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들으며 깨어났어요. 유리창으로 비치는 흐릿한 하늘과 빗방울이 좋아서 누운 체로 한참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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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서관일꾼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날입니다. 이름하여 ‘살림공부모임’ 한달에 두 번, 2/4주 물날에는 도서관공부를 하기로 했거든요. 무엇이든 도서관에 대해 서로 배우기로 합니다.
걷기명상을 마치고 그림책서가에서 들고 온 그림책을 펼쳤습니다. 빛나는, 구정, 자허가 풍경소리방에 앉았어요. 첫 시간이라 살짝 설레기도 했네요. <도서관에서 처음 책을 빌렸어요, 알렉산더 스테들러, 보물창고>. 비벌리가 생전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대출카드를 만들고 책을 빌리고, 그래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혹은 책을 다룬 그림책을 읽으면 좋겠다 싶어 골랐는데 저도 오랜만에 그림책을 보니 좋았어요.
그리고 <도서관 지식문화사, 윤희윤, 동아시아>와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지 않겠습니다, 박영숙, 알마>의 책을 앞으로 차근차근,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읽기로 합니다. <도서관 지식문화사>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2019년) 책으로 고대, 중세 등 도서관의 역사를 너무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으면서 우리같이 처음 도서관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을 듯 하여 골랐는데, 정작 읽기 시작하면 어떨까 싶기는 합니다.
그리고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는 우리가 익히 잘 안다고 생각하는 느티나무도서관의 실험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서 골랐습니다. 관옥나무와 느티나무는 같은 지향, 다른 결을 가지고 있지요.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요. 각자 읽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책읽기를 하려고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말없이 말걸기” 부분.
오늘은 <도서관 지식문화사>, [1장 고대 도서관, 신화와 역사의 경계에서, 도서관의 시원] 부분을 짧게 읽었어요.
‘고대 문명에서 항아리는 서고였고, 동굴은 도서관 건물이었다.’,
‘도서관을 뜻하는 그리스어 비블리오테케의 어원은 책 보관소’,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250년경 람세스 2세가 신전에 도서관을 설립하고 영혼의 치유소라 명명했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살면서, 도서관일꾼으로 뭘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우리가 꿈꾸는 도서관에 대한, 그리고 나한테 도서관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도서관은 어떤 곳? 이런 이야기들은 별로 나누지를 못하고 살았네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좀더 깊이 도서관과 만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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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이모임}
12시 50분, 중정과 구정과 자허가 만났습니다. 9월 21일, 오시기로 한 박맹수선생님의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동학>중에서 해월과 무위당, 한살림선언에 관한 글을 읽습니다, 동학을 ‘하는’ 사람, 박맹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소상하고 써 놓았는데 책을 읽다보면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어요. 80년 광주, 그리고 원주를 드나들면서 무위당을 뵈면서, 동학에 심취하여 살아온 그 길을 따라 ‘한살림선언’을 만나기까지.
불날, 물날, 나무날 이렇게 이어지는 [맞이모임]에서 박맹수선생님을 통해 동학에 다가가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살림선언’은 중정의 기억에 따르면 우리 배움터에서도 함께 공부한 적이 있다 하네요. ‘한살림선언’ 가운데 한 부분을 옮깁니다.
오늘날 인류는 진화냐 파멸이냐 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 진화는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 문명의 전환기는 인간에게 새로운 각성과 결단으로써 잃어버린 생명과 정신을 되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우리는 기존의 세계관과 가치관에서 벗어나 우리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인류의 진화과정에 축적된 문화유산에서 우리의 진로를 현명하게 결정할 지혜를 찾아내 활용해야 하겠다. 특히 동학사상은 이러한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에게 지혜와 희망을 줄 것이다.
첫째, 사람은 물건과 더불어 다같이 공경해야 할 한울이다.
동학사상은 한울님을 인간과 자연을 초월해서 주재(主宰)하는신으로 보지 않았다. 한울님은 사람과 생물 심지어 무기물에까지 내재해 있고 이들을 하나의 생명으로 통합하면서 자기자신을 실현해가는 우주의 큰 생명이라고 한다. 사람과 물건들 속에 있는 생명은곧 한울님이며 거룩함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한울님을 공경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한울님을 공경함으로써 다른 사람과물건들이 자기와 같은 생명으로서 한 동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것이다. 동학은‘사람’과‘자연’이 모두 공경해야 할‘한울생명’에합일된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에 한울님같이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해월(海月)은 일찍이 인간이 자연에 대해 공경심을 가짐으로써 자연과 생태적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의 진화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하여 해월은“초목의 싹을 꺾지아니한 뒤에라야 산림이 무성하고”“손수 꽃가지를 꺾으면 그 열매를 따지 못할 것”이며 “폐물을 버리면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생태적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둘째, 사람은 자기 안에 한울을 모시고 있다.
수운(水雲)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거룩한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인간은 모두 한울님이 되는 것이다. 수운은 한울님을 개념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수운은 한울님을 말로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한울님의 참모습을 드러내 보였다고 할수 있다. 왜냐하면 한울님은 개념화될 수도 없고 정의될 수 없는 아득한 우주생명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은 한울님을 아는 것이 아니라 모시고 있다고 하였다. 사람은 우주의 거룩한 생명을 자기 안에 모심으로써 우주적 삶을 살게 되고 우주의 마음에 합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울님을 모시는 일은 “안으로 신령함을 지니고(內有神靈) 밖으로 기운화함이 있으며(外有氣化) 나아가 한 세상모든 사람 각각이 옮겨 살 수 없는 한울임을 알게 되는 일(一世之人各知�移者也)”이다. 시천(侍天)은 바로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사람이 자기 안에 모신 한울님을 망각하고 섬기지 않을 때 바로 인간의 소외, 즉 ‘옮김(移)’이 일어나는 것이다. 수운은 인간이 자신의마음을 지키고(守其心) 자신의 생명을 바르게 하면(正其心) 한울님의 성품을 거느리고(�其性) 한울님의 가르침을 받아 자연의 결에 따라 진화해 가는 것으로 본 것이다(化出於自然之中).
셋째, 사람은 마땅히 한울을 길러야 한다.
해월은 한울님이 사람의 마음 속에 모셔져 있음은 종자(種子)의생명이 종자 속에 있음과 같다고 하였다. 사람은 종자를 땅에 심어 그 생명을 기르는 것과 같이 자신의 마음밭에 심어져 있는 우주생명(宇宙生命), 즉 한울님을 길러야 한다고 한다. 한울이 있음을 알지못하는 사람은 종자를 땅에 심지 않고 물 속에 던져 그 생명을 죽게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한울을 기르는 사람에게 한울이 있고 한울을 기르지 않는 사람에게 한울이 없는 것이라 하였다. 종자를 심지 않는 사람은 결국 생명의 원천인 곡식을 걷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울을 기를 줄 아는 사람이라야 한울을 모실 수 있는것이라 하겠다. 사람은 자기 안에 포태(胞胎)된 생명의 씨앗을 잘 기르기 위해서 자기가 일해서 얻은 곡식과 밥을 먹여 키워야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기 안에 거룩한 생명을 모시고 기른다면 다른사람도 똑같이 자기 안에 모시고 기르고 있다. 그리하여 사람은 한울로서 서로 공경하며 협동적으로 공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안에, 다른 사람 안에, 자연 안에 모셔져 있는 생명의 씨앗을 정성껏 기르는 노고를 아끼지 않을 때 우주의 생명과 합일되는시천(侍天)을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우주차원에서 보면 양천(養天)은 바로 한울이 한울 전체를 키우기 위해 동질적인 생명들이 서로상부상조(相扶相助)하게 함으로써 서로 발전하게 하는 것이고, 이질적인 생명들이 먹이사슬(從屬營養) 순환을 통해 연대적인 성장발전을 도모하도록 함으로써 한울 자신이 진화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는것이다. 해월은 이를 한울이 한울을 먹는다(以天食天)고 표현하고 있다.
넷째, ‘한그릇의 밥’은 우주의 열매요 자연의 젖이다.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한울을 키우기 위해서 밥을 먹어야 한다. 사람은 밥을 얻기 위해 땀을 흘려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밥과 곡식은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결실이라고만 할 수 없고 오히려 우주와 자연의 밭에서 자라난 열매이며 한울(天)과 땅(地)의 젖이라 할 수 있다. 부모의 포태(胞胎)가 곧 천지의 포태이기에 사람이어렸을 때 어머니의 젖을 빠는 것도 한울과 땅의 젖이고 자라서 오곡을 먹는 것도 한울과 땅의 젖이라 한다. 해월은 밥과 곡식과 젖을 한울과 땅의 녹(�)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한 그릇의 밥을 먹는 일이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울이 한울의 젖과 녹인 밥을 먹는 일이다. 즉 그것은 사람이 우주생명과 합일되는 우주적 사건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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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인생공부]
오후 2시, 다시 빛나는, 구정, 자허가 앉았어요. <사랑어린마을인생학교>를 함께 하면서 청소년에 대한 이해, 그리고 마을인생학교에 대한 상상과 전망을 고민하고 공부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는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우선 앉아서 뭐라고 해보자 했습니다. 그래서 첫 자리. 이또한 고마운 시간이었어요.
빛나는이 준비해 온 자료를 함께 읽었습니다. ‘형식과 자유 사이’에서 청소년 관련부분. 청소년기의 특징을 ‘부정’과 ‘긍정’의 시기로 구분했더라구요. 그리고 부정에서 긍정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 ‘열광’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금 제게 있는 수많은 걸림과 낡은 습관들은 제 ‘유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니 놀랍고. 그러니 지금 우리앞에 온 동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고민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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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 8:00~ | 관옥나무수도원도서관의 날 ‘관옥나무수도원도서관의 길’ |
해날책방 1/3주 9:00~ | 해날걷기명상 4주 9:00~ | 관옥모시고 일꾼대화 3주 1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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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 7:30~ | 할아버지마음공부 1/3주 10:30~11:30 |
| 경읽고 실천하는 13:30~ | 농사모임 15:00~ | 합창 1/3주 19:00~ |
살림모임 2/4주 19:00~ |
불 | 관옥나무자료모임 9:30~ | 맞이모임 12:50~ | 일부모시고 바탕공부 1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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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도서관 소임집중의 날-일상을 멈추고 도서관소임(업무,공부,살림 등)집중. |
낮살림 1/3주 10:30~12:00 | 맞이모임 12:50~13:20 | 마을인생공부 14:00~15:30 |
| 연극 19:00~ |
살림공부 2/4주 10:30~12:00 |
나무 | 영혼의 출가 월 2회 7:00~ | 바이세로제 9:30~ | 맞이모임 1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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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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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 8:00~ | 順天수도원숲의 날-기도와 명상의 날 |
순천수도원숲 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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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날 명상 19:00~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