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옮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불교에서 "복"과 관련된 개념의 정확한 이해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어 교수님께 질문드립니다. 현재 한국 불교에서는 "기복"과 관련된 여러가지 찬반논의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불교이외에도 대체적으로 종교에서 기복에 대한 의미는 현세구복적 태도로써 현생에 국한되어 삶의 물질적인 풍요에 대한 기원이나 건강, 수명과 같은 문제에 있어 신적 초월자들께 기도하여 그러한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한 "바램"이나 "기원"으로 통용되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께서 복혜양족존으로서, 이때의 복은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한 일종의 "덕"과 상응하는 개념으로 성문, 독각들이 독자적인 깨달음의 추구를 통해 해탈과 열반이라는 개인적 목적달성에 치중함에 반해 불보살들의 중생제도를 위한 어떤 확장적이고 포용적 차원의 필수적개념으로서 이해가 되긴 하지만 여전히 재가자들에게는 불교에서의 "복"의 개념과 일반적 의미의 "기복"에서의 "복"이 거의 대등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티벳의 재가자들에게는 복을 쌓는 다는 의미가 위에서 언급한 기복적 차원과 또 다른 차원(윤회)에 대한 준비로 이해되는 것 같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티벳과는 달리 윤회에 대한 언급이 불교본연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법이 아니므로 언급해서는 안된다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습니다. 이런 상황때문인지 한국에서 복에 대한 개념은 티벳과 달리 내생을 대비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탓에 현생에 국한되는 기복으로써의 개념만이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보리도체자론에서 삼사도의 예와 같이 재가자와 수행자의 "복"의 개념도 나뉘어질 것 같은데 경전에 근거한 "복"의 종류와 개념이 정확히 어떤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또한 일반적의미에서의 기복이 불교에서의 복의 개념과 배치되는 것인지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답변입니다.
질문의 요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입니다. 1.경전에 근거한 복의 종류와 개념, 2.일반적 의미의 기복이 불전 속의 복의 개념과 어긋나는 것인지.
1.경전에 근거한 복의 종류와 개념
경전에 근거하여 답을 하면 좋겠지만, 경전에서 복과 관련된 가르침을 일일이 찾아보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에, 그냥 제 나름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답변을 해 보겠습니다.
불전을 보면 복덕, 작복, 기복 등의 복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용어가 많습니다. 모두 복이란 말과 관계되지만, 그 의미는 조금씩 다릅니다. 복에는 받는 복도 있지만, 짓는 복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일반적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지만,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하기도 합니다. 앞의 말은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기라는 뜻이고, 뒤의 말은 착한 일을 많이 하라는 뜻입니다. 앞과 뒤의 문장에서 똑같이 ‘복’이란 말을 사용했지만 이렇게 그 의미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말에서 “좋은 일을 했다.”는 문장이나 “좋은 일 있니?”와 같은 문장 모두에서 모두 ‘좋은 일’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앞의 문장의 ‘좋은 일’은 ‘착하고 올바른 행위’라는 뜻이고, 뒤의 문장의 ‘좋은 일’은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라는 뜻입니다. 앞의 것은 ‘하는 것’이고 뒤의 것은 ‘받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앞의 ‘좋은 일’에서는 전기신호가 뇌에서 나오는 운동신경이 관여하고, 뒤의 ‘좋은 일’에서는 전기신호가 뇌로 들어가는 감각신경이 관여합니다. 즉 똑같이 ‘좋은 일’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그 의미가 다릅니다.
따라서 작복, 기복이라는 말에서 사용된 복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①복을 짓다. 작복(作福) -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 선행(善行)을 하다. 이때의 복은 지금의 선행입니다.
②복을 빌다. 기복(祈福) - 행복한 미래를 바라면서 지금 기도(祈禱)하다. 이때의 복은 미래의 행복입니다.
①작복의 경우, 선행을 하는 것이기에, 인과응보의 이치에 비추어 볼 때, 미래에 행복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②기복을 위한 기도의 경우 미래의 행복을 기원하는 행위이지만, 기도 중에 부처님께 절을 올리든지, 독경을 하든지, 시주물을 올리든지, 탑돌이를 하든지, 다라니를 외든지 하는 모든 행위가 복을 짓는 행위[작복]이기에 이런 종교행위의 과보로서 행복한 미래가 찾아온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부처님에 대한 경칭인 복혜양족존(福慧兩足尊)에서 양족존은 원래 빠알리어 dvipadānaṃ seṭṭha의 번역어로 ‘두(dvi) 발(pada) 가진 생명체인 인간 가운데 가장 존귀한 분(seṭṭha)’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한자에서 족(足)자가 ‘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갖추다’는 의미도 있기에, 한자문명권인 동아시아에서만 양족존의 원래 의미가 사라지고 ‘복덕과 지혜의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존귀한 분’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탄생한 것입니다. 어쨌든 부처님은 복덕과 지혜를 모두 갖춘 분인데, 여기서 말하는 복덕은 ‘받을 복’이라는 의미입니다. 3아승기 대겁과 100겁에 걸친 보살도를 통해서 선행(善行)의 복을 많이 지었기에, 그 과보로서 받을 복이 큰 분이 부처님입니다. 물론 이와 아울러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하실 때 체득하신 지혜도 갖춘 분입니다. 그래서 복혜양족존입니다.
또 복덕은 공덕(功德)과 같은 의미로도 쓰이는데, 공덕은 ‘a virtuous or meritorious act’을 의미하는 산스끄리뜨어 puṇya의 번역어입니다. 즉 짓는 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요컨대 복덕은 짓는 복과 받는 복 모두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2.일반적 의미의 기복이 불전 속의 복의 개념과 어긋나는 것인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본 홈페이지 카페의 <불교 문답 게시판>에서 27번 질문 ‘기복에 대하여’에 대한 28번의 답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20년 4월 21일의 문답)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교수님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