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오가피
첫눈이 무지막지합니다.온 산을 하얗게 덮고도 성에 안 차는지 이골 저산을 꽝꽝 얼렸습니다.
오금이 저리고 무릎 관절이 뚝뚝 소리를 내는 영하의 추위가 곧바로 찾아왔지요.통증을 단박에
날릴 따뜻한 약차 한 잔이 그립습니다.날이 추워지면 뼈마디는 더 아프고 쑤십니다.콕콕 쑤시는
이 아픔을 캐낼 수만 있다면,뽑아낼 수만 있다면….한겨울에 불현듯 찾아오는 통증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지요.눈길을 자박자박 걸으려면 이 족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 오가피 열매
‘기운을 보강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피로회복에 으뜸’,‘면역기능을 강화하고 세포수를 증가
시킨다’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오가피는 자양강장제로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이뿐만이
아니었지요.뿌리와 줄기 잎,열매를 모두 약초로 쓰는 오가피는 간 손상을 막고 관절,고혈압,
해독제로도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식물계의 월드클래스!맞습니다.
▲ 오가피 순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고혈압 환자들에게 희소식을 전했습니다.고혈압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체적용시험을 진행,오가피열매 추출물이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지요.진흥청은 오가피열매에만 존재하는 ‘세코 사포닌계 화합물’이
혈압을 높이는 효소의 활성을 억제,혈압을 낮춘다고 설명했습니다.본초강목에서는
오가피열매를 ‘추풍사(追風使)’라로 표현했습니다.‘풍을 몰아내는 사자’라는 뜻으로
어혈,풍증 등 각종 혈전관련 증상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가피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차와 술입니다.뿌리와 줄기 잎 열매 모두
이용할 수 있지요.숙성된 술은 반주로 한두 잔,차는 물 대신 마셔도 무리가 없습니다.
가을에 채취한 열매는 술을 담그거나 밥 지을 때 ‘밥물’로 사용할 수 있지요.이른 봄에
돋는 새순은 샐러드 또는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칩니다.4계절 어느 때나 이용 가능한
오가피는 집 주변 울타리,조경수로 심어도 손색이 없습니다.날이 찹니다.따뜻한 오가
피차로 언 몸을 녹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