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17개월 ‘21세기 청해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작성일: 2017-07-05 09:47:23
해양수질 1등급·멸종위기 야생생물 대거 서식 자연이 살아 숨쉰다, 21세기 늘푸른 명품기지
첫 삽부터 준공까지 환경보전 최우선
제주도·환경부와 긴밀 협의 현장 점검
보호종 이식하고 수변 공원 조성 관리
국립생물자원관과 다양성 보존 협약
태양열·전기차 운용 탄소 없는 섬 앞장
해안·수중 쓰레기 수거 활동 지속 전개
기사사진과 설명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전경. 사진=이경원 기자 |
기사사진과 설명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황근’을 기증한 국립생물자원관 김수영(오른쪽) 박사가 수변공원에서 시설대 병사와 황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경원 기자 |
지난해 2월 26일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하 민군복합항)이 준공됐다. ‘21세기 청해진’을 기치로 내건 민군복합항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조231억 원을 투입해 국책사업으로 진행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 49만㎡(약 14만9000평)에 건설된 민군복합항은 해군 함정 20여 척과 대형 크루즈 2척을 동시 수용 가능한 아름다운 항구로 태어났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제주도의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말끔히 해소했다. 해군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제주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협의했으며, 지켜야 할 사항을 철저히 준수하며 공사를 했다. 또 환경 관리·감독 기관인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과 문화재청의 권고·조언을 성실히 이행했다. 그 결과 민군복합항은 해양수질이 1등급이고,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친환경 기지’로 자리 잡았다.
기사사진과 설명 제주도와 남해 일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황근’이 꽃을 활짝 피운 모습.사진=이경원 기자 |
친환경 기지 건설 약속… 분기별 환경조사
해군은 일부에서 제기한 환경 문제에 많은 고민을 했다. 2006년 제주도민 대상 사업 설명회에서도 친환경 기지 건설을 약속했다.
해군은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항만공사와 육상공사를 착공하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사후 환경관리를 본격 진행했다. 이 기간 중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맹꽁이·제주새뱅이를 포획해 대체 서식지에 방사한 뒤 분기별로 사후 환경조사를 했으며, 기준치 이상의 환경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또 부유사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연산호 서식환경 관리를 위해 착생 유도시설을 기차바위 인근 해역 10개소에 설치했다. 2015년 2월과 5월에 조사한 이 지역의 연산호 착생·서식 상태는 양호했다.
해군은 환경 관련 법규를 준수하면서 민군복합항 공사를 했다. 공사 기간 중 제주도와 환경부 사후관리조사단은 35회에 달하는 현장점검을 했다. 강정마을 주민도 참여하는 민·관 합동점검반도 편성돼 매월 현장을 확인했다.
해군은 환경감독기관인 환경부·문화재청·제주도의 연산호 검증조사 요청에 따라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사계절 연산호 검증조사 용역을 맡겼다. 그 결과 ‘강정등대 인근 수중 연산호가 공사로 인해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한다’는 문화재청의 권고가 나왔다.
해군은 빠른 인공복원을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장소인 강정등대 남방 250m, 수심 25m 지점에 테트라포드(Tetrapod) 12기(굴패각·현무암·로프 부착 각 3기, 일반 테트라포드 3기)를 설치했다. 자연상태에서도 5년이면 복원이 가능하지만 인공복원을 통해 복원 기간을 2년 앞당기기로 했다. 해군은 연산호 착생 상태를 매 분기 조사해 문화재청·환경부·제주도와 공유하고 있다.
해군은 최근 부두공사 상태를 점검하던 중 방파제 입구 수중에서 착생·서식하는 연산호 개체를 확인했다. 이는 친환경 기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 관계기관과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기사사진과 설명 고동희(오른쪽) 제주환경계획연구소장과 추병기 제주기지전대 시설대장이 수변공원에서 해수유통구 기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경원 기자 |
준공 이후 환경영향조사 ‘양호’ 판정
해군은 민군복합항 준공 이후 약 15억 원을 들여 전문기관에 사후 환경영향 조사를 의뢰했다. 관련법에 따라 시행하는 사후 환경영향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5년 동안 이뤄지며, 최근 ‘양호’하다는 1년 차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반대 주민과 일부 환경단체는 해군의 조사 용역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억8000여 만 원의 예산으로 에코이앤비(주)에 의뢰해 2016년 4월 25일부터 2017년 4월 9일까지 강정해역 해양생태환경을 조사했다. 제주도는 조사 결과를 지난 4월 14일 강정마을회에서 설명했다.
에코이앤비(주)에 따르면 해양·생태환경, 보호 대상 해양생물 서식 환경이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은 해역 환경기준 1등급이며, 해양생태계는 출현 종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제주새뱅이 등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정마을회가 추가로 문제를 제기한 강정천 은어의 서식 생태도 양호했다.
해군과 제주도의 사후 환경영향 조사가 일치하는 것은 조사의 객관성을 입증하고, 해군의 환경보전 노력이 실효를 거뒀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사후 환경영향 조사에 참여한 고동희 제주환경계획연구소장은 “민군복합항 건설 과정에서 환경과 관련한 우려가 많았다”며 “이에 따라 사업 부지 내 법적 보호종인 맹꽁이·붉은발말똥게를 방사지에 이식했고, 잘 서식 중인 것을 확인했다. 강정천의 은어도 공사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성과는 민·관·군이 사업 부지 및 주변 환경 보존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추측된다”며 “현재 민군복합항의 환경 상태는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 안 하셔도 될 정도로 우수하며, 환경 관련 분야는 국책사업 중 손꼽힐 만큼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사사진과 설명 민군복합항 내 수변공원 전경. 사진=이경원 기자 |
기사사진과 설명 제주기지전대 시설대 장병들이 수변공원 육상구역에서 조경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이경원 기자 |
해양·생태 환경 보전 노력은 진행형
민군복합항 내에는 수변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군항 내 구럼비(까마귀쪽나무의 제주도 방언) 해안 바위 일부를 원형 보존하고, 강정천에서 군항까지 해수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유통구를 설치했다. 해군은 최근 강정천에 서식하는 은어가 이 해수유통구를 통해 수변공원까지 들어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수변공원에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만 자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황근(黃槿·노란 무궁화)’도 터를 잡았다. 추병기(소령) 제주기지전대 시설대장과 부대원들이 지난 5월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의 협조를 받아 황근 모종 105주를 심은 것.
추 시설대장은 “향후에는 털머위 등 제주도 자생종을 추가 지원받아 이식할 계획”이라며 “수변공원 육상구역은 황근·털머위 등 제주도 자생 식물 번식지로, 수상구역은 은어를 비롯한 제주도 어족자원이 서식하는 지역 내 대표적인 환경보전 구역으로 가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설대장을 비롯한 부대원들은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수변공원을 관리하고, 군항이 ‘명품 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환경 보전·개선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황근이 식재된 수변공원을 둘러본 국립생물자원관 김수영 박사는 “민군복합항은 조경·환경 관리가 매우 뛰어나고, 황근이 자라기에도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며 “머지않아 황근이 활짝 핀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해군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민군복합항의 환경보전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황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야생식물의 지속적인 보급을 통해 제주도 생물의 다양성 보전과 자원화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사사진과 설명 제주기지전대 장병들이 수변공원에 심은 황근. 사진=이경원 기자 |
기사사진과 설명 제주기지전대 시설대 운전병이 전기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사진=이경원 기자 |
‘탄소 없는 섬’ 명성 걸맞게 기지 운영
해군은 민군복합항을 ‘탄소 없는 섬 제주’라는 명성에 걸맞도록 운영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차 운용이다. 제주기지전대는 관용 승용차 17대 중 9대를 전기차로 운행하고 있으며, 제주도 내 출장 땐 전기차 이용을 의무화했다.
이뿐만 아니다. 태양열과 풍력발전을 활용한 친환경 전기로 가로등 12기를 운용 중이며, 지자체와 협조해 함정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민군복합항에 함정이 계류하면 해양오염 사고 대비 차원에서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해상 부유 쓰레기 수거를 위한 청소정을 배치한다. 또 강정천·강정포구·법환포구 등 해안·수중 쓰레기 수거 대민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지역민과 함께하는 군대상을 구현하고 있다.
유재만(대령) 제주기지전대장은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도에 민군복합항이 건설된 만큼 우리 장병들은 국가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친환경 기지 운영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