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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저) 독후감 세상에는 내가 좋아서 그냥 한 일인데 우연히 상대방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결국에는 인생역전을 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나>와 <그녀> 그리고 <요한>이 그랬습니다. 소설 전반에 걸쳐서 <나>와 <요한>이 <그녀>를 구원해가던 스토리 전개가, 결론부에 이르러서 그 두 사람 모두가 <그녀>에게서 구원을 받고 부활한다는 그리스도적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그녀>가 여섯 살 때 처음 들은 ‘야 못난아’로 부터 시작되는 처절한 절망의 시간들에 관한 서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는 세 명의 여인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그녀의 어두운 생활을 더욱 짙어 보이게 합니다. 못 생기거나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미모의 여인들입니다. 첫 번째 여인은, 배우라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미남과 그 곁에서 어딘가 모르게 머뭇하던 박색의 여인. 작지만 날렵한 아버지와 사는 크고 펑퍼짐한 <나>의 어머니입니다. 두 번째 여인은, <요한>의 어머니. 배우 출신이며 백화점 회장의 애인으로 살다가 회장이 떠나가자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세 번째 여인은, <그녀>가 떠난 이후에 <내>가 사귄 백화점 동료로 자신의 미모를 무기 삼아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그녀>의 직장인 백화점도 <그녀>의 얼굴에서 오는 어둠을 더욱 확대 재생산하는 원천이 됩니다. 저자는 소비적 자본주의와 외모지상주의의 흐름을 무작정 따라서 뛰어가는 세태를, 못 생긴 <그녀>를 등장시켜서 고발하고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그녀>가 간호사로 독일에 취업을 하여 야만적인 소굴을 벗어나고, 또 다른 결말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다 함께 늙어가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평범한 얼굴에 속해가고 있다고 고백하며 그 암흑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차라리 다행입니다. 현실에서 똑같이 재현되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미인의 기준이 변해간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균형 잡힌 얼굴을 추녀라고 규정하고 피카소 작품에 나오는 다시점으로 본 여인의 얼굴이 미인이 되는 날은, 지구가 끝나는 때까지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일정한 수의 여성들은 항상 이 소설의 <그녀>와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을 것은 자명합니다. 어쩌면 소수의 뛰어난 미모의 여성들조차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쁜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넘어가지 맙시다.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저)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에게 이기적 행동을 하도록 지시할지 모르나, 우리가 전 생애 동안 반드시 그 유전자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전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타주의를 학습하는 것이 더 어려울 뿐이다.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학습되고 전승되어 온 문화에 지배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학습이 필요합니다. 도덕교육과 캠페인으로 안 되면 강력한 수단을 동원한 강제 학습이 필요합니다. 성인에게는, 외모를 비하하는 언행에 대해서, 성적수치심을 유발한 경우와 동등한 강력한 처벌로, 어린 학생들에게는 교육적 제재를 통해서, 인권의 진정한 의미를 강제로라도 재정립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
첫댓글 짧지만 중요내용을 잘 지적했다!
다시 읽어 보아도 독후감을 요령있게 잘 썼다. 자기 주장도 뚜렸하고. 휴머니스트 적인 사고가 단연 돋보인다.
강교수 덕분에 자꾸 쓰다보니 조금 늘었나 모르겠네. 내가 날라간들 강교수를 따라갈 수 있겠나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