 따뜻한 말을 해준다. 영유는 우연히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현재를 도와준다. 현재와 어울리면서 영유는 집 밖으로 나가 그네를 타고 미니 바이킹을 타러 가기도 한다. 엄마에게 죽도록 맞은 날 엄마가 잠들기를 기다려 영유는 깨진 어항에서 튕겨져 나온 금붕어만 챙겨 집을 나온다. 영유가 금붕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서로를 돕는 세 아이의 모습에서 그들이 처한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정인복)

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
김혜진 글
서유재｜2020.1.30｜188쪽｜12,000원｜소설｜16세부터

‘나’는 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나는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길, 늘 새로운 길로 반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길을 모은다. 태어날 때부터 늘 병원을 오가는 언니는 늘 가족의 중심에 있다. 같은 방을 쓰니 자연스럽게 언니를 살펴야 한다. 언니는 언제나 가족에게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헛헛한 마음 때문에 길을 모으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전학 온 학교에서 만난 모는 문장을 모은다. 보이는 것을 쓰면 자신이 갖게 된다고 믿어 책 읽기를 좋아한다. 네이는 언니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인형을 중고 사이트에 팔면서 알게 된다. 네이는 스무 살로 낡은 것을 모아 수선해서 파는 일을 한다. 다른 듯 보이지만 뭔가 모은다는 공통점으로 셋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병원에 있어야 하는 언니가 네이와 함께 사라진다. 언니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왜 길을 찾아다녔는지, 언니가 늘 있던 자리에서 왜 떠났는지 이해하게 된다. 무엇인가 일탈을 꿈꾸는 듯하지만 그 길의 끝은 언제나 집이며 가족,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배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