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가 집 밖을 나서는 이유는
새로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 똑같아 보여도
분명히 어제와 오늘은 다른 날이다.
이렇듯 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기에
스스로 새로워지고 싶은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나갈 일이 없다고 집 안에서만 있으면
쉽게 나태해질뿐더러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한가지라도 얻기 위해 길을 떠나고,
같은 곳을 찾아가더라도
처음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과 들, 강과 바다, 나무와 꽃, 바위와 작은 돌멩이,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가끔 어느 곳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모를 때가 있고,
한순간 마음을 사로잡으며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어서
그 자리에 멈춰 설 때가 있다.
햇살의 눈부심으로 시작된 하루에서,
비꽃이 필 때 올려다본 하늘에서,
두둥실 떠가는 구름에서,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길에서조차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해가 질 무렵 물든 하늘을 볼 때면
그렇게 마음이 기쁠 수가 없다.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집으로 향하는 길은
새로움이 넘쳐흐르고,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며 쉽게 잠들지 못한다 해도
평안을 주기에 기쁘고, 저녁에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찍 깨어나면 맑은 정신이 되어
말할 수 없었던 숱한 언어들이 되살아나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고요함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맛본다.
봄과 여름의 사이에서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서서히 넘나드는 계절의 변화가
끊임없이 나를 새롭게 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새로운 꽃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나누고,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며 서로를 바라보기도 한다.
짙은 향기로 미리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진을 쳐놓는 이와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기도 하고,
발 아래 낮은 곳에서 한번 바라봐달라고
고개 내민 녀석들을 대할 때면 앙증맞아 보이는 게
그렇게 예쁘게 보일 수가 없다.
질투의 화신인 바람은 늘 함께 하고,
가끔 빠져달라고 말 한마디 건넬 때면
침묵으로 일관하며 얌체같이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늘 변함없는 바람은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기도 하고,
청개구리처럼 행동하는 게 잦다.
'좀 멈추어다오.'라고 하면 멈춤이 없고,
때로는 더운 열기에 허덕일 때 ‘바람아 불어라.’고 하면
잠든 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늘 청개구리 같지만,
그래도 가끔 잠들었던 바람이 일어나
시원스레 흐르는 땀을 식혀줄 때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도 쉽게 지치고 더운 열기 탓에
머리가 무겁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가 있는데,
바람이 더운 여름날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때쯤이면 아마도
모른 척 멀리 여행을 떠나 있을 것 같다.
여름만 되면 더위를 잘 먹어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가을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다시 겨울이 찾아올지라도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지나가는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할 때도 있는데
그만큼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늘 새로워지고 싶은 바람,
바람과 함께 길을 떠나고 싶다.
©️비꽃(이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