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주 파크 컴퍼니의 마크 세인트 저메인 작 김승완 역 오경택 연출의 라스트 세션
대학로 TOM 1관에서 (주) 파크 컴퍼니의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 작, 김승완 역, 오경택 연출의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을 관람했다.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은 희곡과 시나리오를 쓰는 미국작가로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는 내용의 작품으로 사건의 내용, 캐릭터, 대화까지 생생한 표현으로 탁월한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승완은 인문사회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 번역가이자 1인 출판인이다.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연극제작사에서 해외연극 분석 및 기획, 저작권 체결, 희곡 번역 등의 일을 했다.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활동 중이다. 함께 옮긴 책으로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책의 미래』 등이 있다.
연출을 한 오경택(1974~)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와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연출전공(M.F.A)을 한 현 극단 이안의 대표다. 연출작으로는 <세 자매>, <비정규 식량 분배자> <로베르토 쥬코>, <상자 속 흡혈귀>, <너의 의미>, <피아프>,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레드>, <갈매기> <러버>, <벚꽃동산>, <14인의 체홉> <킬 미 나우> 그 위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의 원제목은 ‘Freud's last session’이다. 20세기 무신론의 시금석이라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 CS루이스가 만나 신의 존재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는 논픽션의 2인극이다.
19세기 들어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시작된 서유럽은 가족에 대한 개념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빅토리아식 가족으로 규정된 이 개념은, 가족을 신성하고 도덕적인 것으로 규정지었다. 성(性)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문란한 성적 규범들은 비난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게 어쩔 수가 없어서, 외적으로는 성을 금기시하면서도 내적으로는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되는 이중적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가 되고, 빅토리아식 가정은 출산율과 영아사망률 감소로 인해 미국식 핵가족화되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성에 대한 개념도 양지적으로 변했다. 성혁명이라 불리는 이 현상을 주도한 것이 프로이트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6)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의 심리는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이드(원초아)와 에고(자아), 그리고 슈퍼에고(초자아)이다. 이드(Id / Es)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 본능의 욕구이며, 자아(Ego / Ich)는 이드의 무분별한 욕구를 통제하고, 현실과 조화시키려는 욕구이다. 초자아(Superego / Über-Ich)는 사회적 관념과 도덕 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서, 이드와 자아의 욕구를 비판하여 행동을 사회규범의 범위로 이끄는 일을 한다. 즉 이성적 주체라는 개념이 프로이트에 의해 크게 빛이 바랜 것이다. 프로이트는 자아가 외부세계, 초자아, 그리고 이드라는 세명의 주인을 섬겨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설명한다. 자아는 외부세계로부터의 요구, 이드의 충동적 본능, 그리고 초자아의 엄격한 자기비판을 잘 조율해야 하는데, 이것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살이를 어렵게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심리학에서 억눌린 욕구 등의 개념을 떠올린 인물로 가장 유명한 정신과 의사일 것이다. 그러나 살아있을 적에는 툭하면 섹스 얘기를 꺼내는 미친 사람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리비도가 단순히 섹스 에너지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발달 에너지를 가리킨 것이란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이 또한 말년에 수정한 이론이다.) 말년에는 에로스 말고도 죽음에 대한 욕구(타나토스)에도 신경을 썼다.
프로이트가 그의 히스테리·유아 성욕구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던 이유는 그가 치료했던 히스테리 환자의 대부분이 성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으며, 어린 시절 성적인 폭력이나 유혹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관찰에 기반하여 아이는 모두 순수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매우 어린 시절부터 성적인 쾌락을 추구하며 성이론을 만든다고 결론 내렸다.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1898~ 1963)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 동아리인 잉클링스의 멤버였으며, 《반지의 제왕》의 저자인 J. R. R. 톨킨과 우정을 유지했다. 그는 개신교 가톨릭 등 기독교 교파를 초월한 기독교의 교리를 설명한 기독교 변증과 소설, 특히 후에 영화화 된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하다
언론으로부터 <20세개 최고의 기독교 변증론자>라는 찬사를 받았고, 뛰어난 필력으로 인간의 본성과 기독교 신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다. 개신교ㆍ성공회ㆍ복음주의권 신학자나 사목자, 철학자, 심리학자, 교사, 사회운동가, 예술가, 평신도 지식인들에게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톨릭 신학자들 중에도 요한 바오르 2세 처럼 루이스의 소설과 변증을 좋아하는 인물이 있다.
무대는 프로이트의 서재다. 상수쪽에 출입문이 있고, 중앙에 창, 창턱에 조각상이 진열되어 있고, 창 앞에 고풍스런 전화기와 두툼한 서류와 필기도구가 놓인 책상과 의자 그리고 하수쪽에 장서가 가득 들어있는 책장과 도자기가 들었는 장식장, 그 옆으로 안락의자가 배치되고, 의자도 있다. 벽 중간에 전등이 달려있고, 바닥에는 카페트가 겹으로 깔려있다. 무대전체가 사각이 아닌 삼각형 형태의 하수쪽으로 약간 쏠려있는 무대다.
1939년 9월 3일, 영국은 독일과 전면전을 선포하며 2차 세계대전에 돌입하게 된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그 운명의 날, 두 지성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구강암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프로이트는 루이스에게 직접 만남을 제안한다.첫 만남에서 30년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경어를 쓰며 토론과 논쟁을 시작한다. 토론은 관객의 폭소를 야기시키며 매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오직 과학이란 팩트만으로 판단하는 프로이트와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수 많은 사실들을 통해 우리 주변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루이스의 논쟁은 평행선을 이룬다. 학자들의 대화이니 매우 지적인 거라 생각하지만, 때론 유치한 말에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까지 동원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절대 놓치지 않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다
두 지성의 만남이 궂이 전쟁이 일어나느냐 아니냐하는 일촉즉발의 순간까지,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전화를 걸고 받으며, 객석에 80년 전의 2차 세계대전 발발을 관객에게는 현재의 돌발상황처럼 예고한다. 인간의 목숨은 오직 신에게 달렸다 믿는 루이스는 공습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전투기 소리가 가까워지자 본능적으로 방독면을 쓴다. 전지전능한 신을 믿지만, 폭격 직전의 상황이 오자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 암의 고통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프로이트도 공습 사이렌이 울리자 본능적으로 방독면을 찾는다.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대통령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두 사람은 신이 지켜주실 것을 간절히 기도하며 담화를 마친다.
신구와 이상윤, 남명렬과 카이가 일정별로 교대로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신구와 남명렬이 프로이트, 이상윤과 카이가
루이스로 출연해 성격창출은 물론 감성표현에서도 절정을 이룬다. 필자가 관람한 날에는 남명렬과 이상운이 출연해 대조되는 앙상블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연극을 이끌어 갔다.
무대 소품디자인 김혜지, 조명디자인 김광섭, 음향디자인 권지휘, 의상디자인 장원석, 분장디자인 김선희, 조연출 최현서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주) 파크 컴퍼니의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 작, 김승완 역, 오경택 연출의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을 관객의 기립박수와 함께 기억에 영원히 남을 최고수준의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