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잔(phajaan)은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의식이다. 야생에서 잡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날을 굶기고 구타하는 의식. 절반의 코끼리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지만, 강인한 코끼리는 살아남아 관광객을 등에 태우며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 코끼리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지고 본능의 심연에서 어렴풋하게 냉혹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엄마를 찾아선 안 된다는 것과, 몽둥이의 고통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코끼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유를 향한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하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우리는 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몽둥이를 든 가난한 자들에게 분노가 솟구친다. 하지만 분노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이것이 단순히 선악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자들도 피해자일지 모른다. 그들의 영혼도 이미 산산이 부서진 것일지도 말이다. 그들이 처음 아기 코끼리를 구타하는 것을 주저할 때, 그의 가정과 사회는 그에게 친절하게 말했을 것이다. 질문을 멈추라. 그것은 먹고사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네가 지켜야 할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을 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라. 결국 그는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했을 것이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 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 다른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가 피해자였는지 가해자였는지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 이미 파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 pp 4~5 <프로롤그 중에서>
- 아무래도 세계는 생각보다 신비한 무엇인 듯하다. 그것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무한하고 중첩되어 있으며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조재는 그 기이한 세계의 일부분만을 단순하게 이해하돍 태어났다. - pp 67 <우주 : 세계의 탄생 중에서>
- 점성술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8월에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8월이 되었다. 논리적 가능성은 두 가지다.
A : 물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한다.
B : 물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A가 되었다면 점성술사의 예측은 옳은 예측이 된다. 그는 참 신통하다. 반대로 B다 되었다면 어떨까? 그렇다 하더라도 점성술사는 참으로 신통하다. 왜냐하면 그는 당신이 자신의 말을듣고 조심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성술사의 예측은 결코 틀릴 수가 없다. 언제나 참이다. - pp 83~84 <우주 : 세계의 탄샐 중에서>
- 진화에 대한 대표적인 두 가지 오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획득한 형질이 후손에게 유전된다고 생각하는 오해, 둘째는 진화가 선형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오해다.
~~이 두가지 오해 즉 용불용설과 선형적 진화의 이미지였다. 현대의 진화학은 용불용설은 자연선택설로 대체되었고, 선형적 진화 이미지는 방사형 진화 이미지로 대체되었다. - pp 139~144 <인류 : 인간과 문명 - 진화에 대하여 중에서>
- <길가메시 서사시>가 쓰인 건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가 멀게 느꺄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여기서 매순간 발견하는 것이 신과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만하고 욕망하고 좌절을 두려워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 pp 166 <인류 : 인간과 문명 중에서>
- 올바른 행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떠한 기대, 어떠한 성공을 위한 바람조차도 없는 것이다.
이것은 크리슈나가 말하는, 인간이 신으로 향하는 길이다. 겸허히 의무를 행하고,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 - pp 229 <베다 : 우주와 자아 중에서>
PP 240 < 베다 : 우주와 자아 중에서>
- 주돈이의 대표 저서 <태극도설>이라는 짧은 글과 그림이다. 그는 도가와 불교뿐만 아니라 <주역>의 음양론과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오행론을 접목아여 우주와 인간의 존재 원리를 체계적으로 풀어냈다. pp 309~310 <도가 : 도리와 덕성 중에서>
- 싯다르타는 6년간의 극도의 고행을 지속하자 몸에는 살과 근육이 남지 않았다. 육체의 죽음의 직전에 이르렀다. 결국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마을의 소녀가 우유죽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 그때 멀리 어디선가 현악기를 뜯는 소리가 들려왔다. 싯다르타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끈을 너무 느슨하게 풀면 소리는 둔탁해지고 너무 강하게 조이면 끈은 끊어진다. 싯다르타는 무엇인가를 이해한 것만 같았다. 극도의 쾌락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처럼, 극도의 고통 역시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그는 강에서 몸을 씻었다. -pp 330~331 <불교 : 자아의 실체 중에서>
- PP 454 <철학 :불열된 세계 중에서>
PP 474 <철학 : 분열된 세계 중에서>
PP 545 <기독교: 교리와 신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