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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rama.tv.chosun.com/gobongsil/plan.html
한국 드라마를 그다지 많이 안 봐왔던 제게 ‘고봉실...’은 예고도 없이 신선하고 아름다운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알고 좋아하게 되리라 생각지 못했지만 이 드라마를 이렇게 만나게 되어 그동안 아주 많이, 많이 행복했습니다.
“근래 몇 년여 동안 봤던 드라마들 중 가장 좋다... 이거 끝나면 아쉬워 어떡하지...”라는 여태 별로 못 들어본 저희 엄마 말씀에 별 기대는 않고 한 번 볼까...하며 보았다 이젠 팬이 되어 끝까지 많은 부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봤습니다.
이제 끝난 지 1주일 밖에 안 됐고 TV 조선서 늘 하던 ‘고봉실...’ 재방영보다 35, 36회 재방영을 특별히 주 2회나 더 늘려 기뻤지만 종영된 이 시점에선 역시나 서운-허전한 이 맘 어쩔 수가 없네요.
지난 주 목요일 ‘최-박의 시사토크 판’에 김해숙님 출연 조선일보 조그만 기사 예고 읽고 인터뷰도 녹화해 열심히 봤구요. (저 김해숙님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요.^^)
많은 분들이 소감, 평에서 적고 말씀하신대로 엄마, 아내, 그냥 아줌마로서가 아닌 이미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예쁘고 늘씬한 2,30대 주부가 아닌 평범해 보이는 50대 엄마, 여성이 줄거리의 배경 조연이 아닌 이야기의 전면 주인공이 되어 이끌어 가는 내용은 꽤 산뜻하고 좋았습니다.
뜻밖의 시련과 역경 후 이뤄나가는 사회적 성공은 어쩌면 ‘고봉실...’의 부차적 문제고 자아를 찾아가며 이 삶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단 사실이 여태껏 어떤 우리나라 드라마도 다루지 않았던 부분이라 좋았죠. 그동안 많은 다른 드라마들에서처럼 2,30대 세상 끝날 듯 왕 심각한 사랑에 비해 가볍게 변두리로 다루지도 않고, 좀 어색하니 상대적으로 너무 코믹하게 묘사하지도 않고, 혹은 복잡한 불륜으로 그리지도 않고 주인공 아줌마에게 생각지 않게 찾아온 사랑을, 정 속도로 차분히 설득력 있고 예쁘게 주체적으로 묘사한 것도 좋았습니다.
‘고봉실...’은 대본이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데다 개연성 있는 줄거리 전개, 조그만 에피소드들도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져 확 끼어들기보단 거의 미리 생각하고 예상을 한 뒤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고 연결해 나가는 게 믿음이 갔고, ‘고봉실...’ 팬들이라면 당연하겠지만... 무엇보다 고봉실 여사와 데이비드 김의 귀엽고 예쁜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맘에 와 닿았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차갑고 매서운 외모, 성격의 김효철[데이비드 김] 회장이 올바른 품성, 맛깔스럽고 따스한 손맛을 가진 아줌마에게 차츰 인간적으로 끌리다 매력을 느끼고 마음을 빼앗겨 어디 비할 수 없을 만큼 고봉실을 계산, 조건 없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아름답고 섬세하게 표현되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귀여운 복슬 강아지가 아니라 하필이면 무서운 큰 사냥개를 키우고, 겨울 동안엔 웬만하면 늘 차가워 보이는 가죽 장갑을 꼭 껴 주시고, 한 성격(?)하게 보이는 데 한 몫 한 새끼손가락 반지를 늘 낀 김회장을 연기한 천호진님도 우리나라에 이런 배우가 있었다니...! 하며 그동안 알아보지 못한 게 미안할 만큼 꽤 근사했습니다. 놀랍도록 세심하게 데이비드 김의 냉혹하거나 따스한... 다양한 표정, 감정, 눈빛 연기를 정확한 대사들로 완벽히 잘 하셔서 깜짝 놀랐답니다.
일에 있어선 냉철하고 깔끔할지 몰라도 인간적으로 무한 신뢰하고 의지하는 마동식 부장[정승우]에겐 때론 함부로 대하다 마부장 눈치도 살피는 데이비드 김의 매력은, 결코 완벽하지 않은 그의 성격 때문이었는데...
아주 멋진 외모, 예의 갖춘 성격의 소유자지만 고봉실 때문에 겪게 되는, 자기도 몰랐던 자신의 감정적 변화로 후반부 자주 보인 그의 인간적 허점, 단점들도 천호진님이 연기해 더 매력적으로 보였던 거 같아요. 아마도 천호진님 수 십 년 동안의 어떤 배역들보다 개성적이고 따스한, 진정한 주인공이어서 그랬는지 이 역할에 안성맞춤이었고 딱 맞는 캐스팅이었던 거 같습니다.
김회장과 함께 있을 때 희한할 정도로 더 예뻐지고 자연스럽게 수줍어하며 더욱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워지는 고봉실 아줌마를,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압도하며 드라마 내내 성실히 묘사한 김해숙님 연기도 무척 좋았구요. 누구 엄마, 이모, 고모, 시어머니, 장모...가 아닌 주인공으로 데이비드 김과의 얘기를 오롯이 잘 소화해 보는 내도록 몰입해 딴 생각 안 나게 해 준 두 배우님들의 큰 팬이 된 건 물론입니다.
예상치 못한 김회장 옛 연인과의 불미스런 일로 갑작스럽게 밥 하러 오던 일을 그만두게 된 고봉실이 남긴 전복죽과 마음을 담은 마지막 인사글을 읽던 데이비드 김, 이내 그 편지를 읽던 그의 텅 빈 부엌이 비춰지고 급히 어디론가 걸어가는 김회장의 발길을 잡다 고봉실을 찾아 이끌리듯 이태원 밤거리를 걸어가는 김회장 장면, 자신을 많이 아껴주고 위하던 데이비드 김을 생각하며 기억을 되짚는 고봉실의 여러 회상 장면들, 어떻게 그녀를 좋아하게 된 건지 생각하던 데이비드 김의 많은 회상 장면들, ‘들꽃밥상’으로 반닫이에 숨겨진 그림을 찾으려는 진철+야쿠자들과 마부장 일행들과의 거친 격돌에 반해 조용히 고봉실과 청계사에서 선친 제사를 올리던 김회장을 마치 영화 ‘대부 I’ 피의 숙청+세례 장면처럼 교차 편집해 보여주던 남성적 역동적이지만 멋진 정적(靜的)인 장면, 공세리 성당에서의 가족 미사, 고목(古木) 앞에서의 데이비드 김과 봉실 가족의 그 회 끝 장면, 고비드[고봉실+데이비드 김] 남이섬에서 자전거 타던 장면, 마지막 회 꽃비 내리는 아름드리 벚꽃 길...등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해의 자연 경관들도 물론이지만 ‘고봉실...’은 생각지도 않은 다수의 장면에서 일반적 TV 드라마들과 달리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이거나 또는 다채로운 인상적인 공 들인 묘사들로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김회장 인터넷 검색 장면 중, 검색창 아래 모 드라마 패러디 제목 ‘개를 품은 닭’ 쓰여진 것처럼 깨알같이 코믹하고 위트 넘치는 여러 설정;서울 N타워 기우뚱 의자, 동백장-동백정 사건, 앞머리 에피소드...등 장면들도 심각한 장면들 버금가게 즐거웠구요.
단 한 회 예외 없이 모든 회 다음 편 예고 장면들을 정성스럽게 만든 것도 아주 좋았죠. 그냥 다음 회 장면들을 이리저리 모아 휙 보여주지 않고 다음 편 장면들의 순서, 대사, 화면들을 신경 써 바꿔주고 따로 대사, 화면을 실제 편과 약간씩 달리 편집해 꼭 넣어주신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예고편으로 예측도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상상의 여지를 늘 줬으니까요. 등장인물, 배경, 세트, 의상, 분장, 배우들이 많이 화려해도 내용이 기대 이하거나 의외로 촌스러울 때가 많지만, 면면이 대체로 소박하고 소탈하더라도 드라마 전체적 완성도가 오히려 세련된 경우가 간혹 있는데 ‘고봉실...’은 후자였던 거 같습니다.
21세기 아직도 쪽 진 머리에 맨날 그렇고 그런 옷 입은 구멍가게 주인이지만 사실 인텔리며 자존심 세고 정갈한-때론 고비드에 눈치 없었던 미자 이모 금실, 빈 틈 많고 잘 속지만 마음 따뜻하고 예쁜 멋쟁이 그레이스, 트랜스 젠더 아들 범수를 결국 딸 수애로 감싸주는 박력에 추진력 하나 좋은 미자 이모 금실의 로맨스 그레이-스텝 밟는 거 좋아하는 (아래 위)흰 양복 해병대 만득 아저씨, 우거지 죽상 소릴 듣지만 성실, 착하고 미자만 위하는 만금씨, 만금씨와 가장 잘 맞는-늘 잘 먹는 그녀 의외로 눈치 빠른 미자, 1회부터 고비드 커플을 이어주고 알고 보면 은근 화면 주인공-대사 없는 완전 귀여운 은오, 은오 누나 동글 예쁜 한나, 봉실의 차갑고 이성적이지만 사실 따뜻한 윤영, 입양으로 슬픔을 겪은 작가 경수, 윤영과 리얼한 자매 관계를 보여준 인영, 인영을 좋아하다 뒤늦게 철든 재수, 역할은 작았지만 주요 역을 잘 소화한 인영의 니키, 아마도 TV 드라마서 처음 어느 정도 제대로 다룬 트랜스 젠더 범수/수애, 까칠하고 어려운 데이비드 김을 그림자처럼 위하고 충성하는 입 무겁고 잘생긴 마부장 동식, 고비드 커플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 하나하나 숨결을 주고 살아있게 표현되어 그 점도 많이 좋았구요.
역시 아들 사랑 코믹한 재수 엄마, 솔로를 외쳤지만 그레이스에겐 따뜻한 큰 아버지 준태, 아줌마 도와준 석천, 악역인 진철 형제, 영국 신사 故서준석... 다들 조연 같지만 사실 ‘고봉실...’을 구성하는 주인공들인 여러 등장인물들에, 보는 이의 애정이 가게끔 진솔히 그린 모든 출연 배우분들 연기도 좋았습니다.
‘고봉실...’을 와 닿게 한 데는 멋진 촬영 장면들도 물론이지만 배경에 내도록 나오던 ‘고봉실...’ 드라마를 위한 여러 아름다운 연주 음악들 역할도 컸습니다. 곡 길이가 너무 짧아 들을 때마다 아쉬운 하울(HowL)의 고운 ‘몰랐습니다’ 주제가는 말할 것도 없지만, 때론 현악으로 혹은 첼로, 피아노, 기타로 연주되는 그 테마 연주곡 아마 계속 귓전에 맴돌 거 같구요. 그 외 경쾌하고 코믹한 장면들에 흐르던 휘파람+ 연주곡, 긴장된 장면에 나오던 여러 연주곡, 슬픈 장면의 연주곡, 드라마 오프닝 타이틀 테마곡...등 도대체 왜! ‘고봉실...’ 배경 연주음악 OST 앨범이 발매되지 않을까...가 아직도 안타까운 팬들 중 하나입니다. 하울의 ‘몰랐습니다’, ‘One Fine Day’, ‘Blue Sky’ 노래 연주 버전도 꼭 나왔으면 좋겠구요.
만족스런 추가 사운드트랙 앨범 ‘미’발매 외에도 팬으로서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은...
19세기 제인 오스틴 작품들 때부터 앞으로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소재 ; 멋지고 이상적인 백마 탄 왕자(?)님 등장은 머 괜찮습니다만...^^:
마지막 부분 고봉실의 책 출간과 베스트셀러 성공, 500억 매출 달성이란 커다란 성취가 단 2년 만에 이뤄낸 것치곤 다소 과장이 있어 좀 아쉬웠습니다. 꼭 그리 엄청난 성공을 이룬 걸로 묘사하지 않아도 책 출간이 결정되었다든지 반응이 좋다든지, 전통의학연구소 제품 매출이 꾸준히 상승해 희망적이라든지 정도만 보여줬어도 충분하지 않았나...하는 점입니다. 그동안 소탈하면서 아름다웠던, 땅에 발을 붙이고 있던 드라마 ‘고봉실...’이 갑자기 하늘에 붕 뜬 느낌이랄까...
이미 정해진 36회의 야호 피날레를 꼭 넣어야겠단 바람이 커서였을까요...
고비드 두 사람의 함축적 암시여서 예뻤지만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보고 싶은 맘도 있어 2회 혹은 4회라도 더 만들어 40회로 마무리해도 괜찮았겠단 아쉬움도 듭니다.
(데이비드 김 코믹 귀여움은 진정 냉장고 옆에서 고봉실을 놀래키던 그게 마지막인가요)
게시판 어느 분들 의견처럼 시즌 2도 좋겠단 생각도 팬으로서 욕심이 들지만... 그건 좀... 아직은... 모르겠구요...
‘고봉실...’ 등장인물+줄거리를 삽화와 짧게 소개하는 ‘고봉실...’ 프로그램 홍보 영상을 팬인 저도 딱 한 번 봤을 정도로 TV 조선서 이 드라마 앞뒤, 그 외 시간 자주 방영 안 해 안타까웠고...
꼼꼼히 꾸며진 홈페이지지만 등장인물 배우들의 촬영 장면 사진들, 드라마 제작 현장 사진들, 동영상들+이 지상파 드라마들보단 자세히 가득 올려져 있지 않아 인터넷의 관련 뉴스 기사로 드라마 장면 사진들을 겨우 봐 팬으로서 많이 섭섭하고...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간에 갑자기 유료화로 바뀌어서 그것도 약간은 아쉽고...
그나마 끝에 드라마 장면+제작현장 장면 사진 모음이라도 나와 조그만 위안이 됐지만... 마지막 회 방영 후 촬영 NG 모음 여러 장면들이 제발 많이 나와 주길 바랐지만 딱 하나의 NG 장면-고비드 커플의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라 임팩트는 만점입니다만...-만 나와 너무 아쉬웠고...
‘최-박의 시사토크 판’ 김해숙님 단독 인터뷰 말고도, ‘고봉실...’ 모-든 출연진들(특히 데이비드 김, 마부장, 그레이스, 미자 이모+), 제작진들이 원 없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 제작 후기+인터뷰+제작과정 뒷얘기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특별판이 안 나온 것도 꽤 섭섭하고...(제발 만들어져 팬들을 위해 방영됐음 합니다!)
마지막 회 종영 후 후반부 뜨거워진 팬들의 인기-열기를 이어 계속해서 1회부터의 전편 재방송이 빨리 결정되어 재방을 하루 속히 시작했음 좋겠고...
시리즈 중간에 방영, 재방송 시각이 예고 없이 몇 번 갑자기 바뀌어 놓치고 다시 알아보는 과정이 있었는데, 시간 변경시 조금 더 친절+빈번한 안내 없음이 아쉬웠고...
등이 팬으로서 아쉽고 이뤄지길 바라는 점들입니다. 이 곳에 글을 미처 못 쓰고 안 쓴 많은 ‘고봉실...’ 팬 분들이, 아마도 팬이라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대다수 갖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참, ‘들꽃밥상’의 까다로운 입맛 데이비드 김+음식 손맛 고봉실 아줌마 덕분에 알고 올 봄 힘들게 맛보게 된 도다리 쑥국...등 등장하는 각종 맛깔스런 한국 집밥 상차림 덕에 정말 ‘들꽃밥상’ 찾아가서 밥 먹고 싶단 생각 많이 들게 만들어 준 거 아십니까.'_'
암튼, 그동안 이쁘고 멋진 좋은 드라마 쓰고, 만들고, 촬영-편집하고 연기하느라 노력 많이 하신 모든 제작진, 출연 배우 분들께 수고 많이 하셨고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앞으로 하는 일들 잘 되길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이후에도 가슴 따뜻해지고 웃음 지을 수 있는 작품들, 기억에 오래 남을 좋은 작품들 기대할게요. Go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