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구림이* 주막집
윤명수
먹감나무 연못가에 차려 놓은 쌍 과부 주막집, 처마 끝에 청사초롱을 매달이 놓고, 장날이면 쌀말이나 팔고 오는 장꾼들의 그 알량한 쌈짓돈을 털어먹고 사방에서 노름꾼을 불러모아 도박판을 벌려 술 팔아먹고 자릿세까지 뜯어 제 주머니를 채우고 남의 가정에 분란을 일으키게 하던 술구림이 옛 주막집을 들러보았다
폭삭 삭은 집
처마 끝에 매달려 있던 청사초롱엔 불이 꺼졌고
집안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연못가에 걸어놓고 술국을 끓이든 가마솥 화덕에는 싸늘하게 식은 재만 있고
늙은 기생매미가 옛 추억 그리운지 서글픈 육자배기를 목청이 찢어지게 불러 재꼈다
장구벌레가 장구를 치고
애기(愛妓)기생 귀뚜라미가 얼쑤 추임새를 넣었다
능수버들이 옥색 치마를 살랑살랑 흔들며 호객을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이래야, 벌레들뿐
거미 손님은 낮술에 취해 흐리멍덩한 눈으로 꾸벅꾸벅 졸고
개미 손님은 더듬더듬 갈팡질팡 가는 방향도 못 찾고 헤맸다
돈벌레는 방바닥을 기어 다니며 돈을 쓸어 담고
땡전 한 푼 없는 이춘풍 파리가 외상술을 먹고 냅다 튀려다가 두꺼비에게 잡혀 코피 나게
얻어터지고 부엌에서 불목하니 노릇을 하고 있었다
고주망태가 된 굼벵이가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제 몸도 못 가누고 뒹굴뒹굴 굴러들어 오자
저녁노을이 오늘 영업은 끝났다며 그만 사립문을 닫아버렸다
*술 취해 구르는 집이라 술 구림이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