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동시나무, 다섯 번째 동시집 발간!
이정록, 유미희, 김금래, 정연철 동시집을 잇달아 출간하며 문단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한겨레 동시나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 나왔다.
과감한 형식적 실험과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동시의 새로운 바람을 이어갈 다섯 번째 책은 시·동시·동화 등 다양한 작품들로 독자들을 만나 온 안오일 작가의 ‘설화동시’ 《꼼짝 마, 소도둑!》이다. 전작들에서 신선하고 발랄하게, 또는 엉뚱하고 기발하게, 때로는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아이들의 생활과 마음을 그려 온 작가는, 이 책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의 ‘원형’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적 “나무가 사람처럼 감정이 있고 당산나무 할아버지가 도깨비와 싸우는” 이야기들에 매혹돼 귀가 커지고 눈이 동그래졌던 작가는 3년 동안 전라도 담양 지역의 문화 원형 자원을 전수 조사해 온갖 생명들이 힘찬 언어로 와글거리며 꿈과 지혜, 소망과 판타지를 들려주는 이야기-시 ‘설화동시’를 새롭게 써 낸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들에 운율과 리듬을 더해 완성한 이 ‘설화동시’는 효와 권선징악, 의리, 복수 같은 메시지를 분명하고 강력하게 전달한다. 요즘 어린이문학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노골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는, 놀랍게도 지금 어린이문학이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순화된’ 이야기의 ‘원형’이 어떠했는지 또렷하게 알려 준다. 이런 원형들은 선과 악을 뛰어넘어, 우리의 본래적 심성이 어떠한지, 아이들의 날것 그대로의 마음은 어떠한 것인지, 우리가 좋아하고/싫어하고/원하고/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할 것이다.
온갖 생명들이 힘찬 언어로 와글거리는 꿈과 지혜, 소망과 판타지의 이야기-시
안오일이 들려주는 이야기-시 ‘설화동시’를 따라가다 보면 동물과 식물, 온갖 미물들이 들려주는 생명력 강한 이야기들은 물론, 바위나 산, 강 같은 모든 ‘존재’의 이야기들에 빠져들 수 있다.
이렇듯 풍요로운 이야기들을 위해 시인은 수년 전, 담양의 375개 자연마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논·밭일로 바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졸라 마을의 유래와 역사, 마을 지명과 지형지물, 설화, 세시풍속과 민속, 신앙, 인물, 문화유적 및 유물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조사했다.
그 결과 소도둑이 도망가지 못하게 꼭 잡고 있으면서 마을을 지켜 주던 당산나무 할아버지의 너른 마음씨를 엿보고(〈꼼짝 마, 소도둑!〉) 비실비실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한 고봉이가 들독 덕에 진가를 인정받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눈 밝은 들독〉) 사람보다 인정 많고 의리 있는 개는 물론(〈의리〉) 아이를 잃은 복수심에 불타다 같은 어미의 마음을 헤아리고 복수의 마음을 접는 속 깊은 고양이도 만날 수 있다.(〈어미 고양이〉)
이 시들은 담양 지역의 설화에 기초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시들이 그 지역에서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모양새로 사람 사는 곳이 라면 두루 퍼져 있어 민중들의 꿈과 지혜, 소망과 생각과 판타지를 생생히 드러내 주는 이런 설화들은, 안오일의 손에서 ‘설화동시’로 거듭나 그 옛날처럼 아이들을 아랫목으로/책상 앞으로/동시를 읽어 주는 어른들의 눈앞으로 끌어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