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에 러시아가 쾌재를 부르고 있습니다. 러시아인들은 Что случилось в Нигере. Бойкот саммита перерос в госпереворот, 니제르에 무슨일이 났는가 러시아 아프리카 정상회담 보이콧이 쿠데타로 비화됐다는 말로 니제르의 격변을 표현합니다.
니제르 바줌 대통령이 상뜨 뻬쩨르부르크 러시아 아프리카 정상회담에 불참한 것과 쿠데타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아할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줌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불참한 것은 프랑스의 집요한 회유 때문입니다. 쿠데타로 바줌 대통령은 체포돼 구금됐습니다.
쿠데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헌정질서를 무시한 불법행위지만 니제르인들은 바줌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쿠데타를 일으킨 압두라만 치아니 장군을 지지합니다. 압두라만 치아니 장군의 혁명정부는 바로 부정부패 일소에 착수했습니다. 재무장관에게 빼돌린 국가 자산의 행방을 48시간내에 밝히지 않으면 처형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무장관은 자기도 돈의 행방을 모르겠다면서 울먹이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니제르인들은 러시아를 좋아합니다. 오죽하면 자기나라에 쿠데타가 났는데 러시아국기를 흔들며 환호할 정도입니다. 니제르인들은 말리나, 부르키나 파소처럼 거만한 프랑스가 쫓겨나고 러시아가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니제르의 쿠데타에 프랑스는 경악했습니다. 르 파리지앵은 프랑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랑스는 니제르에서 헌정질서가 짓밟혔다고 난리입니디. 그러나 사실 프랑스는 과거 그들의 식민지에서 민주주의가 발전을 하든 퇴보하든 관심이 없습니다. 당장 니제르에서 프랑스의 이익이 위협받게 됐다는 게 핵심입니다.
우라늄 매장량이 상당한 니제르에는 프랑스 에너지의 사활이 달려 있습니다. 니제르의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 5위라고도 하고 7위라고도 합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우라늄 매장량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프랑스 정부와 매체들은 일제히 쿠데타가 불법이고 압두라만 치아니 장군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합창을 하고 있습니다. 파푸아 뉴기니를 방문하고 있는 마크롱은 쿠데타를 규탄하고 바줌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요구하지만 그래봤자입니다.
기본적으로 니제르의 민심은 프랑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니제르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지만 진정한 독립은 아니었습니다. 독립후 첫 대통령은 프랑스 의회의 의원이었던 아마니 디오리였습니다. 그는 신속하게 권위주의 정권을 수립하고 니제르의 이익을 프랑스에 넘겼습니다. 우라늄 채굴로 인한 수입을 자기네가 독차지했고 국민들은 빈곤에 허덕였습니다. 이처럼 프랑스는 독립후에도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에너지에 빨대를 꼽아왔습니다.
프랑스의 에너지원은 원자력이 중추인데 니제르가 우라늄의 40%를 공급해왔습니다. 니제르의 우라늄은 1957년 구리를 채굴하다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니제르는 2,248톤의 우라늄을 채굴했습니다. 우라늄이 많아 부자가 될 것 같았지만 니제르는 여전히 가난한 나라로 남아 있습니다.
니제르에는 여전히 15,000명의 프랑스 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니제르에서 프랑스의 운명은 말리나 부르키나 파소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셜네트웍에서 말리와 부르키나 파소의 러시아 지지자들은 니제르 국민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자 일제히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니제르의 친러쿠데타가 상뜨 뻬제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아프리카 정상회담과 시기가 겹친다는 점입니다. 러시아가 정상회담에서 아프리카는 서구 신식민제국주의에 대항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선언함과 동시에 니제르에서 쿠테타가 발생하자 프랑스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경악하고 있습니다.
상뜨 뻬쩨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아프리카 정상회담 겸 경제 인도주의 포럼은 굉장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40개국 이상의 대표단에 아프리카 정상은 17명이 참석했습니다. 정상들의 수가 40여명이 안된다면서 실패한 행사라고 서방세계는 깎아 내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행사는 아프리카의 마음이 완전히 러시아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어려운 나라에 식량과 비료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실어날으는 비용까지 러시아가 부담한다고 하자 서구로부터 수탈만 당해온 아프리카인들은 너무나도 감사해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영웅입니다. 행사장에는 주러시아 기니 대사관 직원 라마 자크 세보바의 특이한 복장이 러시아 매체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행사 첫째날과 둘째날 이틀 연속 푸틴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돌아다녔습니다. 이즈베스쨔가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푸틴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셔츠는 자신에게 있어 부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셔츠를 입은채로 자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보바는 푸틴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자신에게 준 신의 선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러시아어로 푸틴 대통령은 마야 두샤, 나의 영혼이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너무나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두샤라는 단어는 영어로 Soul, 영혼인데 뉘앙스는 좀 더 심오합니다. 세보바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구 식민주의와 싸우는 것을 푸틴 대통령이 돕고 있다면서 셔츠는 의사가 되기 위해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이 선물해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에 대해 미국을 버리고 모스크바에 줄을 서라고 선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특정국가와 친하고 말고는 그 나라의 주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저 적대시하지 않고 중립만 지키면 우호적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아프리카 정상회담은 아프리카가 그동안 얼마나 서구의 수탈을 당했는지 호소하는 장이었습니다. 특히 우간다의 무사베니 대통령의 프레젠테이션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쟁과 기아, 빈곤등 아프리카가 겪은 불평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 푸틴 대통령을 놀라게 했습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굉장히 명석합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면서 상황을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그가 한말은 굉장히 길지만 인상적인 대목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황당할 정도로 불평등한 예로 커피산업을 들었습니다. 무사베니 대통령은 커피산업의 글로벌 가치는 4600억 달러지만 아프리카 브라질 콜롬비아 베트남 같은 나라가 커피를 생산해 버는 돈은 25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원료생산국이 얻는 이익이 가공 유통국의 17분의 1수준입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아프리카의 몫은 25억 달러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우간다의 몫은 8억달러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커피생산국이 아닌 독일만 해도 커피로 68억 5천만달러를 벌어들이는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프리카 전체국가가 커피생산으로 버는게 25억 달러인데 독일이 이보다 훨씬 많은 68억 5천만 달러라는 것입니다.
커피 산업의 비유는 글로벌 사우스와 집단 서방의 관계를 축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물생산국과 금융서비스 생산국의 차이가 이런 것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뜨 뻬쩨르부르크 회담에서 러시아가 이런 글로벌 불공정 사례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나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