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0 대 1'
"전라도에서 탑 찍어불고 서울에서도 탑 찍으러 온 송가인이어라"
최근 가요계에는 10대에서 80대까지 팬층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그야말로 별이 하나 떴다.
12,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스트롯'*의 최종 진(眞)을 차지한 무당의 딸** 송가인(33세)의 이야기다.
노래가 고음만으로 평가될 수는 없겠지만 그녀의 폭풍가창력은 마스터와 관객,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시작해 대학교에서 국악 그 중에서 판소리를 전공했다.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것은 2012년으로 무명가수로 활동한 기간이 7~8년이다. 그러나 무명가수를 불러주는 곳은 일부 지역행사였고 그조차 기회가 많지 않아 의식주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일부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비녀 등을 만들어 팔아가며 무명시절을 버텨왔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그녀는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여섯 시간을 연습에 몰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불렀던 인생곡이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옛 가요였는데 첫 소절의 '미아리 눈물고개'에서 첫 음절 '미'를 수천 번을 연습했다고 한다.
현재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대사 일부가 생략되었지만 그래도 260여 음절이나 된다. 물론 이 모든 가사와 대사를 첫 소절의 첫 음절인 '미'처럼 음절마다 수천 번을 연습하지는 않았겠지만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매번 혼을 다해 불렀고 제 1대 '미스트롯' 진(眞)의 영광***을 안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출처는 없지만 옛날에 누군가는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원고지를 최소 1만 장을 찢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과연 시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장편소설 분량의 10배나 되는 원고지를 찢었을까?
이제까지는 상상하기도 어려웠고 허황된 이야기로 여겼으나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을 찢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1만 장을 찢었다를 1만 번의 고뇌와 갈등으로 해석하면 말이다. 1만은 많다는 상징적인 숫자로 보면 될 것 같다.
예전에 신인상 원고 접수를 하는데 규정을 무시하고 수십 편의 시를 보내온 응모자****가 있었다.
황당해서 전화를 했더니 자기는 한 달에 약 1,000여 편의 시를 쓴다고 했다. 하루 평균 30여 편?......,
물론 수십 분만에 한 편의 시를 탄생시키기는 시인도 없지 않으나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다. 누구라도 불현듯 시상이 떠오르고 즉석에서 한 편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시는 매번 그럴 수 있는 만만한 장르가 아니다. 다작을 나무랄 수는 없으나 퇴고되지 않은 수천 편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이쯤에서 스스로 시 한 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자신과 얼마나 싸웠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의 가수처럼 1음절을 수천 번 연습하지는 못하더라도 수백, 적어도 수십 번의 퇴고는 거쳐야 최소한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지금은 원고지가 아니라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여닫기 때문에 원고지 분량으로 얼마나 찢었는지는 헤아릴 수는 없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퇴고를 했다면 1만 장을 찢은 셈이 될 것이다.
바둑에서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시인과 퇴고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말이다.
* '미스트롯'은 TV조선에서 제2의 트로트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스타를 탄생시킬 신개념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tv조선은 평소 보지 않는 채널이나 유튜브에 도배되어 생방송으로는 결선을 보았다)
** 송가인의 어머니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이다.
*** 우승자에게는 3천만원의 상금과 100번의 공연보장, 마스터였던 작곡가의 신곡을 받았다.
**** 언제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작품이 아니라 잡기장을 보내왔다. 이에 주최측을 무시하는 것 같아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 간혹 '문학의봄'을 통해 등단한 작가들 중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거나 등단작보다 못한 작품을 대할 때가 있다.
이는 신인 응모 때의 긴장감을 잊고 퇴고를 게을리한 까닭으로 보인다.
첫댓글 흠.. 비록 속내는 잘 모르지만 하루에 30여편의 시가 아닌 글을 쓴다 하여도 제게는 대단해 보입니다. 회사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시는 무엇일까 생각해본적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퇴고란 말을 잘 몰라서 이제 찾아보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을 이야기한 것이죠.
정성을 다 한다면 시가 무엇인지 퇴고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최근 게시한 작품들을 감상했는데 아주 좋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모두 경험했겠죠.
밤에 쓴 것을 낮에 보면 쑥쓰럽고 낮에 쓴 것을 밤에 보면 시적 감흥이 없고....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천재거나 시인이 아니거나 ^^
송가인,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는 사람이라는 예명답게... 참말로 아름다운 노래였어요.
시인도 그렇겠지요. 잘 쓰는 시 보다는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네요.
본명은 조은심인데 최근 엄마 성을 따라 '송'씨로 '가인'은 노래歌 사람인人이라더군요.
심금을 울리는 시도 어딘가에는 있을 것으로 생각이 돼요. 내가 찾지 못했을 뿐~
송가인의 미아리 고개는 수명이 다 한 구시대의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진정성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새롭게 태어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예술 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통트로트는 수명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내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유행했던 노래 좋아하거든요 ^^
퇴고, 끝을 알 수 없으니 아직 멀었나봅니다. 언제쯤 만족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글에 만족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퇴고는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수밖에요~
여진 엄덕용(imido)
잘 읽었습니다.
트로트에 관심이 있어 방송도 보았습니다.
국악을 기초로 득음이 되어 있고 노래도 잘 하더라고요.
“미” 미아리고개 첫음절 “미”만 수천 번
취미로 색소폰을 하고 있는데요. 처음 배울 때 누군가 만 번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겉으론 가만 있었지만 만 번? 어떻게 만 번을 하냐 하고 속으로 빈정 거렸습니다.
연습하며 알았습니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통 좋아하는 일명 18번지를 하루에 10번 정도는 하는데 그러기를 3년만 하면 만 번이 넘지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도 잘하지는 못한다는 것. 만족, 만족은 없습니다. 알면 알수록 배울게 많아 지더라구요.
문학을 포함해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만족해 하지 않는데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색소폰 하면 우리 고문인 안휘 작가가 생각나네요. 구산역 근처에 카페가 있고 지하실에는 소규모지만 행사장도 있는데 색소폰 연주를 들려주기도 하죠. 우리도 1년에 한두 번 그 카페에서 모입니다.
매월 만남이 있는데 수도권에 계시면 얼굴 볼 수 있었으면 싶네요~
충청도 진천이라는 곳에 사는
사람입니다.
느즈막이 시조란걸 접하게 되어
허우적러리고 있습니다.
많은 공부가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