仙人橋 나린 물이 / 정도전
仙人橋 나린 물이 紫霞洞에 흘너 드러
半千年 王業이 물 소리 뿐이로다
아희야 故國興亡 을 무러 무삼 ㅎ리오
선인교 내린 물이
선인교 내린 물이 자하동에 흘러 들어
반천년 왕업이 물 소리 뿐이로다
아이야 고국흥망을 물어 무엇 하리오
[해설 및 감상]
위의 회고 시조들과 같이 고려의 흥망을 노래한 작품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원천석, 길재 등의 시조는 고려 충신으로서 옛 왕조의 절의를 표현하겠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이 작품의 작자는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기에 고려의 흥망을 바ㅣ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르다 할 것이다.
선인교에서 흘러 내린 물, 그 물이 자하동으로 흘러들어가지만, 그 공간이 의미하던 반천년 고려의 왕업은 물소리와 같이 덧없음뿐이기 때문이다.
시에서 흐르는 물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물을 건넌다는 것은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멀리 떠나는 것, 즉 죽음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지만, 흐르는 물은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상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나라의 흥망성시 역시 세월의 흐름과 역사의 변혁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음에 피할 수 없는 으로 돌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적 화자는 조선의 건국을 역사의 변혁에서 이루어지는 당연한 결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자신 감은 종장에 집약 된다. 일말의 아쉬움이나 안타까움도 찾아볼 수 없다. 화자는 뜬금없이 한 아이를 내세운다.
그리고 아이에게 묻는 말에는 조선을 건국해야 했던 당위와 세로운 세상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자부심과 포부가 함께 한다. 고국흥망을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는 이 반문이 그것이다. 나라의 흥망은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결코 거스를수 없는 대세인 셈이며, 그것이 역사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조선' 이라는 나라의 기틀을 위해 그 또한 정치적으로 희생되었다는 점이다. 그의 죽음이 정치적 희생이든, 권력의 속성에 의한 것이든 간에, 새로운 역사를 준비한 지식인의 당당한 포부가 이 작품 안에 오롯이 녹아있다 할 석이다.
출처: 한국 시조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