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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고결해도 인물이 없으면 집권할 수 없다”
- 4.29 재보선 평가와 2010지방선거 전략 -
김장민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
1. 4.29재보궐선거의 평가
묻지마 반MB, 민주당 어부지리로 수도권에서 기사회생, 민주노동당 절반의 승리
4.29재보궐선거결과를 보면 16개 선거구 중 교육감선거를 제외하면, 민주노동당이 전남장흥에서 도의원, 광주서구에서 시의원에 당선됐다. 한나라당은 전패한 가운데 광진 1곳에서 겨우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민주당은 부평에서 국회의원, 시흥시장에 당선되고 충북증평과 전남영암(무투표당선)에서 각각 1명씩 2명의 기초의원에 당선됐다. 전과 달리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인 이번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통해 내년 동시지방선거의 표심을 미리 읽을 수 있다. 재보궐선거의 민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영남을 포함하여 전국적인 '묻지마 반이명박'으로 압축된다. 높은 투표율도 이런 기조에서 설명된다. 한나라당은 이명박정권의 실정,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 장자연리스트에 대한 편파수사 등으로 무능력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하여 대패했다.
둘째, 민주당은 호남에서 무투표당선된 기초의원을 제외하면 전패했다. 국회의원선거는 탈당인사에게 패배하고, 지방선거는 민주노동당에게 완패당했다. 그 결과 지역정당의 기반마저 상실할 위기에 처했으나, ‘묻지마 반이명박’의 어부지리로 부평과 시흥에서 간신히 살아났다.
셋째, 민주노동당은 가장 상징적인 진보정치 1번지인 울산북구에서 진보대연합 후보를 당선시켰지만, 후보단일화에서 패배함으로서 원내유일 진보정당으로서 위상이 약화됐다. 호남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완승하면서 지역정당에 대한 제1의 견제세력이라는 위상을 다졌다.
민주노동당은 영남에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제1의 견제세력으로서 확인된 바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제치고 유일한 전국정당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묻지마 반이명박’으로 수도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부천은 물론, 시흥에서 진보대연합을 성사시켰지만 당락을 가르는 의미 있는 득표에 실패했다.
노동자선거구에서 진보정당 분립의 기반을 내준 것은 뼈아픈 한계다.
각 선거구별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울산북구의 조승수후보로의 단일화와 당선은 진보대연합의 성과이지만, 민주노동당이 그 중심에 서지 못했다. 울산북구에서 단일화성공은 일시적인 진보정치 연대의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단결세력이 분열세력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집약되지 못했다. 노동자 선거구에서 분열의 주체에게 진보정당 분립의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진보정당의 통합에 반대하는 세력이 울산에서 득세한 것은 향후 진보대연합의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뼈아픈 한계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은 단일화과정에서 방해와 탄압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조합원총투표라는 계급투표전술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조합원총투표 여부와 일정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혼선은 민주노동당의 노동현장에 대한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앞서 당 내 후보 단일화에 시간과 역량을 소비하고 논란이 불거지는 등 과정이 깔끔하지 않았다. 단일화협상 과정에서도 후보용퇴론이 사라지지 않았다. 끝으로, 단일화 방식을 포함한 진보대연합의 기준에 관한 토론과 합의가 부족했다. 향후에는 단일화 이후의 과제까지 포함한 연대의 원칙을 합의하고 천명해야 한다.
김창현후보와 민주노동당은 전국에서 몰려 든 당원들과 함께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여 거의 승리의 문턱에 도달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조직노동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김창현 후보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무차별적인 주민여론조사에서 1% 남짓 뒤진 점을 돌아보면, 당내 후보를 조기에 확정하여 울산북구를 대표할 수 있도록 대 주민정치를 강화했다면 조승수후보의 인지도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서울과 경기의 교육감선거와 같은 본격적인 ‘반MB선거연합’은 불발에 그쳤다. 울산북구의 선거결과를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한 반MB선거연합’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 민주당의 후보가 반MB선거연합을 제안하며 사퇴했지만, 애초부터 민주당의 지지도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본견적인 선거연합의 논의가 없었던 일방적인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부평에서 한미FTA를 추진한 당사자를 공천함으로써 스스로 반MB선거연합의 가능성을 저버리고 당선가능성이라는 무원칙한 연대기준을 들이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평에서 진보정치의 발판을 지켜냈다고 자기 위안을 할 것이 아니다. 진보정치의 과제는 반MB 정서로 인해 ‘묻지마단일화’에 편향돼있는 대중들에게 ‘어떻게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설득하고 지역집권의 동력을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시흥시장선거의 경우 진보대연합의 후보가 중도정당의 후보를 압도하는 흡입력을 갖추지 못한 채 후보단일화 논란에 빠지면서 당선가능성에서 멀어졌다. 시흥선거의 결과에서 보듯이, 진보대연합의 후보는 중도정당마저 거부할 수 없는 대중적 친화력과 명분을 갖고 있어야 다양한 반MB세력을 결집하여 당선될 수 있다.
2. 재보궐선거 결과로 본 향후 선거전략
호남은 민주당심판, 영남은 진보대연합, 수도권은 반MB의 기조로 나가자.
대중의 요구는 민생과 평화를 파탄시킨 MB정부에 대한 심판과 대안권력의 출현이다. ‘반MB 정책공조와 반MB선거연합’으로 압축된다. 이는 1%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저지시키고, 한반도를 전쟁위험으로 몰고 가는 민족 대결적 통일외교노선을 전환시키는 것이다. 또한 이는 향후 선거에서 진보진영과 중도진영이 정치적 조율과 연대를 통해 MB정권을 교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IMF이후 반민생적인 신자유주의정책을 전격적으로 도입한 김대중정권을 보라! 여대야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정치개혁과 민주개혁을 달성하지 못하고, 한반도평화와 통일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노무현정권은 어떠한가! 중도정당 집권 10년의 실패와 이에 대한 유권자의 가혹한 심판을 직시할 때 중도진영은 민생과 평화를 실현하고 책임질 진지한 결의와 능력이 결여돼 있다.
대중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 안고, 민생과 평화를 책임질 수 있는 반MB 대안권력은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력들이 결집할 때 가능하다. 특히 진보대연합의 중심에 있는 진보정당만이 자주와 평등의 문제를 연계시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평화가 민족의 생존권이자, 군축이 민중의 밥이요, 통일이 한반도의 나아갈 길인데, 아래와 같은 산적한 문제를 진보정당이 짊어지고 가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는가?
한미FTA강행, 국방비급증과 주한미군재배치, 남북대결과 한반도 전쟁위험, 침략전쟁 파병강요, 내수기반을 상실한 대외의존적인 경제체제의 위기, 고질적인 부동산투기와 사교육비, 살인적인 고리대, 무너져 가는 고용과 복지 등 등....
향후 2010년 동시지방선거나 2012년 총선, 대선에서 반MB 대안권력의 창출이라는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진보적 집권의 토대를 형성 강화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의 향후 선거전략을 다음과 같이 고민해야 한다.
첫째, 호남에서는 민주당심판론과 대표선수교체론으로 나가야 한다. 한나라당의 당선가능성이 없는 반면, 민주당 또한 기득권 보수지역정당으로서 대중적 신뢰를 잃어가는 호남에서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한 반MB선거연합’은 의미가 없다. 진보정치만이 진정으로 민생정치, 평화정치를 실천해나갈 수 있는 점을 분명히 하고 무능력한 지역토호세력인 보수정당, 민주당을 심판해야 할 것이다. 장흥과 광주의 당선에서 이러한 지점을 놓치면 안 된다.
둘째, 영남에서는 창원, 울산, 거제, 사천 등 진보벨트를 주축으로 삼아 대안권력으로서 진보대연합을 실현해야 한다. 울산북구나 과거 선거를 보더라도 영남에서 민주당은 당락을 가르는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의식적인 반MB선거연합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 진보대연합을 성사시키면 민주당은 이에 흡입되거나 독자출마해도 무시할 정도이다. 울산북구에서 보듯이 진보대연합에 집중하고, 민주당을 일정부분 무시하면서 진보대연합 후보를 실력으로써 반MB단일후보로 관철시키면 된다.
셋째, 수도권에서는 진보정당의 세력이 미약하지만,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반MB선거연합’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다. 향후 수도권에서 선거기조가 반MB선거연합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유력한 후보를 발굴하지 못하면 민주당후보로 단일화되거나, 독자 출마하더라도 사표심리에 의해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2010년을 앞 둔 민주노동당에 대한 경종이라고 볼 수 있다.
3.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한 반MB'의 성공가능성
진보정치가 반MB의 중심에 서려면 진보적 대중정치인을 키워야 한다.
앞서 제기한 대로 민주노동당에 있어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한 반MB’는 영남에서 진보대연합, 호남에서 민주당심판과 대표선수교체론, 수도권에서는 반MB선거연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한 반MB’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극복해야 할 한계와 과제도 아래와 같이 부각됐다.
진보의 가치가 아무리 고결하다고 해도, 반MB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진보정치의 대표선수가 없다면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한 반MB’는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진보정치의 대표선수가 가능한 한 민주노동당의 대중적인 정치인이어야 하며, 그것이 여의치 못할 때는 민주노동당과 전망을 같이 할 수 있는 품이 큰 진보적 인사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동당이 중심이 돼 경기도 교육감후보를 발굴하고,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대단한 성공이다.
진보대연합이 반MB의 중심에 서려면, 울산과 같은 노동자밀집지역에서 진보정치가 집권이 가능한 대안세력으로 인식돼야 한다. 영남지역에서 강력한 제1의 MB견제세력이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노동자, 농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과 같은 지역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전국정당이다.
그러므로 민중의 지지를 조직한다면 영남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제1의 견제세력으로서, 호남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제1의 견제세력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확대 강화할 수 있다. 울산, 창원과 같은 노동자밀집지역이 아니라도 호남의 곳곳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각을 세워 상당한 성과를 이룩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수도권이다. 수도권에서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한 반MB선거연합’이 민주노동당에게 가혹한 시련이 될 수 있다. 수도권에서 민주노동당의 결정적인 한계는 대중을 흡입할 수 있는 블랙홀 같은 인기정치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반면 중도정당이나 진보신당이 조직적 기반이 취약한 반면,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여론정치에 능숙한 전국적인 스타급 정치인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반MB의 응집력이 가능한 진보정치의 대표선수나, 민주노동당과 전망을 같이 할 수 있는 덕망 있는 진보적 인사를 사전에 발굴하여 대중정치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계급투표를 기반으로 할 수 없는 수도권에서 특히 사활적인 문제이다.
4. 수도권의 ‘반MB선거연합’에 대한 대응전략
연대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반MB 단체장후보를 내세우자.
은평, 금천, 수원, 안산 등 주로 수도권에서 치러지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동시지방선거에서 반MB에 대한 대중의 요구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여론에서나, 실리에서나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한 반MB선거연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말에 실시된, 서울교육감선거, 올해 4월 8일에 실시된 경기교육감선,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한 반MB선거연합'의 잠재력은 상당하다.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주경복 진보대연합후보가 2만2천표차로 석패했으나, 25개 자치단체 중 17곳에서 당선자보다 득표율이 높았다. 경기도교육감선거에서 진보대연합 후보인 김상곤 당선자의 득표율을 보면 광명시와 군포시는 거의 과반수이며, 안양, 부천, 안산, 고양, 과천도 과반수에 근접한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나 서울이나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한 반MB선거연합’ 후보라고 할 수 있지만 서울보다 경기도에서 더 반MB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박빙의 대결을 펼친 가운데, 45%를 넘는 곳은 마포와 관악 2곳에 불과하나 경기도는 31개 자치단체 중에서 무려 8곳에 해당한다.
이는 1년 전보다 유권자의 반MB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일반적인 추세로 읽혀질 수 있다. 혹은 최근의 엘리트교육정책의 강행에서 보듯이 1% 특권층을 위한 이명박정권의 정책에 대해 같은 수도권이지만 경기지역의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박탈감과 불만을 갖고 있다는 지표도 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전교조에 대한 반감을 선거에 악용하려는 보수진영의 의도는 경기도에서 그다지 먹혀들지 않았다. 또한 서울과 달리 경기도 교육감선거는 후보발굴에서 선거운동에 이르기까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당 등 반MB세력이 사활적인 선거연합에 주력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추세는 한나라당이 완패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더욱 확연해졌다.
민주노동당은 향후 재보궐선거 뿐 아니라 내년 동시지방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권에서 다음과 같은 선거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 반MB선거연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도권단체장 후보, 특히 서울시장 후보를 발굴해야 한다.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등 중도정당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후보를 공세적으로 내세운 경기도교육감선거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당 내에 그런 후보가 있는지, 당밖에 있다면 당의 후보로 나설 의지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의 경우 정당의 추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무소속이 ‘반MB선거연합’의 간판으로 나섰다.
둘째, 수도권 광역단체장의 경우 민주노동당의 간판으로 ‘반MB선거연합’이 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 중도정당이 그러한 선거연합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나아가 대중적 흡입력이 있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있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당선가능한 후보로 보고 표를 몰아줄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의 경우 무소속의 시민후보를 모색할 수 있다. 다만 각 정당은 서울의 상징성을 포기할 수 없고, 정당후보에 따라 정당명부 득표율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힘겨운 협상과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노동당은 반MB의 정서가 강하고 유력한 당 후보가 있는 수도권 기초단체 중 몇 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서울이외의 광역단체장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보대연합의 후보가 준비된 기초단체장은 반드시 민주노동당으로 후보단일화를 관철시켜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도 울산북구의 쓰라린 경험에서 보듯이, 민주노동당이 대중적 파급력이 있는 기초단체장 후보를 미리 발굴하여 대 주민활동을 통해 인지도와 지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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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 승리’ 넘어 어디로 향할 것인가? 4.29 재보선의 명과 암 2009-04-30 ㅣ 손우정/새사연 연구원
한나라당의 악몽이 시작됐다. 지난 해 촛불시위 이후 첫 ‘투표 대결’이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그럼 그렇지’ 하며 일찌감치 베개 속에 머리를 파묻었던 많은 이들은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에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반면 높은 자리에서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던 집권 여당은 고개를 떨구었음이 분명하다.
선거결과 발표 후 청와대의 한 핵심참모는 “재보선이 지역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사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반MB’ 영향력이 오히려 지역성을 압도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번 선거가 보여준 다양한 정치적 대립구도도 마찬가지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세 세력 간의 경쟁구도의 전형을 보여준 인천 부평을 선거와 함께, 보수 내부의 갈등(경북 경주), 개혁 내부의 갈등(전주 덕진, 완산), 진보 대 보수의 양자대결(울산 북구) 등의 대립구도가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경기도 교육감의 MB-반MB 대립구도까지 포함하면 최근 한 달동안 한국사회에서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정치연대의 경우의 수는 모두 나타났다.
전주지역의 무소속 바람이 오직 반MB의 확실한 성공 가능성 내에 있었으며, 경주의 선거가 집안싸움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울산북구, 인천부평, 경기시흥(기초단체장) 선거를 관통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분명해진다. 울산북구의 경우 외견상으로는 ‘진보단일화’ 형태를 띠었지만, 사실 진보적 가치를 매개로한 단일화라기보다 반MB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였으며, 인천부평과 경기시흥은 거대 두 정당과 소수(인천부평-민주노동당, 경기시흥-진보연합후보)세력 간 경쟁이라는 1987년 이후의 전형적인 대립구도를 보여줬다.
부평과 시흥에서의 민주당 승리는 1987년 이후 비판적 지지 양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선거 전에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던 인천부평의 민주노동당 후보와 경기 시흥은 무소속(진보연합후보) 후보는 각각 5.5퍼센트와 9.9퍼센트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비판적 지지양상은 어떻게 해서든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유권자의 바람이 표출된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에서 애써 선거결과를 외면하려 하더라도, 지역성 따위를 핑계로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더라도,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초선거에서조차 지역성이 사라져 버리고, 중앙정치의 축소판으로 전락해버린 한국 정치의 현실에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것이 보수정당체제가 만들어 놓은 중앙 종속적 지방자치체제다.
그러나, 무엇인가 허전하다
그러나 ‘반MB’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만 있기에는 무엇인가 허전함이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저지하고,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과연 ‘반MB’만 성사되면 모든 것이 좋아지는가?
이번 재보궐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인천부평을에서 당선된 민주당 홍영표 당선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FTA 국내대책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과연 홍영표 당선자가 어떤 MB를 반대하고, 어떤 대안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인가? 2007년 4월 1일, 한 택시노동자가 분신하면서까지 반대했던 한미 FTA를 밀어붙인 정치세력이, 이제 이명박 정권이 FTA를 국회비준하려하자 ‘독재’ 운운하면서 반대하고 있는 코미디를 ‘반MB’적 가치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가?
진보단일화로 관심을 모았던 울산북구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달라서 갈라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서’ 단일화를 했지만, 다른 무언가를 어떻게 종합시켜 낼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불투명하다. 남은 것은 추상적인은 ‘진보’라는 가치뿐인데, 이 조차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결국 단일화는 두 정당이 공유하는 진보적 가치의 실현보다, ‘반MB 단일화’의 압박이 더 큰 동기가 아니었던가?
따라서 이번 단일화가 분열로 점철된 지난 과거를 넘어, 진정한 ‘이질적 진보세력의 폭넓은 단결’의 출발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민주노동당은 단일화에 대한 반발로 내부불만이 터져 나왔고, 원내진출의 숙원을 해결한 진보신당 내부에서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단결의 동기가 커진 것도 아니다.
인천부평에 후보를 내지 않는 진보신당은 과연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했을까? 정확한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부평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더 피플’에 의뢰해 지난 4월 17일에서 19일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진보신당 지지자 중 43.8퍼센트는 민주당 홍영표 후보를 지지했고, 12.5퍼센트만이 민주노동당 김응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울산의 단일화가 두 정당이 공유한 진보적 가치를 매개로한 단일화였다기보다, 여전히 반MB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전술적 측면의 단일화였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주의 야당분열과 경주의 여당분열 역시 집권당과 야당 내부에서의 ‘비전의 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각 정당 내부의 권력다툼일 뿐이다. 결국 이번 선거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민심의 결과였음은 분명하고, 또 훌륭한 성과를 내었음은 확실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명박을 넘어 선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반MB 넘어설 소통 구조 만들어야
물론 ‘반MB’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재보궐 선거의 참패에도 170석의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아서기 위한 정치적·사회적 활동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힘들게 쌓아올린 ‘반MB’의 결과가 단지 독재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에서 상대적으로 민주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으로의 이행으로만 이어진다면, 이 결과는 다시 제 2의 MB가 출현할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일 뿐이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의 모습에서 무엇을 건지고, 무엇을 버릴 것이며, 어떤 것을 창조해내야 할 지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여전히 정권의 힘에 대한 ‘반대투표’만 강조되는 ‘적대성의 정치’ 상황에서는 분노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반MB에 기반을 둔 후보단일화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다시 말해 100퍼센트 여론조사로 결정할 것인지, 국민(민중)참여 경선제로 결정할 것인지 따위가 아니다. 그들이 무엇을 반대하며 무엇을 창조하려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국민적 이해다.
우리는 반MB로 형성된 대중적 저항 전선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도, 단순히 지지율만으로 저항의 돌파구를 찾을 것이 아니라 반MB로 결집된 다양한 세력 중, 누구의 대안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를 찾아내야 한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중 누구를 어떻게 단일 후보로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어떤 가치가 진정한 ‘대안’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각 대안의 긍정적 결합도 가능하다.
‘낡은 민주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민주주의’의 창조가 우리의 길이다. 어떻게 반MB로 결집된 대중의 힘을 유지한 채, 새로운 민주주의로 향해 갈 것인가? 그 답은 아마도 반MB 연대를 추상적 수준에서 현실로 끌어내리고, 그 ‘내부’에서 해야 할 일을 구상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반MB’를 자처한 이들이, 최소한 지난 해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대중적 열망을 공유한 세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반대가 아닌 대안을 둘러싸고 경쟁할 수 있는 대중적 소통 테이블이 필요하다. 이 논의 공간은 현재 각 정치세력의 정책전문가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민생민주국민회의의 틀을 대중적으로 확장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책경쟁을 목표로 각 지역별 정기 토론회를 기획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지역 주민들이 ‘반MB’속에 얽혀 있는 여러 갈래의 미래 가운데서, 자신의 것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후보를 결정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며, 또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서라도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 근거란 것이 오로지 ‘당선 가능성’만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그것은 현실의 적을 견제할 수는 있어도 새로운 미래를 구현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