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국 의대 출신 전공의 7년새 3배, 필수의료 빈자리 채워
32%가 필수의료 5개과서 수련
국내 의대 출신은 15%만 선택
김지원 기자 오주은 인턴기자(서울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김예서 인턴기자(서울대 미학과 졸업)
입력 2026.08.27. 05:00 조선일보
해외 의대 출신 전공의 7년새 3.4배 증가
필수 의료과 선택률 국내 의대생 2.1배 높아
외과·산부인과 비율 국내 대비 3.3배 차이
지난해 9월 대전광역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신현종 기자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 응급 의학과 레지던트로 수련 중인 전공의 A씨. 헝가리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국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헝가리 의대 출신 한국인 선후배 상당수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신경과 등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병원에서 근무하는 외국 의대 출신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국내 의대 출신에 비해 산부인과·외과 등 ‘필수 의료과’를 택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보건복지부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 의대 출신 국내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2019년 60명에서 올해 상반기 204명으로 7년 새 3.4배로 늘었다.
증가세는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졌다. 2022년 이전만 해도 100명 미만이었지만, 2023년에 처음으로 100명대에 진입한 뒤 올해 200명을 돌파한 것이다. 특히 국내에 있는 외국 의대 출신 레지던트의 경우, 약 32%가 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심장혈관흉부외과 등 5개 필수 의료과를 전공으로 수련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3명 중 1명꼴인 셈이다. 반면 국내 의대 출신 레지던트 중 5개 과에서 수련하는 인원은 14.8%다. 단순 인원 수로만 따지면 국내 의대 출신 필수 의료과 전공의들이 훨씬 많겠지만, 전공의들의 필수 의료과 선택률만 비교한다면 외국 의대 출신이 약 2.1배 높은 셈이다.
그래픽=송윤혜
과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외국 의대 출신 레지던트 중 외과 전공자 비율은 11.2%로, 국내 의대 출신(3.4%)의 3.3배였다. 산부인과도 외국 의대 출신 레지던트 비율은 10.2%로 국내 의대 출신(4.2%)의 약 2.4배로 나타났다. 응급의학과 역시 외국 의대 출신은 7.1%, 국내 의대 출신은 4.6%다.
외국 의대 출신 전공의가 늘어난 배경에는 헝가리·우즈베키스탄·러시아·독일·영국 등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뒤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인원 자체가 증가한 데다, 의정 갈등 이후 국내 의대 졸업생들의 국시 응시와 수련 참여가 감소하면서 수련 병원에서 외국 의대 출신에게 열리는 자리가 늘어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부 수련 병원이 외국 의대 출신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헝가리 의대 출신들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헝가리 의대 출신 국내 의사 국시 합격자는 총 73명이었다. 그런데 지난해에만 39명이 합격했고, 올해 1월 치러진 국시에서는 103명으로 늘었다. 단일 국가 의대 출신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선 헝가리 의대 출신 인턴이 평년에는 없거나 많아야 1~2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명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상급 종합병원 외과에서 수련 중인 헝가리 의대 출신 레지던트 B씨도 “응급의학과와 외과, 신경외과를 두고 고민한 끝에 외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유학 시절 임상실습을 하면서 의료 소송을 의식해 본 적이 거의 없다”며 “의료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직접 경험한 것이 (필수의료)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외국 의대 출신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진료과에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이 전공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 의대 출신인 전공의 C씨는 “외국 의대 출신은 여전히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경쟁률이 높은 이른바 인기 과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처음부터 원해서라기보다 (경쟁에 밀려) 필수의료과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김지원 기자
사회부, 국제부, 이스라엘 단기 특파원을 거쳐 사회정책부에서 보건·복지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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