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제사는 꼭 지내야 하나요? 부처님이 알려주신 참된 재사
"기제사는 꼭 지내야 하나요?"
신도가 질문했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니 기제사를 지내기 싫은 다양한 이유가 포착되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과도한 노동에 부담을 느끼더군요. 특히 여성이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문화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했습니다. 둘째, 형평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매년 준비하는 사람만 준비하고, 다른 친척들은 늦게 오거나 아예 불참하는 모습을 볼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셋째,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최근 물가가 급작스럽게 높아지면서 부담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넷째, 평일 밤에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아무래도 평일 저녁에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요.
부처님이 꾸짖으신 두 가지 도둑놈 심보
"소나 말, 살아 있는 생명을 도살하여 피를 흘리며 올리는 제사는 결코 신을 기쁘게 하지 못한다. 산 목숨을 해쳐 짓는 의례는 공덕이 아니라 다만 무거운 죄업을 불러올 뿐이다." -숫타니파타
원래 불교에서도 제사를 지낼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부처님 당시의 문화를 살펴봐야 합니다. 부처님은 당시 사회를 뒤흔드는 가르침을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제사에 대한 관점입니다. 바라문교는 제사를 지내는 종교입니다. 부처님은 이에 대해 두 가지를 비판하셨습니다.
첫째는 희생물을 올리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셨습니다. 그 시대에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까지도 희생시키는 제사가 종종 일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생명을 담보로 원하는 것을 이루는 행위는 악행일 뿐입니다.
둘째는 신적 존재에게 의존하는 태도를 비판하셨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해당되는 원인을 지어야 합니다. 이를 실행하지 않고 신적 존재의 비위를 맞추려는 행위는 그저 도둑놈 심보일 뿐입니다.
"스스로 선업이라는 원인을 짓지 않고 신의 자비나 비위를 맞춰 복을 얻으려는 것은, 강 건너편의 바위더러 이쪽으로 건너오라고 비는 것과 같다."
-디가 니까야
제사(祭祀)와 재사(齋祀)는 글자부터 다르다
"보시하는 자와 받는 자, 그리고 베푸는 물건, 이 세 가지가 모두 청정하여 마음에 집착과 머무름이 없을 때, 이를 일러 비로소 참된 청정공양이라 한다." -대지도론
그럼 후대의 불교에서는 왜 제사를 지낼까요? 이 제사는 그 제사와 결이 다릅니다. 부처님은 제사의 본질을 꿰뚫어 '공덕'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셨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데 필요한 원동력은 바로 '공덕'입니다. 신적 존재에게 희생물을 바치는 이유도 '공덕'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기에 부처님은 도둑놈처럼 남의 희생으로 공덕을 훔치려는 이들에게 올바로 '공덕'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공양'입니다.
부처님은 매일 마을로 나아가 탁발하셨습니다. 불자들은 부처님과 스님들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공양을 올리고 공덕을 지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공덕을 짓는 수행에 동참하며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어떻게 공양해야 더 큰 공덕을 얻을 수 있을까?'
삼륜청정이라는 원리가 있습니다. 주는 자가 청정하고, 받는 자가 청정하며, 주는 공양물이 청정할 때 상상할 수 없는 무량한 공덕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불교의 재사라는 단어의 재(齋)는 이 청정한 태도를 뜻으로 품고 있습니다. 재계할 재라고 새기는데,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정돈하고 청정한 공양물을 정성스럽게 올리는 모습이 바로 재입니다. 그래서 유교에서는 제사(祭祀)라는 단어를 쓰는 반면, 불교는 재사(齋祀)로 쓰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지내는 재사의 본질은 공양이지 제사가 아닙니다. 차이를 아시겠죠?
"그럼 절에서 재사를 지내세요."
질문했던 법우님에게 답변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더니 '그럼 부담도 덜고 공덕도 더 커질 테니 너무 좋은데요?'라고 기뻐하며 찬성하더군요. 제사를 지내기 부담스러웠던 부분들이 대부분 해소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를 다시 질문했습니다. 날짜와 요일 문제였습니다.
50년 전 내 후손이 제사를 지낸다면, 갈 수 있겠는가?
불교식 재사 즉, 공양은 꼭 돌아가신 그날 밤에 지내야 할까요? 그럴 리가요! 유교적 세계관 속에서는 돌아가신 분의 혼이 제사 자리에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날 밤에 지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교의 관점에서 본다면 돌아가신 조상은 이미 다음 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재사 즉, 공양 자리에 찾아올 수 있나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50년 전 내 후손이었던 이들이 지금 나를 위해 재사를 지낸다고 해볼까요? 어떻게 참석하시겠습니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이것이 49재와 기재사의 차이입니다. 49재의 경우 아직 다음 생을 받지 못한 영가를 위한 공양이고, 기재사는 이미 다음 생을 받은 조상을 위한 공양 의식입니다. 만약 49재를 3년 뒤에 지낸다면 이는 목적에 맞지 않겠죠? 하지만 기재사는 1년 중 언제든 지내도 관계가 없습니다. 낮도 밤도 상관이 없죠. 조상은 방문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공덕을 회향하는 것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되니 낮이든 밤이든 정말 관계 없습니다.
산 사람이 70%라면, 날짜도 산 사람 편한 날로
"목숨을 마친 이를 위해 거룩한 복을 닦고 공덕을 지으면, 칠분(七分)의 공덕 가운데 영가는 오직 일분(一分)을 얻고, 나머지 육분(六分)의 공덕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온전히 돌아간다."-지장보살본원경
중요한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공덕입니다. 결국 정성스럽게 공양을 올려 공덕을 짓는 것이 재사의 본질입니다. 이 공덕으로 원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인과율을 충족시킨다면 소원성취를 이룹니다. 이를 위해 재사를 지내는 것 아닌가요? 원하는 소원이 있거나, 수행의 서원을 품었거나, 또는 사업과 학업 등에 장애가 있거나, 질병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는 등의 결과를 꽃피우는 원동력은 오직 '공덕'뿐입니다.
"재사를 지내는 공덕은 살아 있는 가족에게 70%, 조상에게 30%로 주어집니다."
노스님을 모시고 공부할 때, 재사를 지낸 신도들에게 자주 말씀해 주신 원리입니다. 사람들이 재사를 지내는 이유를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장애가 사라지고 소원을 성취할 수 있는 복덕과 공덕을 기원하는 행사가 재사를 지내는 70%의 이유 아닐까요? 물론 돌아가신 조상을 대신하여 공덕을 지어 회향하는 마음도 30%인 것이 맞지만요.
7:3의 중요도라면 산 사람 위주로 날짜를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편안하게 모일 수 있는 주말의 낮 시간으로 정하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사가 있는 달의 주말 중 하루를 결정하더군요. 이후 매년 그 달의 주말에는 가족들이 절에 모여 조상을 위해 정성스럽게 기도하고 청정한 공양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붓다스쿨에서는 기제사로 고민하는 대중들을 이와 같은 원리로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절에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단독 기재사를 올리셔도 좋고,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합동천도재를 '우리 집 합동기재사'로 여기며 함께하셔도 좋습니다. 온 가족이 법당에 모여 얼굴을 마주하면 가장 좋겠지만, 형편이 닿지 않는다면 마음을 모아 비대면으로 기도에 동참하셔도 공덕은 충분합니다. 조상을 기리는 수행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갈등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 결국 사라짐으로 끝나게 될 수 밖에요.
공양물을 준비하는 무거운 짐과 날짜에 대한 죄책감은 절에 부탁드리고, 살아 있는 가족의 화합에 신경써보세요. 정성스러운 태도와 기쁜 마음을 가족들이 함께 모을 때 조상에게 큰 공덕이 되어 해탈의 인연을 마련해드릴 수 있을까요?
삼륜이 청정한 공양을 올려 공덕 짓는 정진,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우리에게 일러주신 참된 기도이고 재사이며 수행입니다.
"지혜로운 이는 부모가 살아 계실 때는 지극한 정성으로 봉양하고, 돌아가신 뒤에는 청정한 보시를 행하여 그 공덕을 부모에게 회향한다. 이것이 바른 법에 머무는 이가 짓는 참다운 효도이니라." -앙굿따라 니까야
첫댓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스님 _()_
마하반야. 바라밀_()()()_.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스님_()_
삼륜이 청정한 공양을 올려 공덕 짓는 정진이 바로 부처님이 우리에게 일러주신 참된 기도이고 재 사이며 수행입니다. 감사합니다. _()_
삼륜이 청정한 공양을 올려 공덕 짓는 정진,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우리에게 일러주신 참된 기도이고 재사이며 수행이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스님_()()()_