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도 제비꽃 못지않게 종류가 많다. 바람꽃은 바람을 좋아하는 높은 지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여러 바람꽃 중에서 너도바람꽃은 아주 이른 봄에 핀다. 아직 녹지 않은 눈 속에서 줄기가 삐죽 나오기도 하니 정말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임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이 꽃이 피면 봄이 왔음을 알았다고 한다. 겨우내 얼어붙은 계곡에서 졸졸졸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어느새 너도바람꽃은 얼음장 같이 차가운 대지를 뚫고 싹이 올라온다. 흔히 복수초가 얼음을 뚫고 올라와 피는 최초의 봄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도 일찍 피는 꽃으로 유명하다.
바람꽃은 그리스 신화 바람의 신과 관련되어 많이 회자되는 꽃입니다.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플로라를 사모해 납치해 왔다.
플로라가 정을 주지 않자 플로라를 꽃의 여신으로 만들어 환심을 사게 된다.
정작 제피로스는 애정이 식으며 플로라 여종 아네모네를 탐하니 플로라가 이를 시기해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었다.
아네모네 Anemone라는 속명은 바람을 뜻하는 Anemos에 여성형 접미사 -one가 더해져 바람을 전하는 꽃이 됐답니다.
그래서 영어 이름도 windflower 봄을 가장 빨리 알려 주는 꽃이 바람꽃 형제들인 연유일까요?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꽃은 14 종이 있다는데 바람꽃속을 비롯해서 너도바람꽃속, 나도바람꽃속, 만주바람꽃속 등이 있습니다.
속명도 Anemone와는 달리 Eranthis, Enemion, Isopyrum으로 다르기는 합니다.
그래도 바람꽃은 바람 타고 오는 법, 그중에서도 너도바람꽃이 가장 일찍 봄을 전해줍니다.
역시 너도바람꽃속인 변산바람꽃도 일찍 꽃을 피웁니다.
그 뒤를 이어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등등이 올라옵니다.
그렇지만 종갓집 격이 되는 바람꽃은 정작 7월이나 되어야 볼 수 있으니 좀 아이러니합니다.
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Maxim
미나리아재비과 너도바람꽃속. 노란 꽃잎의 서클 모양이 특징적
아주 이른 봄에 핀다. 옛날 사람들은 이 꽃이 피면 봄이 왔음을 알았다고 해서 절기를 구분해주는 꽃이라는 의미로 ‘절분초’라고도 했다.
너도바람꽃은 우리나라 북부와 지리산, 덕유산 등 높은 지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주로 산지의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키는 15㎝ 정도이며, 잎은 길이 약 3.5~4.5㎝, 폭은 4~5㎝이다. 잎이 길게 세 갈래로 나누어지며, 양쪽 갈래는 깃 모양으로 다시 세 갈래로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변산바람꽃Eranthis byunsanensis B.Y. Sun
미나리아재비과 너도바람꽃속. 연두색 꽃잎의 서클 모양이 특징적
너도바람꽃의 한 종류로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최근에는 풍도에 많이 자생해서 변산바람꽃과 유사한 ‘풍도바람꽃’도 식물사전에 새로 등재되었다.
풍도 바람꽃
나도바람꽃 (향수꽃) Enemion raddeanum Regel
미나리아재비과 나도바람꽃속. 우산 모양의 꽃대 그리고 흰색의 수술
나도바람꽃도 비교적 늦봄에 꽃이 핀다. 주로 산지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음습한 곳이면서도 땅이 비옥한 곳에서 잘 자란다. 키는 20~30㎝ 정도이며, 잎은 뿌리에서 나와 뭉친다. 잎의 겉은 녹색이나 뒷면은 분백색으로 짧은 털이 나 있으며, 전체적인 잎의 형태는 달걀형이다.
만주바람꽃Isopyrum mandshuricum Kom
미나리아재비과 만주바람꽃속. 꽃받침 안쪽으로 뚜렷이 보이는 꽃잎 그리고 노란색의 수술
만주바람꽃은 만주에 많이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우리나라 중부 이북에서도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로 토양에 부엽질이 많은 양지쪽에서 자란다.
만주바람꽃은 4~5월 피는 봄꽃으로 꽃샘추위가 끝날 때쯤이면 꽃을 피우는 강인한 들꽃이다.
키는 15~20㎝이고, 뿌리 부분은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많은 괴근이 달려 있는 것이 특이하다. 어린 싹이 올라올 때는 마치 개구리 발톱과 같은 모양으로 올라온다.
꿩의바람꽃Anemone raddeana Regel
미나리아재비과 바람꽃속. 여러 개의 꽃받침 그리고 흰색의 수술
꿩의바람꽃은 바람의 신과 아네모네에 관한 전설이 숨어 있다. 본래 아네모네는 꽃의 여신인 플로라의 시녀였다. 플로라의 연인인 바람의 신이 아네모네를 사랑하자 플로라는 질투를 느끼고 아네모네를 먼 곳으로 쫓아버렸다.
바람의 신은 아네모네가 너무 보고 싶어 아네모네를 찾아나섰는데, 긴 방황 끝에 어느 황량한 언덕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아네모네를 찾았다. 그 모습을 본 플로라는 질투를 참지 못하고 아네모네를 한 송이 꽃으로 만들었고 바람의 신은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아네모네를 어루만지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바로 이 꽃이 꿩의바람꽃으로 영어로는 윈드플라워(wind flower)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슬픈 전설 때문인지 꽃말은 ‘덧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 ‘사랑의 괴로움’ 등 여러 가지다.
홀아비바람꽃Anemone koraiensis Nakai
미나리아재비과 바람꽃속. 하나의 꽃대 그리고 노란색의 수술
홀아비라는 이름이 붙은 이 꽃 역시 꽃대가 하나이다. 남성적인 명칭이 붙긴 했으나 여러모로 여성적인 느낌을 풍기는 꽃이다. 우선 바람꽃 자체의 속명이 아네모네(Anemone)로, 그리스어로는 ‘바람의 딸’을 뜻한다. 게다가 이 꽃에 전해지는 전설도 여성이 주인공이다.
고려 충선왕 때 김해 무점 지방에 김태은이라는 청년이 살았는데, 열심히 공부해 과거에 합격하고 논실마을 이씨 집안 처녀와 결혼했다. 하지만 3년 뒤 부인은 병에 걸려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부인은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으면 이 하얀 모시저고리를 안고 주무세요. 그러다 새로 여자를 얻으면 이 저고리를 땅에 묻어주세요.”
몇 년 뒤 남편은 이웃동네 처녀에게 반해 결혼을 하게 되자 아내의 유언에 따라 흰 모시저고리를 서잿골 금령천 약수터 옆에 묻어주었다. 이듬해 그곳에서 하얗고 가녀린 꽃 한 송이가 피어 진한 향을 내니 사람들은 그 꽃을 홀아비바람꽃이라고 불렀다.
이 전설에서 사람들이 왜 홀아비바람꽃이라고 지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답이 없다. 홀아비가 된 남편을 위한 꽃이라는 해석도 이상하고, 평생 홀아비처럼 살라는 악의로 지었다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홀아비바람꽃에는 남성보다는 여성적인 느낌이 들어 있다.
바람꽃 중에는 이 꽃 말고도 꽃대가 하나만 자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외대바람꽃이다. 비슷한 처지임에도 하나는 홀아비, 하나는 외대로 불리는데, 외대가 홀아비보다 꽃이 조금 커서 지름은 약 4㎝이다. 이에 비해 홀아비바람꽃의 꽃 지름은 1.2㎝밖에 안 된다.
회리바람꽃Anemone reflexa Steph. & Willd
미나리아재비과 바람꽃속
꽃 중에는 누가 봐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꽃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람꽃인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바람’을 붙였는데, 서양에서도 바람을 붙였으니 아네모네가 바로 그리스어로 ‘바람의 딸’을 의미한다.
바람꽃은 유난히 바람을 좋아해서 대개 높은 산에서 바람을 맞으며 자란다.
바람꽃 종류 중 회리바람꽃은 회리라는 곳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주기 쉽다.
그러나 여기에서 회리란 지명이 아니라 회오리의 준말이다.
꽃이 마치 회오리를 일으키듯 모여 있어 붙은 명칭이다.
회리바람꽃은 강원도 이북 지방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반그늘의 부엽질이 풍부한 곳에서 자라며, 키는 20~30㎝이다. 잎은 길이가 3~7㎝, 폭이 0.9~ 2.5㎝로 뾰족한데, 잎 3개가 돌아가며 달리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바람꽃Anemone narcissiflora L.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바람꽃이다. 바람꽃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 꽃은 대표종답게 가장 화려해서 관상 가치가 매우 높다. 또 봄에 꽃이 피는 다른 바람꽃들과 달리 한여름에 꽃이 핀다.
바람꽃에는 전설이 전해진다. 꽃의 신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피로스는 플로라의 시녀 아네모네를 사랑했다. 이를 시기한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멀리 보냈지만 제피로스는 바람을 타고 달려가 아네모네와 사랑을 나누었다. 보다 못한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었다. 슬픔에 젖은 제피로스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바람을 날려 보냈고, 그 바람을 맞으며 꽃이 피고 졌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바람꽃을 아네모네라고 한다.
또 다른 전설도 있다. 아프로디테가 키프로스의 미소년 아도니스를 사랑했는데, 세상은 그들의 사랑을 그냥 놓아두지 않았고 아도니스는 멧돼지에 받쳐 죽고 만다. 이때 그가 흘린 피가 꽃으로 피어난 것이 바로 바람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변습도가 높으며 유기질 함량이 많은 반그늘에서 자라며, 키는 20~40㎝이다.
잎은 뿌리에서 발달한 잎자루가 길고 둥근 심장형으로 3번 갈라지며, 옆쪽에서 찢어진 조각들은 다시 2~3갈래로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줄기 전체에는 긴 털이 있다. 7~8월에 흰색 꽃이 피며, 꽃줄기는 1~4개이고 작은꽃줄기는 5~6개로 나누어져 그 각각에 꽃이 1송이씩 달린다. 9~10월에 길이 약 0.6㎝, 폭 0.5㎝ 정도의 넓은 타원형 열매가 달린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조선바람꽃이라고도 한다. 관상용으로 쓰이고 우리나라와 중국, 시베리아, 유럽, 일본,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