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도 여행 나흘 째.
장마 기간임에도 큰 비를 비해 그동안 잘도 보고 다녔다.
이제 여행 막바지.
그런데 오늘은 아무래도 큰 비를 피할 수가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길을 떠났다.
어디 딱히 가고 싶은 명소도 없다.
그저 그나 나나 함께 길을 떠나고 싶음 마음 뿐.
길을 떠나다가 맛집이 눈에 보이면 간단하게 요기 하고
예쁜 카페가 보이면 횡재다 싶은 마음으로 들어가서
날씨나 기분 혹은 컨디션을 봐서 따뜻하거나 시원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은 마음 하나.
단 그 마음 하나 뿐이다.
그가 좋은 이유.
그가 나를 좋아 하는 이유.
취미와 취향이 같아서이다.
처음 숙소를 나올 때만 해도 대청호 주변 어디 예쁜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면서 물멍이나 할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차를 움직이기 전에
인터넷에서 청주 대형 카페를 검색을 한 다음
복수박 빙수로 유명한 카페 레오나를 가기로 했다 .
그러나
그저 길 떠나는 나그네들에게는
사실 임시로 정해놓은 목적지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결국 목적지를 거의 목전에 앞두고
우리는 방향을 바꿔 버렸다.
정겨운 식당 하나와 예쁜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큰길 바로 옆에 있다.
규모는 작지만 식당의 분위기가 금산의 토속식당
'하늘엔 둥근달 땅엔 모닥불'을 빼닮았다.
식당의 이름도 '선녀와 나무꾼'이다.
그 역시 이름이 토속적이다.
바로 옆에는 펜션도 함께 운영 하고 있다.
알고보니 이 식당이 보리밥 메뉴로 인터넷에서 꽤 유명하다.
우리는 수육보리밥을 주문했다.
원래 보리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워나
유명하다 하니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역시
보리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별 맛을 모르겠다.
그렇지만 수육은 맛있다.
점심 시간이 갓 지난 시간.
그래도 손님이 틈틈이 나가고 들어 온다.
우리같은 나그네와 이웃 주민들이다.
장마기간 긴 비가 오락가락 한 탓인지
식당 내부의 내음이 꿈꿈 하다.
인테리어 된 물건 대부분이 고가구와 오래된 생활 물건들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그렇다.
더구나 골동품은 그다지 내 취향도 아니다.
이렇게 가끔씩 보는 것만 좋아할 뿐.
그래도 비오는 날의 이런 골동품 냄새는 그다지다.
대신 정원 풍경이 곱다.
예쁘다.
정답다.
나리꽃도 예쁘고
잘 진열 해 놓은 장독과 단지들도 보기에 좋다.
군데 군데 곳곳이 금산의 민속박물관 식당과 흡사 하다.
이런 길을 걷는 것은 언제나 좋다.
마치 아주 오래 전 내가 뒷짐을 지고 거닐 던
조선 시대 풍경 같다.
그런데
어라
흠뻑 젖은 새 한 마리가 보인다.
도망 가는 대신에 사람 주변을 맴 돈다.
이 집에서 기르는 새 같지는 않다.
나르는 대신에 걷거나 뛰어 다닌다.
그와 내가 특히 맛있게 먹었던 메밀전.
식사 후 찾아 간
식당 옆 큰 길 입구에 있는 카페
파파야.
식물 카페.
온실 카페다.
겉에서 생각하던 모습보다
내부가 더 예쁘다.
천장에 주렁주렁 열린 열매.
백향이라 했던가
언뜻 들었는 데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족욕장도 함께 운영 한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족욕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 하고 차 마시고
카페 분위기 즐기다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 갔다.
바깥엔 예상 외로 많은 비가 내린다.
폭우 수준이다.
비가 좀 잠잠해 질 때 쯤에 카페를 나왔는 데
거의 출발과 동시에
그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비가 폭포처럼 그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내렸다.
운전을 잘 하는 그도 내내 긴장을 한 탓인 지
숙소에 도착 하자마자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그에게 많이 미안 하다.
그래도 우리의 인생은 아름다운 것.
저녁에는 오랫만에 교촌으로 갔다.
식사대신 통닭도 먹고 술도 한 잔 할 겸.
역시 치맥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더욱 더.
그리고 오늘 밤 우리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
그의 집 앞 작은 카페.
약간의 알콜이 들어 간 벵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우리 여행의 마지막 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