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건 좀 무리인가 싶으면서도
작년에 걸었던 적이 있어 경험을 떠올려보면서
3시간 이상이면 거뜬히 갔다 돌아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개화 시기가 막 지나 억새들이 길게 솟아오르고 가을 하늘도 보기 좋았다.
걷고 걸어 따라비 오름 정상 동쪽에 오를 때
큰사슴이 오름으로부터 반대쪽에 와 있다는 걸 알게됐다.
큰사슴이오름으로 가는길을 찾느라 따라비 오름을 한바퀴 돌게 됐다.
갑자기 길을 잘못 걸어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앞으로 남은 거리가 버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계획했던 시간보다 더 걷게 됐지만 자연을 보면서 걷는 데 위안을 얻었다.
그 뒤로 갑마장길로 가는 팻말을 따라 편백나무가 빽빽한 편백숲길을 걷게 됐다.
바닥에 튀어나온 나무 뿌리와, 돌덩이와, 쓰러진 나무 등이 걷는 데 불편하게 했다.
잘 걷는 우리는 별 탈 없지만 그렇지 않은 현서는 힘들어했고
돌담 너머로 걷기 편한, 넓은 길이 보였는데
담을 넘자니 우린 넘어갈 수 있어도 현서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걸어 걸어도 끝이 없는 편백숲길이었다.
3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걸었지만
도착시간은 5시간을 넘긴 후였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현서에게 걷는 일은 훨씬 어럽다는걸 알게 됐다.
선생님이 현서 손을 잡고 걸으시다 먼저 가버리시고
우리라도 현서 손을 잡고 번갈아가며 같이 걸으면 좋겠지만
혁수는 옆에서 짜증을 냈으면 냈지 도와줄 애가 아니라는걸 알고 있기에 힘들었다.
일정을 회의할 때 현서의 걸음을 염두해놓고
잘 조율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걸었을 때 큰사슴이 오름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오자
탁 트인 풍경에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나 반가웠다.
더 걷기 힘든 사람들은 중간에 돌아가기로 했다.
짧은길을 선택하신 선생님은 현서를 데리고가셨다. 그런데
우리 말썽쟁이 혁수가 선생님 제안에 못이겨
큰사슴이오름을 같이 걷게 됐다.
현서의 걸음에 마추느라 늦어진 시간과
따라비 오름을 한바퀴 돌아 힘들었지만
우리는 훨씬 빨리 걸을 수 있었다.
단지, 충분히 준비못한 물 때문에 갈증에 시달렸다.
그때쯤 마리아 선생님이 전화 통화로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나 마시자며
애쓰는 우리를 응원해주셨다.
큰사슴이 오름에서 유채꽃프라자 쪽을 향해 계속 걷다가
작년에 봤던 억새밭이 나와 작년 여행 생각이 났다.
그 때 맛봤던 환희는 없고 갈증만 심했다.
물을 마시고 잠깐 쉬니 걸어온 길이 소중하다.
오늘 걸었던 시간이 모두에게 값진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유채꽃 프라자 카페에서 음료와 고구마찰빵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가는 길에 포토존에서 사진 찍고, 바다를 구경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