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는 요즘, 우리의 개고기 식용에 대하여 외국언론과 국제단체에서 이를 야만적 행위로 비난하고, 동물애호가로 자처하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드 바르도는 공개서한을 통해 우리 국민을 매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개고기 식용에 대하여 부정적 태도를 가진 사람이 다수 있을 것이지만, 어찌되었든 개고기는 국민 상당수가 먹고 있는 전통식품임은 분명하고, 개인적으로도 매년 여름철에는 즐겨 먹고 있습니다.
각국의 음식문화의 차이 내지 문화적 상대주의 관점에서 개고기 식용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옹호론자와 국가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 및 인간과 가장 가깝고 귀여운 동물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이를 반대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공박하기에 앞서, 개고기 식용과 관련한 법률적 문제점과 개고기 논쟁이 촉발하게 된 계기를 살펴 보고자 합니다.
현재 개고기 식용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법률로서는 축산법, 축산물가공처리법, 동물보호법, 식품위생법이 있습니다.
축산농가의 소득증대와 축산물의 안정적 공급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축산법 제2조 제1호에서 "가축"이라 함은 사육하는 소, 말, 산양, 면양, 돼지, 닭 기타 농림부령이 정하는 짐승, 가금등을 말하고, 축산법 시행규칙 제2조는 "기타 농림부령이 정하는 짐승, 가금"이라 함은 노새, 당나귀, 토끼, 개 및 사슴, 오리, 거위, 칠면조, 메추리, 꿀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축의 도살, 처리와 축산물의 가공, 유통 및 검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한 축산물가공처리법 제2조 제1호에서 "가축"이라 함은 소, 말, 양(산양을 포함한다), 돼지(사육하는 멧돼지를 포함한다), 닭, 오리, 기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을 말하고, 축산물가공처리법 시행령 제2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동물"이라 함은 사슴, 토끼, 칠면조, 거위, 메추리, 꿩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축산법과 축산물가공처리법의 규정상 차이를 살펴보면, 축산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나, 식용으로 목적으로 하는 가축의 도살, 처리 등에 관한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가 잘 먹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말은 축산법과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 모두 가축으로 규정하고, 당나귀와 노새는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에세 제외하고 있음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개는 가축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개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이 될 수 없고, 식품의 위생관리와 식품영업에 관한 식품위생법(동법 제2조 제1호는 의약으로서 취급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음식물을 식품으로 정의하고 있다)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당연할 것입니다.
더구나, 동물에 대한 학대방지 등을 규정한 동물보호법 제6조 제1항은 누구든지 동물을 함리적인 이유없이 죽이거나 잔인하게 죽이거나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는 한편, 동법 제11조 제1호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제2조 제1호의 규정에 의한 수축(짐승과 가축)을 식용목적으로 도살하는 경우는 위 6조 1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엄격하게 따지면, 현행법상으로는 개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이 아니므로, 식용목적으로 도살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의하여 처벌(20만원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나 과료)을 받게 되고, 당국의 허가없이 개고기를 판매하는 영업행위를 식품위생법상 무허가영업으로 처벌하기 곤란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84년에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등을 앞두고 마련한 식품위생법규 운용지침에서 보신탕을 뱀탕-개소주-토룡탕 등과 함께 "혐오식품"에 포함시켜 면단위 이하에서 시, 도지시가 고시한 지역에서만 개고기의 판매, 조리를 허용하되, 별도로 영업신고를 받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는 외국인들이 시골구석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고, 시골 가정집에서 임의로 개를 도살하는 예가 많은데다가 이를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 사정을 감안하였기 때문으로 짐작됩니다).
더구나, 1998년 축산식품에 대한 관리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농림부로 이관되자, 식품위생업무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에서는 가축에서 속하는 개의 도축, 유통, 판매관련 위생관리책임도 농림부가 져야 한다고 뒷짐을 지고, 농림부는 혐오식품으로 인정한 보건복지부에서 책임지라고 서로 미루게 된 것입니다.
위와 같은 법률상의 허점과 행정기관의 방임으로 인해 보신탕업소는 사실상 무허가 영업을 해왔고, 개는 도축장인 아닌 곳에서 마구 도살되어 위생검사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채 유통되어 왔던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개고기의 유통판매행위가 실제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1996년 서울지방법원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당국의 허가없이 개고기 도매점을 개업한 뒤 인근 보신탕업소에 개고기를 판매한 혐의로 식품위생법위반죄(무허가 영업행위)로 구속기소되었는데, 논란의 핵심은 과연 개고기를 식품으로 인정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개고기를 식품으로 인정할 경우에는 개고기 판매를 법적으로 공인하는 동시에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는 식품위생법상의 규정을 근거로 판매업소를 단속하는 것이 가능하고, 식품으로 보지 않으면 무허가 판매업소를 단속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1심(피고인에게 벌금 500만원 선고)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현행법상 개고기를 식육으로 인정하는 조항이 없으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식육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가 개고기를 혐오식품으로 간주해 신고를 받지 않고 있어 대부분의 개고기 도매업자들이 별도의 신고절차 없이 영업해 온 것이 관행인 만큼 피고인에 대해서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선고유예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피고인이 과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됨).
이번 기회에 국민상당수가 즐겨 먹고, 수많은 보신탕업소가 성업하고 있는 현실을 수용하여 무분별하고 잔인한 개의 도축을 방지하고, 유통, 조리과정의 위생관리를 기할 수 있도록 축산물가공처리법안을 조속히 개정하여야 할 것입니다(오늘 신문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등이 발의한 개정법안이 제출됨).
--------------------------------------------------------------------
사족으로 한마디 덧붙이면, 개에도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견과 구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