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신)나는 대한민국
2015년 8월 15일 아침이다. 광복70주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국민음악회가 기다려진다. 어느 해 보다도 풍성한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게, 그러나 암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들도 우리나라도 해방 70년을 회고하며 자축할 때도 되었다. 보너스 휴일(14일)은 비록 어디를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선물 받은 느낌이 충분하다. 공영방송인 KBS TV가 지난 6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야심찬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을 TV채널을 돌려가며 가끔씩 보면서(김연아 합창단, 아침 합창단) 올 광복절은 즐길 거리가 있다는 스스로의 기다림이 있었다.
저녁 7시 30분. 대 장정은 시작되었다. “김연아 합창단”의 소개와 함께 30명의 20대 젊은이들의 막이 올랐다. “나에겐 꿈이 있어요. 저음의 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했다. 김연아 선수가 가수로 데뷔하는 장면 같았다. 넓은 상암월드컵경기장은 불빛과 스펙터클한 영상과 함께 70주년을 맞이하는 광복의 기쁨을 온 국민들에게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수 안치환이 불러 국민가요가 된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가 이어졌다. 사람들의 아름답고 정겨운 감정을 꽃향기에다 비교할 수가 있을까. 가수 이승철의 지휘하는 모습에는 힘이 넘쳤다. 표면적인 아름다움은 일시적이지만 내면에 충만함을 나타내는 음악은 우리가슴에 힘찬 희망의 시작이었다.
“아침 합창단”은 여야 원내대표를 비롯해 남녀 국회의원 열 네 명과 노량진 수산시장 소상인들의 합창이다. 한 달 여 전 합창단이 구성될 때 기억이 난다. 70이 가까운 가수 조영남과 바리톤 가수 고성현이 이끌었다. 정치적인 현안만 나오면 서로 으르렁 거리며 양보하지 않았던 여야의원들의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합창이라는 매개를 통해 하나로 승화시켰으며 공연여정을 잘 이끌어 갔다. 정치적 화합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수산시장의 상인들과의 합창은 정치가 국민들을 위한다는 허구가 아닌 진실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사랑이여” 부드러운 멜로디의 대중가요다. 편곡을 하여 부른 아침 합창단의 힘찬 노래가 7만 관중 가슴에 따뜻함을 주기에 충분했고 메르스를 비롯해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바리톤 고성현의 껑충껑충 뛰며 지휘하는 모습이 않아있던 관중들에게도 즐거운 모습 그대로다.
주인공들의 순서다. 영원한 청춘 가수 이선희가 화합을 인도했다. 해방둥이(1945년생)로 구성된 “1945 합창단”이다. 어느 세대보다도 애환이 많은 세대다. 숨죽이고 웅크리고 어머니 뱃속에서 기다리다 해방을 맞았다. 겨우 엄마 젖을 뗀지가 며칠 안됐는데 6.25전쟁을 겪으며 생각하기 싫은 혹독한 겨울을 친구로만 삼아야 했던 인동초의 세대들. 겨우 살아남았는가! 했더니 4.19와 5,16의 격동을 겨우 벗어나려니 베트남 전쟁은 그들을 그만 두질 않았다. 가장 많은 희생자들을 눈물로 보내야만 했다. 그러니 “오빠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강산이 일곱 번이나 변해 이마엔 잔주름만 겹겹이 둘러져 있다. 그러나 희망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 평화의 남북통일을 기대하며 우리들은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며 향했다. 엊그제 원산가는 철도를 복원한다는데 금강산 가는 철도도 놓이게 될 줄 확신한다.
제1부의 절정은 그룹 god와 exo의 “풍선”이었다. 김태우를 주축으로 한 원조 아이돌 그룹 god와 exo의 화려하고 쭉쭉 뻗은 장다리들의 무대는 절정을 더해 가기에 충분했다. “지나간 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하지만 괴로울 땐 아이처럼 뛰어놀고 싶어 조그만 나의 꿈들을 풍선에 가득 싣고~” 부르는 “풍선”은 두 그룹이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장악했으며 밤하늘을 향해 처녀들의 에스 각선미를 그리듯 올라가는 오색의 풍선들을 보며 시민들의 환호가 그치지 않았다. 역시 젊음은 주체 못하고 넘치는 힘이었다. 스탠드에 관중들도 열광했다. 관중들이 팔 다리 엉덩이를 가만히 두질 않았다.
재외국민들도 모여들었다. 정말 함께 하여야 할 국민들이다. 구한말부터 19세기가 열리면서 우리를 36년 동안이나 압제했던 일본부터 먹고 살기 힘들어 만주로 사할린으로 아니 소련이 소수민족 분산으로 중앙아시아까지는 그래도 가깝다. 지구의 반대편 먼 브라질까지. 6. 25전쟁이 낳은 하와이와 미주까지 그들은 생(生)을 이어가기 위해 고국을 떠 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을 알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서독 탄광 갱도에서, 시체 닦는 간호사들의 모습은 이억 만리타국에서 온갖 설음을 참아가며 피 흘린 돈을 고국으로 보냈으며 고국에 부모와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일으켰다. 700만 재외국민들은 그날이 오기를 목 놓아 기다렸다. 그런데 “그날이 왔다” 800여명이 일곱 팀으로 구분되어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채우고도 남았다. 사람숫자가 아닌 재외동포들의 합창은 관중석을 메운 7만의 시민들과 함께한 대 서사시였다.
음악회는 절정에 이르렀다. 손에 손잡고 음악회에 참가한 팀들은 음악회 모여들고 있었다. 가수 이선희가 마지막을 이끌며 관중들과 팀구성원 모두의 마음까지도 태극 문양처럼 경기장 한가운데로 모이는 감정이었다. 되돌아 본 기나긴 날들을 되돌아보는데 미래가 열리는 70주년 광복의 밤은 아쉬움 속에 깊어만 갔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멀었을까. 무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상암에 큰 마당은 함성으로 가득했다. 손에 손들을 잡은 사랑의 띠는 이어지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자연스럽게 울려 퍼졌다. 우리국민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 “애국가“가 이어졌다. 합창은 큰 걸음으로 성큼 다가오는 통일의 발걸음 소리다.
첫댓글 늦은 여름도 서서히 물러 가는 듯합니다.
한 주간도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