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과 물리학] 2. 분별지의 한계
-‘오온개공’ 직관으로 꿰뚫어보아야 확연-
-경험·지식·사고 넓히려면 큰지혜 필요-
반야심경의 첫머리는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일상적 경험의 세계에서 사물을 볼 때는 분명히 공(空)이 아니다. 그런데도 경(經)은 말하기를 반야로 볼 때는 오관으로 본 모든 것이 사실은 공(空)이라고 하였다. 경이 맞다면 우리가 오관으로 본 것이 사실은 환상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면 현대물리학은 ‘오온개공’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많은 물리학자들이 시공간(時空間)과 물질 모두가 무(無)에서 나왔다고 추론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이 오랜 노력과 많은 논쟁끝에 최근에야 관찰한 바를 경전의 저자는 어떻게 2천년도 넘는 이전에 ‘오온개공’이라는 말을 대담하게 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경전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야로 비추어 볼 때 오온개공이라고 하였다. 반야는 오관으로 경험하고 생각으로 헤아리는 분별지(分別智)가 아니고, 직관으로 꿰뚫어 보는 직관지(直觀智)를 뜻한다. 모든 사물의 진실을 한꺼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반야지(般若智)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를 반야지가 없는 사람이 헤아릴 길은 없지만 적어도 분별지가 무엇인지를 말할 수는 있다.
분별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경전이 말하는 바가 왜 그렇게 일상적 경험이나 사고방식과 다른가를 헤아릴 길이 있는데 분별지에는 어떤 한계가 있다는 엄밀한 수학적 증명이 있다. 이 증명을 괴델(Kurt F. Godel, 1906~1978)의 ‘불완전성 정리’라고 하는데 이해하기가 의외로 쉽다. 미적분학의 발견을 놓고 공을 다룬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Newton)과 철학자 라이프니츠(Leibnitz)사이에 다음과 같은 두가지 언쟁이 있었다고 하자.
A. 뉴턴: 라이프니츠는 거짓말쟁이다.
라이프니츠: 뉴턴은 거짓말쟁이다.
B. 뉴턴: 라이프니츠는 거짓말쟁이다.
라이프니츠: 뉴턴은 정직한 사람이다.
A의 경우 뉴턴이 정직한 사람이라면 뉴턴의 말은 진실이고 라이프니츠의 말은 거짓일 것이므로 “뉴턴은 정직한 사람이고 라이프니츠는 거짓말쟁이”라는 결론이 쉽게 나온다. 반대로 뉴턴이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모순없이 반대의 결론은 얻을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생각하든지 A와 같은 언쟁에는 논리적으로 모순없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A와 같은 경우만 있다면 단순논리로 판단한 것이 언제나 옳을 것이다.
B와 같은 언쟁이 있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인간의 논리로는 뉴턴이 정직한 사람이거나 거짓말쟁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정하더라도 여기에는 모순이 따른다. 뉴턴이 정직한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아니 그보다 뉴턴이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떤 방법에 의해 밝혔다고 하자. 그러면 뉴턴의 말은 진실이므로 라이프니츠는 거짓말을 했어야 하는데 “뉴턴이 정직한 사람이다”라고 했으니 라이프니츠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따라서 뉴턴이 거짓말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뉴턴이 정직한 사람이라고 밝혔다는 것은 어떻게 되는가? 뉴턴이 거짓말쟁이라고 가정해도 논리적 모순이 따른다.
인간 지성의 결정체가 수학이고 수학에는 모순이 없어야 한다. 오래전부터 수학의 체계에는 모순이 없음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그만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이 엉뚱한 결과를 불완전성 정리라고 하는데 풀이하여 설명하자면
“분별지로 시비를 가리려들면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언쟁사례 B와같은 경우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과 “분별지로 판단한 것이 옳다라는 것을 확인하려면 더 큰 지혜가 필요하며 이 큰 지혜가 판단한 것도 또 더 큰 지혜가 있어야하고 이렇게 한없이 큰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전의 첫머리는 바로 이 분별지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그냥 오온개공이 아니라 반야를 들어 오온개공이라고 설하므로써 분별지의 한계를 지적하고 반야로 비출 때 오온개공이라고 선언하였는데 수학이 이 분별지의 한계를 증명하였고 물리학이 자연현상에서 입자 파동의 이중성을 관찰하므로써 단순논리의 한계를 발견하고 나아가 오온개공을 추론하게 된다.
김성구 <이화여대 교수.물리학>
[출처 : 부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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