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토큰의 미실현 평가이익에 과세하는 것은 **조세법의 대원칙인 '담세력(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세법학적으로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모든 요인에 과세한다는 '순자산증가설'을 극단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을지라도, '평가손익'은 담세력의 본질인 유동성과 실현 가능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담세력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보기 어려운 이론적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1. 담세력의 핵심 요건인 '유동성(Liquidity)'의 부재
담세력의 원칙은 단순히 장부상 자산이 늘어난 것을 넘어,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는 실제적 재정 능력'**이 존재할 것을 요구합니다.
* 토큰 평가이익은 처분이나 환전 전까지는 가상의 숫자에 불과하며, 세금을 낼 수 있는 현금 흐름(Cash Flow)을 전혀 창출하지 못합니다.
* 이 상태에서 과세를 강행하면 납세자는 세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한 토큰을 강제 매각해야 합니다. 이는 납세자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부당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대량 매도로 인한 시장 교란을 야기하므로 정상적인 담세력에 기초한 과세라고 볼 수 없습니다.
## 2. 가상자산 고유의 '극심한 변동성'과 가혹성
전통 자산(부동산, 주식)에 비해 토큰은 가격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습니다.
* 예를 들어 12월 31일 자정 기준으로 가치가 급등해 거액의 평가이익이 계상되었다 하더라도, 해가 바뀐 1월 초에 시장이 폭락하면 그 이익은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 이미 소멸해 버린 이익을 대상으로 사후에 세금을 징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이는 '존재하지 않는 소득'에 과세하는 꼴이 되어 조세 정의와 형평성을 정면으로 무너뜨립니다.
## 3. 세법상 '실현주의'와 회계상 '공정가치 평가'의 괴리
최근 기업회계기준(K-IFRS) 등이 가상자산 보유 기업에 대해 공정가치 평가를 의무화하고 이를 당기손익에 반영하도록 지침을 정비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투자자에게 정확한 재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회계적 목적'일 뿐입니다.
* 세법은 원칙적으로 자산의 매각, 양도 등 통제권이 완전히 이전되는 시점에 소득이 확정된다고 보는 **'실현주의(Realization Principle)'**와 **'권리확정주의'**를 근간으로 합니다.
* 회계상 평가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법인세 신고 시 **익금불산입(세무조정)**을 통해 과세소득에서 제외하는 구조를 취하는 이유가 바로 이 미실현 이익에는 과세할 만한 실질적 담세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 **세법학적 요약:**
> 토큰의 평가손익은 경제적 가치의 이전이나 권리의 최종 확정이 일어나지 않은 '잠재적 이익'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를 담세력 있는 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 원칙의 범위를 이탈한 자의적 과세가 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